필자는 아내를 처음 만났을 때 아내의 동생과 아내가 너무 닮아서 잘 구분하지 못했다. 꽤 시간이 지나서야 명확히 구분할 수 있었고 지금은 모습이 너무 다르게 보인다. 서양 사람에게는 어려운 일이지만 필자는 우리나라 사람과 일본사람 그리고 중국 사람을 어렵지 않게 구분할 수 있다. 상당한 지능이 없으면 이렇게 구분할 수 없다.
벌은 엄청나게 많은 수가 모여서 산다. 우리가 보기에 벌은 똑같이 생겼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벌들을 자기들끼리는 구분할 수 있을까. 사실 벌들은 자기들끼리는 구분할 수 있다고 한다. 2011년 미시간대학 연구에 의하면 벌은 수많은 벌들의 얼굴을 모두 기억한다. 벌의 얼굴이 노란색과 검은색 패턴이 다른데 이를 식별해내는 것이다. 벌들이 보기에 인간은 다 똑같이 보일 것이다. 우리는 사람마다 다름을 분명히 안ㄹ고 있다. 하지만 벌은 아주 똑똑하지는 않았다. 벌을 한 마리를 잡아 얼굴에 점을 하나 찍어놓으니 적으로 생각하여 공격했다. 물론 우리 인간은 얼굴에 점을 찍어도 누구인지 알 수 있다. 인간과 벌은 차이가 있다. 벌도 구분하는 능력이 있지만 인간보다는 못하다.
곤충이 이 정도의 인식능력만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곤충도 기억력도 있고 상상력도 있다. 개미는 1~2억 년 전에 지구상에 나타났지만 곤충은 3~4억 년 전에 지구상에 나타났다. 곤충도 개미같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뇌를 가지고 있다. 미시간대학 연구팀이 학교가 위치한 앤아버 주변에서 벌을 관찰한 결과 벌도 약간의 기억력이 있다. 다른 벌이 천적과 싸우는 모습을 본 벌이 그것을 기억하여 적과 아군을 구분하였다. 벌도 기억을 하며 그 기억에 따라 나름대로 추정을 하여 적과 아군을 구분한다는 연구결과이다. 인간역사를 피로 얼룩지게 했던 잔혹한 전쟁터에서 피아를 구분하고 싸우는 인간의 모습과 곤충의 행동이 연관되는 것을 본다. 피아를 구분하지 못하면 생존경쟁(전쟁)에서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심지어 벌 역시 덧셈과 뺄셈을 할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그것뿐만 아니다. 벌은 인간처럼 노는 것을 좋아한다. 우리 인간은 운동과 포커놀이를 즐기고 골프를 좋아한. 그냥 재미로 논다. 인간만 그런 것은 아니다. 개나 고양이 심지어는 새도 재미있게 놀 줄 안다. 동물의 놀이는 포유류뿐 아니라 파충류, 어류와 무척추동물인 문어에서도 보인다. 생명의 진화과정의 어느 시점부터 이런 놀이가 생겼을까.
2022년 곤충 가운데는 벌도 물건을 가지고 노는 것과 비슷한 행동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아주 작은 나무 공을 가지고 놀았다. 일부 벌은 다른 벌에 비하여 훨씬 많이 공을 굴리는 놀이를 하였다. 노는 것을 좋아하는 벌도 있는 것을 보면 인간과 마찬가지이다. 벌의 놀이 시간은 어릴수록 또 수컷이 암컷보다 길었다. 아이들이 노는 것을 좋아하는 것과 같았다. 암컷 벌은 일을 많이 하여 놀 시간이 부족하여 수컷 벌이 더 많이 놀았다. 곤충은 지각과 느낌이 없는 생물이라는 전통적인 사고와는 전혀 맞지 않는 증거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Do bumble bees play? - ScienceDirect
https://doi.org/10.1016/j.anbehav.2022.08.013
이 정도로 머리가 좋은 곤충이 사람만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들 중에서 또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 중에 하나가 미로를 찾는 능력이다. 꿀벌과 개미 등의 곤충뿐만 아니라 문어 그리고 꽃게도 미로를 찾는 능력이 있다.
이렇다보니 일부 과학자는 곤충에게도 의식이 있다는 주장을 한다. 곤충 뇌의 중심부위(central complex)가 의식을 담당한다는 주장이다. 곤충이 주관적인 경험을 한다는 것이다. 우린 배가 고프면 그러한 느낌을 가진다. 동물도 배고픔을 알 것이고 그렇다면 느낌이 있을 것이다. 그것이 주관적 경험이라는 것이다. 인간뿐만 아니라 척추동물은 중뇌가 주관적 경험을 하게 한다. 그런데 곤충의 중뇌도 인간의 중뇌와 유사하게 움직인다는 것을 관찰했다. 또한 곤충도 특정한 것에 주의를 집중할 수 있다. 그렇다면 세계를 바라보는 자기만의 인식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과 곤충의 주관성이나 인식정도는 커다란 차이가 존재한다. 이들의 지능도 우리 인간과는 큰 차이가 있다. 그러나 인간의 지능이나 이성도 여기서부터 시작되었음은 명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