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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근수 Dec 15. 2022

암흑에너지 가속팽창 우주, 한국대학 반론 노벨상 받을까


미국 애리조나 주 로웰 천문대(Lowell observatory)에서 근무하던 베스토 슬라이퍼(Vesto M. Slipher, 1875~1969)는 1912년 망원경으로 안드로메다 성운의 스펙트럼을 관측했다. 스펙트럼을 분석했더니 파장이 청색편이를 보였다. 이는 안드로메다 성운이 지구를 향해 오고 있음을 의미했다. 이후 계속해서 다른 스펙트럼을 관측한 결과 빛이 더 파장이 길어지는 적색편이를 보이는 성운들을 발견했다.


거대한 망원경으로 먼 우주를 관측한다는 것은 과거를 본다는 뜻이다. 우리는 하늘을 바라보며 과거를 본다. 지금 이 순간에도 다양한 과거의 모습이 중첩되어 하늘에 겹쳐 있다. 천문학에서는 더 먼 우주를 볼수록 더 먼 과거를 보게 되는 것을 ‘룩백타임(Look-back time) 효과’라고 부른다. 


우주가 지구를 중심으로 뻗어나가듯 멀어지고 있다고 착각하면 지구를 우주의 중심으로 두고, 주변 우주를 이해하는 중세적인 착각이다. 우주 시공간이 팽창하는 팽창률이 먼 과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변화하지 않고 일정하게 유지되었다면, 은하가 더 멀어질수록 그 은하가 우리에게서 멀어져가는 후퇴 속도도 완벽하게 비례해서 빨라져야 한다.


대부분의 천문학자들은 초기에는 우주의 팽창이 더뎌지다가 최근 들어서 암흑 에너지의 효과가 압도하기 시작하면서 다시 우주의 팽창이 가속되는 방식의 진화 모델을 추정하고 있다. 암흑 에너지에 의해 우주가 가속팽창 한다면 과거의 우주는 지금에 비해 더 느리게 팽창했을 것이다. 따라서 거리가 먼 과거 우주의 팽창보다 거리가 가까운 우주의 팽창이 더 빠르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것은 절대적인 후퇴속도가 아니라, 그 후퇴속도가 어떻게 변화하는 지이다. 먼 은하의 우주 팽창률은 가까운 은하보다 작다. 가까운 은하는 그 은하들이 멀어지는 후퇴 속도가 더 빠르다. 먼 우주에 비해서 가까운 우주로 올수록 과거에 비해 현재로 올수록 우주 팽창이 가속되는 가속팽창을 하고 있다. 더 먼 우주에 비해 가까운 우주로 올수록 우주의 팽창률이 더 커진다. 당연히 절대적인 후퇴속도는 먼 은하들의 후퇴속도가 가까운 은하들에 비해서 더 빠르다. 허블이 발견한 ‘팽창하는 우주’에 의하면 멀리 있는 천체일수록 빠르게 멀어진다.


1998년 우주가 가속팽창 중임이 발표되었다. 초신성을 활용해 아주 먼 은하들의 거리와 스펙트럼을 분석한 결과 더 먼 은하들의 거리가 예상보다 더 먼 것으로 추정되었다. 우주가 점점 빨리 커지며, 이로 인해 우주는 영원히 팽창할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그리고 미지의 에너지가 그 배후에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서 우주의 가속팽창을 이끌어내는 암흑 에너지(Dark Energy)가 제시되었다. 우주가속팽창은 우주의 70%를 이루고 있다 추정되는 ‘암흑에너지’의 존재를 뒷받침하는 이론이다. 이 연구로 아담 리스, 사울 팔머터, 브라이언 슈미트가 2011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버클리 대학과 하버드대학은 미국 서부와 동부를 대표하는 대학 소속 연구자가 같은 견해를 내놓았고 발표 후 10여년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노벨물리학상이 수여되었다. 


과거 우주는 ‘정상팽창’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정상팽창이란 완만한 속도로 우주가 팽창하는 걸 말한다. 그리고 빅뱅의 힘이 약해지면 우주는 수축할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 물질은 중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팽창하는 우주는 중력에 의해 수축해야 한다. 그러나 우주는 팽창하고 있으며  팽창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다. 이것은 중력보다 큰 힘이 우주를 팽창시키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 힘을 암흑에너지라고 부르며 그것이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에 ‘암흑’이라고 부른다. 암흑 에너지(暗黑 energy, dark energy)는 우주에 널리 퍼져 있고 밀어내는 힘인 척력(斥力)으로 작용해 우주를 가속 팽창 시키는 힘을 말한다. 


최근에 밝혀진 증거에 의하면, 우주의 은하들은 우리에게서 멀어져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속도도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 그런 결과는 모든 예상을 벋어나는 것이다. 암흑에너지는 우주팽창을 가속시킨다고 알려져 있다. 우주는 암흑물질뿐만 아니라, 암흑에너지로도 채워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과학자들은 그것을 진공에너지 또는 더 이국적인 제5원(元)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것을 무엇이라고 부르거나 상관없이 아무도 설명하지 못하는 것을 설명하는 방법이 될 것처럼 보인다.


