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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근수 Dec 23. 2022

인간은 지금도 진화하고 있는가? 완성되었는가?

유전자는 유전의 기본적인 단위로 DNA로 이루어져 있다. 유전자는 단백질 분자를 만들기 위한 신호로 작용하지만 많은 유전자들은 단백질을 암호화하지 않는다. 인간은 2만에서 2만 5천 개 사이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고 추정한다. 인간의 유전자 크기는 수백 개의 DNA 염기에서 200만 개 이상의 염기까지 다양하다.


스티븐 제이 굴드처럼 저명한 생물학자들은 인류의 진화가 호모사피엔스가 아프리카를 떠나 퍼져나가던 5만 년 전에 끝났다고 주장한다. 스티븐 제이 굴드는 “지난 4만년 또는 5만년 동안 인류는 생물학적 변화를 전혀 겪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인류의 생물학적 진화는 멈추었으며 유전적인 진화는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이 과학계의 믿음이다. 어떻게 ‘진화’ 학자들이 진화가 멈추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사실 인류의 생물학적 진화가 멈추었다는 주장은 지나친 주장으로 보인다. 솔직히 틀린 말이다. 과거 1만 년 동안 ‘중요한’ 진화가 일어난 것은 아니다. 진화는 ‘더 긴’ 세월을 요구한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 우리가 어떻게 진화될 것인지는 예측할 수는 없지만 환경의 변화가 그 방향을 결정할 것임을 틀림없다.


반면 2010년 국내에 소개된 물리학자 그레고리 코크란과 유전학자 헨리 하펜딩은 『일만 년의 폭발』에서 인류의 진화는 오늘날까지 지속되고 있다는 주장을 하였다. 더욱이 인류의 진화가 최근 1만년 동안 과거 6백만 년보다 거의 100배 빠른 속도로 일어났다는 ‘급진적인’ 주장을 하였다. 그 사례의 하나로 유대인의 높은 지능을 제시했다. 독일계 유대인을 뜻하는 ‘아슈케나지’ 유대인은 동북유럽으로 이주하여 서부유럽, 미국 등으로 퍼져나간 유대인으로 유대인의 80%를 차지한다. 이들의 평균지능은 115에 이른다. 그러나 사실 지능은 후천적인 환경적인 요인이 있어 이 주장은 한계가 크다.


사실 과거 1만 년 동안 유전자의 변화와 진화가 지속되고 있다는 증거는 다양하다. 인류의 피부색 차이도 진화가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아프리카는 자외선이 강해 자외선을 막는 멜라닌 색소를 많이 만드는 돌연변이가 ‘자연선택’을 받아 피부가 검어졌다. 아프리카를 떠난 인간은 햇빛이 약해지고 멜라닌 색소가 많던 피부가 자외선을 막아서 비타민 D 합성이 잘 안되어 문제가 생긴다. 그래서 멜라닌 색소가 적어졌고 피부가 하얘졌다. 이를 ‘비타민 D 가설’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피부색을 결정하는 유전자는 인류가 아프리카를 떠난 후 오랜 시간이 지나고서야 처음 나타났다. 비타민 D 가설에 의하면 인류가 아프리카를 떠나 북쪽으로 진출한 직후에는 나타났어야 한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새로운 가설을 제시하였다. 아프리카를 떠난 인류는 사냥을 통해 비타민 D가 풍부한 고기와 생선을 풍부하게 섭취하여 멜라닌 색소를 없앨 필요가 없었다고 주장하였다. 하지만 약 1만 년 전 ‘농업혁명’으로 곡물을 주로 섭취하여 비타민 D가 부족해졌고 멜라닌 색소는 생존에 불리해지면서 피부가 하얘졌다고 바꾼 것이다.


히말라야 고산지역에 사는 사람들에게 나타난 ‘고소적응’이라는 유전자 돌연변이는 불과 천 년 전에 생긴 것으로 알려졌다. 티베트 지역에 사는 사람은 고산지역에 적응할 수 있는 유전자 돌연변이를 가지고 있다. 이 돌연변이는 불과 과거 천 년 동안 생긴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진화한 유전자이다. 


