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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근수 Nov 25. 2022

5~8억 년 전의 지옥 같은 지구에서의 생명 진화


유일신 종교는 사후의 지옥을 말하지만 사실 지구의 과거는 지옥이었다.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하고, 대규모 화산폭발이 발생하고 지구 전체가 얼음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다행히 당시에는 인간은 흔적도 없었다. 지구는 얼음으로 뒤덮인 시기가 여러 번 있었다. 8억 5,000만 년 전에 두 번째 빙하기가 나타났고 5억여 년 전 ‘캄브리아기 대폭발’이라는 이름으로 생물이 급격하게 증가하였다.   

  

공룡 멸종을 초래한 6천여만 년 전 소행성 충돌의 수십 배나 되는 엄청난 양이 약 8억 년 전 지구와 달에 떨어졌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름 100㎞의 소행성이 8억 년 전 알 수 없는 이유로 파괴되면서 일부는 지구와 달에 떨어지는 등 태양계 곳곳으로 날아가고 잔해는 소행성이 됐다. 그 결과 달에 있는 8개의 충돌구가 약 8억 년 전 동시에 만들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달은 침식 과정이 거의 없어 운석이 떨어진 크레이터가 오래 보존된다. 지구에도 엄청난 양의 소행성이 떨어졌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나 이때 만들어진 충돌구는 풍화·침식과 지각변동 등으로 확인 불가능하다. 이 운석 소나기로 생명 활동의 주요 원소인 인이 지구로 다량 유입됐을 것이라는 학설을 제시했다.     


약 7억 년 전에는 얼음이 적도를 포함한 지구 전체를 뒤덮은 최악의 빙하기였고 이 시기의 지구를 ‘눈덩이지구’(Snowball Earth)라 부른다. 눈덩이지구는 2억 년 가까이 이어졌다. 지구는 약 6~7억 년 전 극심한 빙하기(Cryogenian period, 약 7억2천만~6억3천500만 년 전)였다. 눈덩이지구는 지구상에서 가장 심각했던 빙하기 가운데 하나로 ‘크라니오제니아기(Cryogenian)’라 부른다.     


약 7억5천만 년 전까지 지구는 로디니아라고 불리는 대륙 하나만 있었다. 지구의 지각은 여러 개의 거대한 판으로 끊임없이 움직여 왔다. 지난 10억 년간 지구의 이런 판구조 변화를 40초 영상으로 응축해 담아낸 연구 결과물이 나왔다(참고 동영상: https://youtu.be/gQqQhZp4uG8). 전 세계 대륙을 다니며 수집한 지질 자료를 토대로 만들었다. 대륙의 이동뿐만 아니라 판의 경계, 바다의 움직임까지 10억 년에 걸쳐 처음으로 보여주는 영상자료이다. 지구의 판은 1년에 몇 센티미터 움직이지만 10억 년의 시간으로 보면 커다란 변화를 보여준다. 10억 년이 40초로 집약된 영상은 마치 춤을 추는 것 같다. 이러한 판의 변동은 바다를 바꾸고 생물 종의 진화에도 커다란 영향을 준다.     


2017년 미국 하버드대학 연구팀은 약 7억 1,700만 년 전 있었던 대규모 화산 활동이 지구에 최악의 추위를 몰고 왔다고 발표했다. 북극에 가까운 지역에서 대규모 화산 활동이 일어나 방출된 유황이 햇빛을 차단해 지구에 강력한 한파가 찾아왔다는 것이다. 알래스카와 캐나다 북부 지역에 걸친 광활한 지역에서 화산폭발이 일어나서 그 결과 지구 표면 온도도 크게 내려갔다. 연구진은 빙하기에 형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유황 퇴적물을 발견하고 유황을 빙하기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퇴적물에 있는 유황의 양으로 보아 방출된 이산화황 가스가 지구 대기를 덮고도 남았을 정도였다고 추정했다. 우리나라 충청도와 전라도 지역에서도 약 7억 2,000만 년 전으로 추정되는 빙하퇴적층이 발견되었다.     


