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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근수 Nov 26. 2022

인간에게 ‘팬케이크’를 유산으로 남긴 네안데르탈인


인간은 아주 오래전부터 요리해서 음식을 먹었다. 17만 년 전부터 불을 사용한 요리를 시작했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이스라엘 요르단강 근처의 78만 년 물고기 화석을 분석해 보니 불로 생선을 구워 먹은 것이었다. 요리의 기원은 훨씬 과거로 소급된다. 사실 인간만이 요리한 것은 아니다. 수만 년 전 네안데르탈인도 요리해서 먹었다. 야생 견과류와 풀, 콩 등으로 음식을 만들었다. 이것들을 찧어 반죽 형태로 만들어 먹기도 했다. 아마도 팬케이크 모양으로 견과류 맛이 났을 것이다. 팬케이크는 그 이름은 달라도 전 세계 어디서나 있다. 달콤하게 만든 밀가루 반죽을 구워서 간단하게 만들 수 있다. 오늘날과 같은 팬케이크가 언제 만들어졌는지 알 수 없지만, 인류의 기원만큼 오랜 진화의 역사를 가졌다. 

https://www.cambridge.org/core/journals/antiquity/article/cooking-in-caves-palaeolithic-carbonised-plant-food-remains-from-franchthi-and-shanidar/0CB510C9E528CD7AD923469D78E14E42

     

문자가 없어 기록이 없는 네안데르탈인의 식성은 확실할 수가 없다. 일부 연구에서는 이베리아반도에서 발굴된 치아의 치석을 분석해 주로 채식을 한 것으로 밝혔지만 이베리아 이외 지역에서 진행된 다른 연구에서는 고기 이외에 다른 음식은 거의 먹지 않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2022년 네안데르탈인은 육식 위주의 생활을 했고 식물 섭취는 극히 적었다는 연구가 나왔다. 네안데르탈인 어금니 법랑질의 아연 동위원소를 분석해 식성을 밝혀낸 연구 결과이다.     


과거에는 아프리카에 있던 현생 인류의 조상들만 바다에서 식량을 확보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스페인 지브롤터에 있는 동굴에는 거의 10만 년 동안 네안데르탈인이 살면서 조개, 갑각류 등의 식량을 구한 흔적이 있다. 네안데르탈인도 조개를 잡기 위해 바다에서 다이빙했다. 이탈리아에 있는 동굴에서 발견된 조개를 분석한 결과 그 일부는 네안데르탈인이 해저에서 채집한 것이다. 포르투갈 피게이라 브라바 동굴(Figueira Brava site)의 발굴에서도 홍합과 물고기, 게 등 해산물과 돌고래와 바다표범을 비롯한 포유류와 물새 등의 잔해가 출토됐다. 이 동굴에 살던 네안데르탈인이 육지에서의 수렵과 채집뿐만 아니라 홍합을 채취하고, 바다표범 등을 사냥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연대를 추정한 결과 네안데르탈인이 유럽에 정착한 시기인 10만 6천~8만 6천 년 전인 것으로 나타났다. 논란이 있지만 해산물 섭취가 초기 인류의 인지 능력 향상을 가져왔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네안데르탈인도 해산물을 일상적으로 섭취하여 인지 능력이 향상되었을 것으로 추정해볼 수 있다. 네안데르탈인 역시 약 6만 5천 년 전에 이베리아반도의 동굴에 벽화를 남겼으며, 조개껍데기 유물도 네안데르탈인이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것을 보면 호모사피엔스와 같이 지능이 향상되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사실 우리는 네안데르탈인의 정체를 잘 모른다. 이들이 이 정도로 머리가 좋고 초기 인류와 유사하게 살았다. 그렇다 보니 우리 인간과 성적인 교류를 했고 우리 몸에는 이들의 유전자가 남아있다.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학자가 네안데르탈인의 연구로 노벨상을 받았다. 이들이 먹었던 ‘팬케이크’는 우리도 즐겨 먹는다. ‘역사’는 들여다볼수록 아이러니이다. ‘역사’는 호모사피엔스만의 역사가 아니며 역사의 주체도 인간만이 아니다. 원래 그랬다. 인간만이 몰랐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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