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2022년 출간한 <미래형 인재 자녀교육>을 2022년 11월 1일 업데이트 한 것입니다.
한국 사회는 ‘초’ 경쟁사회이다. ‘내 아이가 대학입시를 성공적으로 통과하지 못한다면 다음에는 기회조차 없다.’, ‘조금만 고생하면 내 아이의 인생이 필 것이다.’라는 생각이 널리 퍼져있다. 대학입시는 사회적 경제적 ‘지위’를 대물림하는 수단이다. 이런 사회에서 대부분의 자녀들은 학원으로 몰아넣어진다. 문제는 그렇게 공부하는 아이들이 마음을 다하여 열심히 하느냐는 또 다른 문제이다. 입시공부로 아이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생각보다 훨씬 심각하다. 초·중·고생 약 1만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죽고 싶다’고 생각해 본 청소년이 3명 중 1명이나 된다. 그 이유로는 ‘학업 문제’가 압도적 1위였다. 아이들의 행복이나 건강은 물론이고 이러한 상황에서 아이들이 과연 얼마나 효과적으로 학습을 할까를 생각해보아야 한다. 아이들이 이런 ‘정서적’ 문제로 인해 성적이 늘 그 자리 또는 저하되기도 하고 심지어는 일탈과 자살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꽤 많다.
과거 학업 성취도와 유전 간의 연구는 어떤 유전자가 학업성적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찾아내는 데 초점을 맞추었고,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었다. 그런데 학업 성취도와 관련하여 다른 성격의 유전자가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지능지수 같은 인지 능력이 아니라 비인지 능력(non-cognitive skills)도 성취와 성공에 중요하다는 것이다.
비인지 능력이란 즉흥적인 만족을 연기할 수 있는 자제력, 강한 호기심, 배움에 대한 열망, 정서적 안정, 근면성, 좋은 사람 관계, 성공 마인드 같은 특성을 말한다. 쉽게 말한다면 아이들이 게임이나 인터넷을 자제하고 자신의 목적을 이루려는 의지 같은 것이다. 하지만 성인인 ‘필자’도 페이스북, 유튜브 영상을 끊지 못한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자제력이며 이는 선천적인 면도 있지만 자라나는 환경의 영향도 많이 받는다는 점이다.
특히 자제력은 유명한 마시멜로 테스트와 관련된다. 1970년 미국 스탠포드 대학에서는 마시멜로 테스트라는 유명한 실험을 하였다. 4~6세 사이 아이들에게 마시멜로를 하나 주고 바로 먹지 않고 기다리면 하나 더 주겠다고 하고 아이의 반응을 관찰한 실험이다. 기다렸다 마시멜로를 더 받은 아이가 나중에 입시 등에서 좋은 성적을 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후 부모의 경제능력과 관련된 점이 밝혀졌지만 여전히 중요하다.
이러한 인내심은 사실 진화의 결과이다. 여기서 잠시 진화과정을 설명한다. 비인지 능력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인간만 인내력이 있는 것이 아니다. 까마귀와 앵무새, 개도 자제력을 보이는 경우가가 종종 있다. 반면 쥐나 닭, 비둘기 등은 거의 참지 못 한다. 갑오징어도 더 좋아하는 것을 먹기 위하여 최대 2분 이상 기다릴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인내력이 강한 갑오징어가 학습 능력도 좋았다. 앵무새는 종과 개체에 따라 다르지만 맛있는 먹이를 얻기 위해 기다린다. 까마귓과의 새인 어치도 더 좋은 걸 얻기 위해 눈앞의 것을 먹이를 먹지 않고 참는다. 더 좋은 것을 먹기 위해 5분 이상 기다리는 경우도 있다. 이 새는 유혹을 물리치기 위해서라는 듯 고개를 돌려 외면하였다. 이는 어린이나 침팬지에서도 나타난다. 이렇게 인내력이 강한 새는 인지능력 테스트에서도 뛰어났다. 자제력과 지능이 연관되었음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미래의 더 큰 목표를 현재의 만족을 미루는 자제력은 인지능력과 관련된다. 사람이나 침팬지 등 영장류는 자제력과 지능 사이의 연관 관계가 분명하게 나타난다.
이러한 비인지 능력은 전통적인 지능테스트에는 포함되지 않으나 학업, 직업 그리고 인생의 성공에 중요한 요소이다. 컬럼비아대학 등 공동 연구팀은 2021년 인간 유전체에서 비인지 능력과 관련된 157개의 유전자 관련 위치를 찾아냈는데, 교육성취에 미치는 유전적 영향(heritability)은 인지적 요인이 43%, 비인지 요인이 57%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인지 유전자들의 영향력은 인지적 유전에서 나타나는 것보다 더 강하거나 그만큼 강한 관계성을 보여 주었다. 이 연구를 보면 지능지수라는 것이 인간의 지능을 평가하는 일부분에 지나지 않음을 분명하게 보여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