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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근수 Dec 22. 2022

인간을 탄생시킨 이산화탄소와 트럼프를 탄생시킨 무지

2021년 지난 4억 년 동안 화산이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제거하고 온도를 안정화하는 역할을 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화산 분출 때문에 대기 중에 분출된 이산화탄소는 암석이 자연적으로 이루어지는 화학적 풍화작용(chemical weathering)을 거치면서 제거된다. 바위가 물리 화학적 반응을 통해 흙이 되는 풍화작용에서는 물이 주요 원인이지만, 대기 중의 산소와 이산화탄소, 생물학적 유기체의 활동도 중요하다. 풍화의 산물인 칼슘과 마그네슘이 강을 통해 바다로 흘러들어 가 이산화탄소를 가두는 미네랄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긴 지질학적인 시간 동안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수준을 조절하고, 그에 따라 기후도 조절된다. 대륙에서 줄지어 있는 안데스 산맥이나 미국 서부 산맥 같은 화산(화산호, volcanic arcs)들이 지난 4억 년 동안 풍화 강도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한 동인이었다. 이 화산들은 가장 빠르게 침식되는 지형으로 화산암은 화학적으로 잘 반응하기 때문에 빠르게 풍화돼 바다로 흘러 들어간다. 화산들은 대규모의 이산화탄소를 분출해 이산화탄소량을 증가시켰으나 다른 한편으로 급속한 풍화 반응을 통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제거하였다.


화산뿐만 아니라 식물도 지구상 이산화탄소 감소에 영향을 주었다. 키 크고 뿌리 깊은 나무들이 숲을 형성하기 전에는 짧은 뿌리에 꽃이 없는 관목 같은 작은 식물들이 자랐다. 이 시기에는 이산화탄소가 많아 강력한 온실 효과를 내어 기온이 높았다. 약 3억8천500만 년 전 키 큰 나무들로 숲이 형성되면서 이산화탄소가 급격히 줄어들어 지구 기온이 낮아졌다. 기온이 떨어지면서 극지가 얼음으로 덮였다.


그러나 숲이 출현하기 전인 4억 년 전경 데본기(Devonian Period) 초기와 중기에 이미 관다발 조직을 가진 작은 식물들이 이산화탄소를 줄이고 산소 수치를 높여놓았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2022년 나왔다. 지금까지는 당시 이산화탄소 농도가 2천~8천 ppm이었다. 그러나 이 연구에 의한 추정은 525~715 ppm으로 오늘날의 415 ppm보다 30~70%밖에 높지 않았다. 당시 열대지역 표면의 평균 기온이 24.1~24.6℃로 온난한 지구였을 것으로 추정했다.

https://www.nature.com/articles/s41467-022-35085-9


이산화탄소 농도는 인간이 지구상에 살게 된 필수 전제조건이다. 21세기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수준은 지난 300만 년 중 그 어느 때보다 높고, 인간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량은 화산에 의한 배출량보다 약 150배나 많다. 세계 각국이 자국 경제에만 신경을 쏟고 온실가스를 방관하면 이산화탄소, 메탄, 이산화질소 같은 온실 가스는 오존층을 파괴하고 평균기온을 높일 것이다. 온도가 5도 이상 올라가면 대부분의 인간은 지구상에 살 수 없을 것이다. 식물인 관목과 나무들이 생명이 살만한 지구를 만들어 놓았지만 동물인 인간이 파괴하며 자멸로 가고 있다. 그나마 그 사실을 인간이 인지하고 있다는 것이 천만다행이다. 하지만 인간의 선택은 불안정하다. 미국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인 2016년 파리협약을 비준했다. 하지만 2017년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파리협정의 전면적인 이행을 중단한다며 파리협정 탈퇴를 직접 발표했다. 파리협정은 미국에 불이익을 가져다준다는 이유이다. 4년 후인 2021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국이 파리 기후변화협약에서 탈퇴한 결정에 대해 사과했다. 트럼프 같은 반지성적인 정치지도자가 많이 나타나면 인류는 자신이 만든 문명의 독가스에 의해 멸종될 수 있다. 호모 속, 사피엔스 종이 ‘슬기로운’ 종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겠지만, 트럼프 같이 ‘멍청한’ 존재로 스스로 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자기 인생 80년만 바라보고 살고 자신의 구원만 생각하고 사는 트럼프 같은 인간에게  ‘남’이나 수십만 년이지 수십억 년은 무의미하다. 조금만 자아를 확대해보면 보이는 것이 달라진다. 지구상에서 인간이 산 기간은 수십만 년이다. 지구역사의 0.01%이다. 지구가 존재하는 기간 동안 대부분 인간 없는 세상이었다.  한 인간이 지구상에 산 기간은 지구역사의 0.000002%이다. 지구상에 0.000002% 기간 이전과 이후에는 ‘나’는 없다. 개인이 죽으면 인간이 멸종하면 새로운 생명이 지구를 지배할 것이다. 어떤 방식인지는 알 수는 없다. 수만 년 수십만 년 이내에는 멸종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언젠가는 사라질 존재임은 분명하다. 그것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는 누구도 떠올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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