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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근수 Dec 19. 2022

개미의 기원과 역사, 개미의 과학과 시



중생대(Mesozoic era)는 약 2억4500만~6500만 년 전의 시기로 트라이아스기, 쥐라기, 백악기로 구분된다. 중생대에 최초의 사회성 동물인 개미와 벌 등이 출현하였다. 


개미가 번성하면서 이들을 잡아먹고 사는 공룡의 크기가 줄어들었다. 공룡과 새의 중간 고리 공룡(alvarezsaurs)은 약 9천500만 년 전 약 5㎏으로 급격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공룡은 개미 같은 곤충을 잡아먹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개미를 잡아먹으면서 닭 크기로 몸집이 작아졌다. 먹이가 바뀌면서 덩치가 작아진 것이다. 이런 변화가 일어난 백악기에는 공룡 간 먹이경쟁이 심화하고, 꽃식물이 점차 확산하며 개미를 비롯한 새로운 곤충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들의 조상은 작은 타조 크기로 날카로운 이빨과 큰 눈, 유연한 앞발을 가져 잡식성 공룡으로 처음부터 작지도 않고 개미를 먹이로 삼았던 것은 아닌 것으로 추정된다. 공룡의 몸집이 작아진 것은 날기 위한 것이 아니라 동물 고기에서 개미로 완전히 새롭게 바뀐 먹이를 수용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하이에나에 속하는 땅늑대(aardwolf)는 작고 밤에 활동하기 때문에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하지만 풍부한 흰개미를 주식으로 하고 사람의 공격을 받을 일도 드물어 하이에나 중 가장 많다. 유전자 분석 결과 땅늑대는 1200~1500만 년 전 다른 하이에나와 갈라져 독자적으로 진화했다. 2022년 이전에 발견된 땅늑대 화석 중 가장 오래된 것은 400만 년 전의 것이었다. 2022년 1500만 년 전 살았던 땅늑대의 화석이 보고되었다. 깐수성에서 발견된 것으로 보이는 간수예나 메갈로티스(Gansuyaena megalotis)이다. 흰개미를 먹는데 필요한 긴 혀가 붙을 수 있는 부분과 뼈를 씹어 먹기에는 빈약한 이빨이 발견되었다. 이는 땅늑대가 다른 하이에나와 구분되는 가장 특징적인 부분이다. 이 화석은 땅늑대는 이미 1500만 년 전에 흰개미 포식자로 진화했음을 알려준다. 하이에나 진화 초기에 이미 흰개미 사냥 전문가로 독립한 것이다.


개미는 완전변태를 하는 곤충이다. 처음 알에서 나오면 지렁이처럼 몸통만 있는 애벌레가 된다. 다음 단계인 번데기는 더듬이와 다리가 모두 생겼지만 접힌 상태로 있다. 번데기에서 나오면 성충이 된다.


개미는 진사회성(眞社會性, eusociality) 동물이다. 진사회성이란 집단에서 특정 개체가 자손을 낳고, 다른 개체들은 자식들을 공동으로 부양하는 특성을 말한다. 개미 사회는 여왕개미만 알을 낳고 같은 암컷인 일개미가 키운다. 과학자들은 일개미들이 이타적 행동을 하는 이유를 친족 선택으로 설명한다. 자신과 유전자를 상당 부분 공유하는 친족을 도우면 그들을 통해 자신의 유전자를 후대에 퍼뜨리는 효과가 생긴다는 것이다. 암컷인 일개미가 직접 알을 낳지 않고 자신과 유전자를 공유하는 여왕개미의 알을 보살피는 것이 바로 친족 선택이다.