진공상태에서 빛보다 더 빠른 물체는 없다. 그러나 팽창속도에 제한이 없는 우주는 결국 빛을 따라 잡을 것이다. 빛이 우주공간을 이동하면서 파장이 길어지고 이동거리가 멀수록 파장은 더 길어진다. 스펙트럼이 적색 쪽으로 많이 이동했을수록 그 빛은 더 멀리 이동했다는 의미도 된다. 이러한 스펙트럼의 이동을 ‘적색이동(red shift)’ 혹은 ‘적색편이’라 부른다. 우주의 팽창속도에는 제한이 없다. 우주는 물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은하가 우주를 가로질러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우주가 팽창하면서 서로 멀어지는 것이다. 


우주가 시간이 지날수록 빨리 팽창하고 있고, 그 배경에는 암흑에너지가 있다는 주장은 ‘표준촛불(standard candle: 초신성)’ 연구에서 나왔다. 초신성이란 수명을 다한 별이 핵융합을 일으키며 밝은 빛을 폭발하듯 내뿜는 현상이다. 초신성은 말 그대로 아주 빛나는 신성으로 나타났다가 이내 사라진다. 백색왜성이 있는 쌍성 계나 태양보다 큰 별은 최후에 폭발을 일으키며 밝게 빛나는 것이다. 초신성, 1a형 초신성은 밝기가 거의 같다고 생각되었다. 


우주가 암흑에너지에 의해 가속 팽창하는 가장 직접적인 증거는 Ia형 초신성을 이용한 먼 은하의 거리 측정에서 시작됐다. 초신성 Ia(one-a) 형의 최대 광도를 이용하여 은하의 거리를 측정하는 방법이다. 이 초신성은 초신성 폭발 때 최대 밝기가 거의 일정하여 그 거리를 결정할 수가 있다. 핵심 가정은 초신성의 광도가 모항성(progenitor star)의 나이에 따라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초신성우주론은 초신성에서 발생하는 빛의 최대 밝기가 별의 나이와 상관없이 같다는 이론이다. 우주가속팽창 모델은 그 이유를 암흑에너지에 의한 우주의 가속 팽창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지구에서 먼 별보다 가까운 별이 더 빠르게 멀어지고 있어 밝기가 더 약하다는 것이다.


2019년 연세대학 이영욱 교수는 “암흑에너지는 없다. 나는 우주에 암흑에너지가 없다는 쪽에 베팅을 하겠다. 우리 팀이 갖고 있는 증거에 따르면 그렇다.”라고 말했다. 암흑에너지가 있다는 1998년 두 미국 연구팀의 발표는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하며, 관측 자료를 잘못 해석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다. 암흑에너지를 발견한 게 아니고, 천문학에서 ‘표준촛불’로 불리는 1a형 초신성의 밝기가 달라질 수 있다는 걸 알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2020년 1월 초신성의 최대 밝기가 서로 다르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특히 지구에서 가까운 초신성일수록 밝기가 더 낮았다. 초신성우주론의 핵심 가정에 오류가 있다는 관측 증거이다. 초신성의 밝기 최댓값이 서로 다르다는 것이다. 초신성의 밝기 최댓값이 별의 나이와도 매우 높은 상관관계를 갖는 것으로 확인됐다. 별의 나이가 어릴수록 초신성 밝기가 낮아진다. 노벨상 수상자인 아담 리스(Adam Riess) 연구팀은 2020년 6월 반박 논문을 발표했다. 2020년 10월 아담 리스 팀의 반박 자료가 오히려 연구팀의 결과를 더욱 강력히 지지한다고 발표했다. 아담 리스 팀의 반박자료 데이터를 면밀히 분석해 초신성의 광도 표준화 과정이 모항성의 나이에 따라 변한다는 결정적인 증거를 발견했다는 입장이다. 이 결과는 2021년 캘리포니아 대학 연구팀에 의해 제3자 검증이 이뤄졌고, 다수의 연구자들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다.


2022년 12월 다시 이영욱 연세대학 교수 연구팀은 우주가속팽창의 직접적 증거인 ‘초신성우주론’의 핵심 가정에 오류가 있다는 증거를 발표했다. 

https://academic.oup.com/mnras/article/517/2/2697/6750248


그동안 우주가속팽창 모델을 지지하는 증거로 사용된 초신성 데이터가 오히려 가속 팽창이 없는 우주모델을 지지한다는 결과가 나온다. 하지만, 다른 적색편이 구간의 다양한 샘플을 사용한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 연구팀은 관측 지점으로부터 다양한 거리에 있는 초신성의 데이터를 분석해 근거를 강화하는 후속 연구를 진행 중이다. 만일 최종적으로 반론이 확인된다면 노벨상을 받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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