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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근수 Dec 01. 2022

네안데르탈인이 인간보다 머리가 나빠서 멸종했다?


네안데르탈인이 멸종한 원인은 아직 확실하지 않다. 지적 능력의 차이로 인하여 호모사피엔스가 네안데르탈인을 멸종시켰다는 주장도 있다. 


실제로 인간의 지적 능력과 네안데르탈인의 지적 능력 차이를 가져온 유전자 하나가 2022년 연구로 나왔다. 아주 적은 유전자 차이로 호모 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의 뇌 발생의 과정이 달라졌고, 그에 따라 인류의 인지능력이 더 뛰어났다. 현생인류와 네안데르탈인은 ‘TKTL1'이라는 유전자 유형이 다르다. 

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ence.abl6422


이 유전자는 태아가 발생하는 과정에서 뇌 신피질에 집중적으로 발현, 피질에서 신경세포 생성을 촉진한다. 신피질은 대개 비인간 동물과 인간을 가르는 중요한 차이로, 기억과 감각을 비롯한 고도의 정신 적용과 관련된 부위다. 이 차이로 정교한 언어와 문화가 탄생했다. 유전자의 아주 미미한 차이가 가져오는 파장은 엄청나게 크다. 같은 종 내에서도 아인슈타인 같은 천재와 지능발달장애를 가진 사람이 동시에 존재한다.     


2018년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학(데이비스)의 리처드 코스(Richard Coss) 교수는 네안데르탈인이 그림을 그릴 수 없었기 때문에 멸종했다는 주장을 했다. 네안데르탈인의 뇌가 그림을 그릴 만한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다. 동물을 그리는 것처럼 생생한 모습을 그리려면 머리에 떠오른 심상(心象)대로 손을 움직이는 능력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바로 호모 사피엔스만이 가진 능력이란 것이다. 호모 사피엔스는 아프리카 초원에서 사냥을 하며 살았는데, 초원은 탁 트인 곳이라 사냥감에 가까이 가기 어렵다. 따라서 먼 곳에서 창을 던져야 하였고, 호모 사피엔스는 창을 던지면서 시각적 상상력과 팔 동작을 일치시키는 능력이 발달했고, 덕분에 벽화를 그릴 수 있었다는 주장이다. 반면 네안데르탈인은 유라시아의 숲에서 동물에게 가까이 다가가 창으로 찔러 사냥을 하여 그림을 그릴 수준까지는 뇌가 발달하지 못했다. 시각과 운동을 일치시키는 능력은 뇌 측두엽이 관장한다. 호모사피엔스의 뇌는 점차 둥글어지고 네안데르탈인보다 더 공 모양에 가까워서 측두엽이 더 발달했다. 하지만 이 주장은 모순이 있다. 네안데르탈인의 동굴벽화가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2012년 영국 브리스틀대학 앨리스테어 파이크 교수는 스페인 엘 카스티요 동굴벽화는 최소한 4만 년 이전인데 네안데르탈인이 그렸다는 주장이다. 지적인 능력 차이를 그림을 못 그렸을 거란 주장은 그럴싸하지만 객관적 증거가 부족해 보인다. 지나친 논리적 비약이다.     


지적인 능력 차이를 자폐증과 연결시켜 네안데르탈인 멸종을 설명하는 학자도 있다. 구석기시대 벽화가 현생인류의 진화에서 자폐 성향 유전형이 선택 됐음을 보여주는 한 예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자폐 성향인 사람이 보이는 고도의 인지능력 가운데 하나가 사진 같은 시각 기억력과 대상을 3차원으로 재구성할 수 있는 공간 지각력이다. 3만 년 전 유럽의 동굴벽화가 자폐 성향인 사람이 그린 것이고 이때 이미 인간은 이런 사람을 우대했을 것이란 주장이다. 또한 당시 인류가 생존하는데 이런 재능을 지닌 사람들이 큰 몫을 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네안데르탈인과 현생인류의 운명을 가른 건 사회성은 떨어지지만 재능이 뛰어난 사람들을 높이 평가한 결과라는 말이다. 여전히 논리적인 비약이 크지만 천재적인 업적을 남긴 사람들이 어느 정도는 자폐성향이 있는 것을 보면 이해는 된다. 그러나 네안데르탈인도 벽화를 그렸다는 증거가 밝혀져 네안데르탈인도 자폐성향을 가진 개체가 존재할 가능성도 있어 의문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인간의 유전자에는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가 일부 섞여있다. 아직 네안데르탈인의 정체가 무엇인지 확실히 밝혀진 것도 아니다. 그들이 왜 사라졌는지, 정말로 사라진 것인지 아니면 우리가 생각지도 않은 기원을 가지고 있는지는 두고 볼 일이다. 스반테 페보 같은 또 다른 노벨상 수상자가 그것을 해결할 수 있기를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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