2022년 개미의 진사회성을 설명하는 ‘영양이론’을 지지하는 연구가 나왔다. 약탈 거미(학명 Ooceraea biroi) 번데기가 성충이 되기 전에 6일 동안 몸에서 영양이 풍부한 액체를 분비하는 것을 발견했다. 이때 개미와 애벌레들이 번데기 주변에 몰려 액체를 먹었다. 애벌레가 번데기 젖을 먹지 못하면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생존율도 떨어진다. 번데기가 분비하는 액체에는 호르몬들이 들어있었다. 이 호르몬이 애벌레 성장을 도울 것으로 추정한다. 성충과 애벌레는 번데기의 몸에서 액체를 없애 곰팡이 감염을 막는다. 개미도 젖과 비슷한 영양물질을 분비해 애벌레를 키우는 것으로 젖이 포유류의 전유물이 아닌 셈이다. 번데기가 분비하는 젖이 개미의 사회적 행동을 유발하는 요인일 수 있다. 개미 군집에서 서로 다른 발생 단계의 개체들이 영양물질 때문에 서로 의존하면서 진사회성이 발달했다는 영양 이론을 뒷받침한다고 밝혔다. 영양 이론은 20세기 후반 집단 유전학 이론이 사회적 곤충의 진화에 대한 설명으로 각광을 받으면서 쇠퇴했지만 다시 떠오르고 있다.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22-05480-9


조지 윌리엄스의 1966년 저서 『적응과 자연 선택』은 생명의 복잡한 적응은 오직 유전자의 이득을 위해 진화했다고 제안하였다. 즉 적응이 집단이나 군집, 생태계가 아니라 오직 유전자의 이득을 위해 진화함을 입증하여 당시 집단 선택설을 비판하였다. 적응은 우연한 부산물로 온전하게 설명을 할 수 있는 데도 불필요하게 자연선택을 끌어 들이면 안 된다는 것을 수없이 강조한다.


반면 사회생물학자들은 어떤 형질이 부산물일 가능성은 배제하고 모든 형질은 자연 선택에 의해 만들어진 적응이라고 적응 만능주의적인 생각을 한다. 예를 들어, 동물행동학자 콘라트 로렌츠는 개들이 싸울 때 상대방을 죽이지 않는 것은 종의 보존을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선택의 단위가 유전자라는 인식은 후에 도킨스에 의해 ‘이기적인 유전자 이론’으로 전개되었다. 그의 책 『이기적 유전자』(1976년) 서문은 윌리엄스 등의 과학자들이 제시한 개념이 자신의 책에 도움이 되었다고 썼다. 유전자의 관점에서 진화를 해석하는 신 다윈주의는 생물학계의 지배적인 이론 틀로 자리 잡아 수많은 새로운 연구 성과들을 생산하고 있다.


2010년에 사회생물학의 창시자라 할 수 있는 에드워드 윌슨과 이론 생물학자 마틴 노왁과 코리나 타르니타는 개미 등에서 나타나는 진사회성이 집단 선택에 의해 진화했으며 유전자의 눈 관점에 입각한 포괄 적합도 이론은 폐기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하였다. 이 주장에 대해  전 세계의 저명한 진화생물학자 1백 명 이상이 반박하였다.


윌슨은 2010년 주장을 담은 『지구의 정복자』(2013년 번역출간)를 출간했다. 윌슨 같은 집단 선택론을 주장하는 학자들은 인간의 도덕성과 이타성은 집단과 집단의 생존경쟁에서 유래한 적응이라는 주장을 한다. 윌슨은 이 점을 이렇게 말한다. “집단 내에서는 이기적인 개체가 이타적인 개체를 이길 수 있다. 하지만 이타적인 개인들의 집단은 이기적인 개인의 집단을 이긴다.” 더 나아가 종교도 초자연적인 존재에 대한 믿음의 공유가 집단의 결속을 강화하면서 나타난 적응으로 설명된다.


이들의 논쟁이 무엇이 옳은지 관심 없는 개미는 잘 살고 있다. 개미는 자신의 선택과 행위가 무엇에서 기원했는지 알 필요가 없다.