이런 환경에서 초기 생명체들이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는지는 주요한 관심사였다. 산화융해수가 생명체에게 산소를 공급한 것이라는 연구가 나왔다. 캘리포니아와 나미비아, 호주에 남아있는 암석들을 통해 조사를 수행했다. 암석은 빙하 퇴적물로부터 받은 철을 매우 풍부하게 지니고 있는데, 심했던 빙하기 동안의 환경 조건을 이해할 수 있는 지표 가운데 하나였다. 자연적으로 발생해 고체로 남은 철분 형성물 내 화학 구조를 분석해 당시 바다 산소량을 추정했다. 분석 결과 산소화된 융해수의 공급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 시기 사막은 모두 얼음으로 뒤덮였고, 바다도 산소 부족으로 해양 서식지에 충분한 산소를 공급할 수 없었지만, 산화 융해수가 생명체에 핵심 요소로 작용했을 것이란 추정이다. 산화 융해수의 공급은 지표면의 빙하가 떠다니기 시작한 곳에서 발견됐다. 이는 기포가 빙하 얼음 속에 갇혀 있다 녹으면서 물속으로 방출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동물들이 극한 빙하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다.     


1946년 러시아에서 약 5억5천800만 년 전 디킨소니아(Dickinsonia) 화석이 발견되었다. 그러나 그것의 정체를 놓고 논란이 이어졌었다. 디킨소니아는 선캄브리아기에 살았던 에디아카라 생물군에 포함돼 있다. 에디아카라 생물군은 호주 에디아카라 언덕에서 발견됐으나 단세포 아메바, 이끼류, 초기 동물인지 논란이 많았다. 호주국립대학(Australian National University, ANU) 일야 보브로프스키이(Ilya Bobrovskiy) 박사 연구팀은 디킨소니아(Dickinsonia) 화석에서 콜레스테롤 분자가 포함된 조직을 발견했다. 콜레스테롤 분자는 동물의 대표적 특징으로 디킨소니아가 동물이라는 점을 확증한다. 이 화석은 박테리아의 시대와 캄브리아기 대폭발 때 등장한 대형 동물 세계 사이를 잇는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팀은 이 화석이 최초의 동물 화석으로 확인됨에 따라 과거에 추정했던 시기보다 수백만 년 앞선 5억5천800만 년 전에 몸집이 큰 동물이 많았다는 점이 입증됐다.     


2011년에는 약 6억 년 전 깊은 바다에 살았던 해초와 벌레 같은 동물들의 화석이 중국에서 무더기로 발견되었다. 캄브리아기 이전에 살았던 동식물의 온전한 화석 3천 점이 산소가 없는 물속에 퇴적된 혈암층들 사이에서 발견된 것이다.     


2억 년간의 빙하기가 끝난 후 최초의 다세포 생물군인 에디아카라(Ediacara) 생물군이 등장한 것이다. 기나긴 맹추위가 물러나면서 지구 생물들의 진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약 5~6억 년 전 (Ediacara) 시대 이전에는 거의 모든 화석이 단세포 생물이거나 현미경으로 들여다봐야 할 정도로 크기가 작았다.     


캄브리아기 대폭발 이전 에디아카라(Ediacara) 시대 생물인 킴베렐라(Kimberella)는 민달팽이와 비슷하다. 이 화석을 분석한 결과 바다의 바닥에서 박테리아와 조류를 먹었으며, 입과 장을 갖고 먹이를 소화한 것으로 추정한다. 킴베렐라는 길이가 약 15㎝로 자라는데, 영양분과 에너지가 풍부한 조류가 덩치를 키워주는 촉매가 됐을 것이다. 킴베렐라와는 달리 디킨소니아(Dickinsonia)라는 에디아카라 생물은 입과 장 등이 없는 덜 진화한 생명체였다. 이들은 모두 캄브리아기 대폭발보다 2천만 년 앞서 존재했다.

https://www.cell.com/current-biology/pdf/S0960-9822(22)01699-2.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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