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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근수 Dec 18. 2022

직립보행 진화로 보는 프리솔로 등반가 알렉스 호놀두


인간이 서서 걷는 직립보행은 숲을 벗어나 평지 생활을 하면서 시작됐다. 후기 중신세-선신세(late Miocene-Pliocene)에 숲이 줄어 인류 조상이 숲속 나무에서 내려와 평지 생활을 하면서 직립보행이 시작된 것으로 추정한다. 인류의 직립보행을 설명하는 이론은 많다. 찰스 다윈은 인류가 손을 자유롭게 만들어 돌과 같은 도구를 사용하고 창과 같은 무기를 만들기 위해 두 발로 걷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인류가 처음으로 도구를 사용한 것은 250만 년 전으로 인류가 직립보행을 시작한 지 400만 년 후에 나타났다. 


2010년 러브조이(C. Owen Lovejoy)는 직립보행은 일부일처제로 발생하였다는 이론을 내놓았다. 기후가 변화하여 식량을 구하기 어려워졌고 특히 새끼를 키우는 암컷은 먹을 것을 구하기 더욱 힘들어졌다. 초기 인류는 수컷이 암컷과 새끼를 양육하고 대신 암컷은 식량을 제공하는 수컷과만 독점적으로 짝짓기를 하게 됐다. 따라서 수컷은 식량을 더 많이 필요했고 손과 팔로 먹을 것을 들고 다니도록 진화하면서 직립보행을 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오늘날 침팬지들도 ‘귀한’ 먹이를 옮길 때는 앞발로 먹이를 들고 두 발로 걸어 다닌다. 이동에 더욱 효율적이기 때문에 직립보행이 나타났다는 주장도 있다. 기후 변화가 일어나면서 숲을 떠나 초원에서 이동하면서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해 두 발로 걷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었다는 설명이다. 네 발로 걷는 침팬지는 사람보다 에너지를 70% 이상 더 쓴다. 


직립보행의 진화과정은 여전히 해결하지 못한 과제이다. 그간 직립보행이 나무에서 먼저 이뤄졌다는 의견과 땅으로 내려온 뒤 서서히 직립보행을 하게 됐다는 주장이 맞서왔다. 후자는 사바나가설로 불린다.


사바나가설을 보완하는 가설도 있다. 2012년 미국·일본·영국 등 과학자의 연구팀들은 인류 초기 조상이 먹이를 놓고 경쟁을 펼치는 과정에서 먹이를 쉽게 운반하기 위해 직립보행을 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2013년 요크대학교 고고학연구팀은 지질구조 판이 이동하거나 화산이 분출되는 등 지형의 기복이 심해지면서 네 발로 걸어 다니기 매우 불편했던 것이 원인일 것이라는 가설을 제기했다.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난 이론들도 있다. 사바나 초원의 큰 풀 위로 더 잘 보기 위해 직립보행을 했다는 이론, 노출되어 있을 때 태양열에 노출되는 신체 범위를 줄이기 위해 직립보행을 했다는 이론이 그것이다. 하지만 호미니드는 대부분이 숲이 우거진 곳에서 살았다는 사실 때문에 두 이론 모두 신빙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됐다. 당시 호미니드는 130cm가 안 되어서 두 발로 서도도 멀리 볼 수 없었고, 오히려 포식자에게 공격당하기 쉽다는 점에서도 진화상의 이점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외에도 수중생활도 하게 되면서 물살을 더 빨리 헤치기 위해 손을 사용하기 시작했다거나 나무에 매달린 과일을 따기 위해 손을 쓰기 시작해 직립보행이 시작됐다는 이론도 있다.


사바나가설은 도전을 받고 있다. 기후변화가 시작되기 전부터 직립보행을 했던 영장류가 존재했으며, 일부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숲속에 살면서 나무타기와 직립보행 모두에 적응을 했다는 증거가 발견되면서 사바나가설은 도전을 받았다. 2009년 10월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발표한 아르디(아르디피테쿠스 라미두스)는 약 440만 년 전에 살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의 엄지발가락은 침팬지처럼 옆으로 뻗어 있었다. 그러나 유연하게 구부러져서 나무를 오르내릴 수 있는 침팬지의 발과는 조금 달라, 이들이 불완전하게나마 서서 걸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처음에는 직립보행과 나무타기를 병행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인류가 숲이 아닌 초원에 적응해 직립보행을 진화시켰다는 이전까지의 가설은 흔들릴 수 있다.


2022년에도 같은 취지의 연구가 발표되었다. 이들은 인간이 처음 직립보행을 한 곳과 지형이 비슷한 탄자니아 서부 침팬지들의 행동을 관찰해보면 사바나가설이 잘못되었음을 알 수 있다는 주장이다. 숲과 평지가 함께 하는 지역에 사는 이들 침팬지는 평지보다 숲속 나무 위에 있을 때 두 발로 서는 행동을 더 많이 한다. 직립 행동의 85% 이상이 나무에서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를 보면 나무가 적고 건조한 사바나 환경이 인류의 직립보행에 촉매가 됐을 것이라는 이론에 의문이 제기되는 현상이다. 인간이 나무 위에서부터 이미 두 발로 서서 이동하도록 진화한 것으로 보인다.

https://doi.org/10.1126/sciadv.add9752


그러나 수백만 년 전의 침팬지와 이들 침팬지는 다르다. 그동안 진화가 이루어져 현재의 침팬지로 과거를 추정할 수는 없다는 한계가 있다.


2013년 연구에 의하면 현대인의 약 8% 정도가 유인원처럼 나무타기에 좋은 ‘유연한’ 발을 가졌다. 가운데가 평평하고 심지어 살짝 위로 구부러지기까지 하는 발이었다. 실제로 사람들 중에는 유난히 나무를 잘 타는 사람이 있다. 암벽등반이나 실내암벽을 해보면 특출한 사람이 분명이 있다. 필자 같은 사람은 암벽등반을 잘해보려고 해보았지만 재능이 없었다. 직립보행 면에서는 진화가 잘 된 것 같다. 이글을 읽는 독자 중에 관심 있는 분은 알렉스 호놀두(Alex Honnold)라는 세계적인 암벽등반가의 동영상을 보기 바란다(https://youtu.be/tnRoda7Ke2w). 아마 가슴이 울렁거려 보지도 못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프리솔로(free solo)라는 암벽등반을 하는 장면이다. 홀로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떨어지면 즉사하는 등반을 한다. 이런 사람은 분명 보통 사람과는 분명하게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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