흰개미는 땅 속에서 흙을 이용하여 서식지인 흰개미 언덕(termite mound)을 만든다. 브라질 북부에서는 무려 2억 개의 흰개미 언덕들이 발견되었다. 하나의 높이는 약 2.5m 너비는 9m이고, 그 전체 면적은 영국 면적과 비슷한 23만 km²에 달한다. 이 흰개미 언덕이 만들어진 것은 최근의 것은 기원 후 1300년대부터 오래된 것은 기원전 1800년대였다. 연대추정은 보수적으로 하였기 때문에 실제 나이는 2배가 넘을 수 있다. 이 지역은 관목지대로 둘러싸여 우기에는 발견할 수 없었고, 건기는 기온이 높고 너무 황량하여 사람들이 가지 않아 발견되지 않다가 구글 어스 위성이 촬영한 사진으로 발견되었다. 흰개미 언덕이 있는 카팅가(Caatinga) 지역은 연 평균 강수량이 800㎜이고 몇 년 동안 비가 전혀 오지 않는 시기도 있어 흰개미의 먹이인 나뭇잎이 우기에 빗물에 떠내려가지 않도록 튼튼한 흰개미 언덕을 만들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일반적으로 흰개미 언덕이 옆에 있는 경우 경쟁적이고 공격적이지만 이곳의 흰개미는 서로 터널로 이어져 연결성을 더욱 강화하는 구조를 가져 공생하는 특성을 보였다. 흰개미 문명은 수천 년 동안 유지되고 있다.


둥지를 보호하기 위해 자폭하는 늙은 흰개미도 있다. 남미에 있는 프랑스령 기아나의 숲에 사는 흰개미(Neocapritermes taracua)의 등에는 파란색 반점이 있다. 이 흰개미는 외부의 누군가가 둥지에 침입하면 이 반점을 폭발시킨다. 반점 안에서 독액이 흘러나와 침입자를 퇴치한다.


개미는 연가시와도 관련이 있다. 영화 <연가시>가 2012년 수백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면서 화제가 되었다. 곤충에 기생하는 기생충으로 산란할 때 곤충을 조종하여 물속에 뛰어들어 자살하게 만든다. 연가시는 물에서만 짝짓기를 하므로 생존과 번식을 위하여 숙주를 물가로 몰아가는 것이다. 연가시가 곤충의 신경계에 작용하는 물질을 분비하여, 곤충이 갈증을 느끼게 만든다는 과학적인 가설이 있다. 초식동물에 최종 기생하는 흡충(Dicrocoelium dendriticum)은 곤충을 중간숙주로 삼는다. 소나 양의 배설물로 나온 흡충의 알은 달팽이 같은 패류가 먹고 유충이 되어 땅 위로 나온다. 이 유충을 개미가 먹으면 개미가 무리를 이탈하여 풀의 맨 윗부분에 가도록 유도한다.


소름끼치는 불개미도 있다. 미국 플로리다 주에는 토종 불개미가 산다. 으스스하게도 이 불개미의 집 안에는 다른 개미의 머리가 잔뜩 쌓여있다. 과학자들은 이 불개미가 이 개미를 전문적으로 잡아먹는 포식자라는 가설과 불개미가 이 개미의 버려진 둥지를 차지했다는 가설로 이를 설명해왔다. 그러나 2019년 불개미가 ‘화학적’ 의태를 통해 개미를 사냥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개미의 몸 바깥에는 큐티클 탄화수소라는 왁스 층이 있다. 이는 개미의 몸이 마르지 않도록 진화되어 나타난 것인데 나중에 자기 종족과 적을 구별하도록 진화했다. 따라서 종마다 왁스 층의 성분에는 차이가 난다. 그러나 이 불개미의 큐티클 탄화수소는 모두 그 지역에 사는 개미의 것과 일치했다. 확실하게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잡혀 먹인 개미들이 불개미를 포식자로 인식하지 못했던 것 같다.


개미는 필자가 좋아하는 박경리의 시에도 등장한다. ‘개미 쳇바퀴 돌 듯’이라는 시구를 썼지만 개미는 인간 종보다 훨씬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


바느질


눈이 온전했던 시절에는

짜투리 시간

특히 잠 안 오는 밤이면

돋보기 쓰고 바느질을 했다


여행도 별로이고

노는 것에도 무 취미

쇼핑도 재미없고

결국 시간 따라 쌓이는 것은

글줄이나 실린 책이다.


벼개에 머리 얹고 곰곰 생각하니

그것 다 바느질이 아니었던가.

개미 쳇바퀴 돌 듯

한 땀 한 땀 기워 나간 흔적들이

글줄로 남은 게 아니었을까


박경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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