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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근수 Dec 14. 2022

공룡대멸종을 둘러싼 과학계의 엄동설한 스캔들


2019년 맨체스터대학 로버트 드팔마(Robert A. Depalma)는 6천여만 년 전 대멸종으로 죽은 동식물이 고스란히 담긴 화석을 발견하여 과학저널에 발표하였다. 노스다코타(North Dakota) 주에는 대충돌의 흔적이 남아있는 화석지대에서 발견되었는데, ‘죽음의 장소(Killing Field)’로 불린다. 거기에는 철갑상어와 주걱철갑상어 같은 고대 물고기가 차곡차곡 포개진 채 화석으로 굳어있고, 불탄 나무, 죽은 포유류, 해양 파충류, 곤충, 암모나이트의 흔적도 있다. 이 화석 산지는 소행성이 떨어진 유카탄반도로부터 3000㎞나 떨어져 있으니 이상하긴 하다. 그러나 당시 엄청난 충돌로 지진이 일어나고, 바위는 증발했고, 조각난 소행성 파편 등이 하늘로 치솟았다가 지상으로 쏟아져 내리면서 엄청난 큰 산불을 일으켰다. 이 화석층 위에는 충돌 뒤 가라앉은 먼지 등을 포함한 퇴적층이 쌓여 있고, 퇴적층에는 지구엔 드물고 소행성이나 혜성에 풍부한 고농도의 이리듐이 검출돼 대충돌의 흔적임을 증명하고 있다.


멜라니 디링(Melanie A. D. During) 스웨덴 웁살라대학 박사과정 연구원은 2021년 6월 소행성 충돌로 공룡이 멸종했다는 분석 결과를 담은 논문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제출했다. 물고기 화석에서 동위원소 분석을 통해 6500만 년 전 소행성이 북반구를 강타해 공룡의 시대가 끝났다는 주장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멜라니 디링의 연구가 학술지에 실리기 전인 2021년 12월 로버트 드팔마는 소행성 충돌 사건은 봄에 일어났으며 이로 인하여 대멸종이 발생했다는 연구가 「Scientific Reports」에 발표되었다.


얼마 뒤 2022년 3월 스웨덴 웁살라대학 연구팀은 6천여만 년 전 소행성 충돌로 공룡이 멸종했다는 연구 결과가 「Nature」에 실렸다. 소행성이 따뜻한 어느 봄날 지구와 충돌하면서 생물의 70% 이상이 대멸종했다는 주장이다. 소행성은 미국 남쪽 멕시코 유카탄 반도에 떨어졌다. 당시 미국 중북부 노스다코타 주의 봄은 더 처절했다. 당시 소행성 충돌로 흙, 나무와 동물 사체가 쌓여있는 노스다코타 주의 화석이 그것을 말해준다. 발굴한 어류 화석을 분석해 소행성 충돌이 봄에 이뤄졌음을 확인되었다. 미국은 지구 북반구에 위치하여 당시 생물에게는 최악의 상황이었다. 대부분 생물들이 먹이를 찾고 짝짓기를 하던 때였다.


엘리엇은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묘사했다.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꽃을 피우며, 추억과

욕망을 섞으며, 봄비로

생기 없는 뿌리를 깨운다.


엘리엇의 장시「황무지」에 나오는 유명한 구절이다. 천만 명이 죽은 제1차 세계대전의 참상을 겪은 땅에도 라일락이 피는 4월을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묘사했다. 하지만 6천여만 년 전의 대 참상은 ‘잔인한’이라고 표현하기에는 너무 처절했을 것이다.


스웨덴 웁살라대학이 있는 웁살라의 12월 날씨는 영하 10도를 밑돈다. 잔인한 4월을 멀리하고 엄동설한이 웁살라대학으로부터 닥쳤다. 멜라니 디링 연구원은 지도교수와 함께 논문 피드백 사이트인 「PubPeer」에 드팔라의 논문이 이미 알려진 결론에 맞게 조작됐다는 성명을 냈다. 그래프와 그림이 데이터 분석 소프트웨어에 의해 생성된 것이 아니라 수동으로 만들어진 조작된 데이터이고 데이터 분석에 기초가 되는 기초 데이터(raw data)를 공개하지 않은 것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드팔라는 강력히 부인했다. 분석 작업을 실시한 학자가 논문이 출판되기 전 사망했고 데이터를 복구할 수 없어 기초 데이터가 누락됐다고 해명했다. 발표된 논문은 오래 전에 시작했고 공동 출판하려던 논문에 대한 논의가 무의미해진 뒤에 발표하게 됐다. 해당 과학저널은 조사 중이다. 진실은 당사자만 알겠지만 인간세계는 늘 쓸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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