2015년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마테오 푸마갈리 등 국제 연구진은 <사이언스>에 그린란드에 사는 이누이트가 지방과 단백질로만 이뤄진 음식(물범과 고래)으로 생존하는 것은 지방 대사를 조절하는 유전자 변이 때문이라고 발표했다. 지방산이 농축된 음식을 먹고도 심혈관질환에 걸리지 않는 것은 불포화 효소의 합성에 관여하는 유전자 몇 개가 돌연변이를 일으켰기 때문이다. 과도한 지방섭취의 부작용을 막는 돌연변이가 일어난 것이다. 이 돌연변이는 2만 년 전 북극의 시베리아 인에게 처음 발생했는데, 유럽인의 2%, 중국 한족의 15%에도 동 변이가 전해졌다. 또한 유럽인의 젖당 분해 능력, 즉 성인이 돼도 우유 속 당분을 소화시키는 능력을 간직하는 돌연변이는 7500년 전 유럽에서 나타나 퍼졌다. 그리고 말라리아에 걸리지 않도록 적혈구가 낫 모양으로 바뀐 아프리카와 인도의 겸상적혈구도 그런 예이다.


젖당 분해효소는 더 최근에 빠른 속도로 일어난 인류 진화의 대표적 사례이다. 포유류는 이유기 이후 젖당을 섭취할 기회가 없기 때문에, 젖을 먹는 동안 활발하게 발현되는 젖당 분해효소는 이유기 이후 점차 발현이 감소하여 성인이 되었을 때는 더 발현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낙농 문화가 발달한 북유럽, 중동, 동아프리카의 여러 집단에는 다른 인류 집단에서는 발견되지 않는 젖당 분해효소 유전자 조절 변이가 높은 빈도로 발견되며, 이러한 변이의 영향으로 이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젖당 분해효소가 계속 발현된다. 고고유전학 또는 고 유전체학은 과거에 살았던 사람의 뼈에서 얻은 DNA 염기서열을 분석하는 학문이다. 이에 의하면 유럽의 젖당 분해효소 지속성 변이가 낙농 문화가 시작된 지 수천 년이 지난 기원전 2~3천 년에서야 나타났고, 그 후 매우 빠르게 비율이 증가하여 현재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 젖당 분해효소 지속성 변이의 진화는 자연선택에 의한 적응 진화의 대표적인 사례지만, 그만큼 특이하고 희귀한 경우이다.


20세기와 21세기에 걸쳐 일어나고 있는 인간의 진화는 자연선택에 의한 것만은 아니다. 근대 이후 가속화된 이주는 수천 년, 혹은 수만 년 간 비교적 뚜렷하게 격리되어 있었던 집단들 사이의 광범위한 혼합을 유발하였다. 매 세대 일어나는 돌연변이는 지구상의 모든 사람이 평균적으로 50~100개 정도 부모가 갖지 않았던 새로운 변이를 갖고 태어나게 만든다. 지구상의 75억 명의 사람들을 모두 고려하면, 새로운 변이가 4천억 개나 나타난 셈이다. 솔로몬 제도의 사람 중 약 10%가 갖고 있는 금발은 이러한 새로운 돌연변이가 만들어 낸 대표적인 표현형이다. 돌연변이, 유전자 흐름, 유전적 부동, 자연선택의 조합이 빚어내는 사람의 진화는 지금도, 앞으로도 멈추지 않고 우리를 조금씩 바꾸어 갈 것이다.


의학의 발달도 인간의 유전자 다양성을 확대시켰다. 과거에는 살아남지 못했을 사람의 유전자도 의학의 도움으로 계속 살아남게 된 것이다. 과거라면 살아남기 어려운 인간이 많이 살아남아 유전적 다양성이 확산된 것이다. 조만간 인구는 백억 명까지 늘어날 것이고, 급속한 세계화로 ‘인종’ 간의 벽이 무너지고 인간의 다양성은 급속하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인간의 생물학적 진화와 더불어 문화적 진화는 더욱 예측하기 힘들어 보인다. 우리 인간의 미래는 어디로 흘러갈 것인지 예측하기 어렵다. 이제 우리는 인간의 ‘역사’로 들어간다.


인간 문명으로 인한 자연선택은 특히 우리나라의 출산율에 반영되고 있다. 그것은 환경오염이나 방사능 오염과는 또 다른 차원이다. 우리나라에서의 교육은 학문이나 연구가 목적이 아니다. 대학이 학문의 전당이라는 ‘고전적인 언어’는 거의 사라졌다. 교육과 대학은 신분상승을 위한 수단이 되었다. 그래서 사교육과 학원비는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도 쓰지만 대학 등록금은 몇 십만 원만 올려도 ‘난리’가 난다. 그러다보니 교육은 사라지고 입시경쟁은 거의 ‘죽음’의 경쟁이 되었고 사교육비를 하늘을 찌른다. 연구 결과를 종합해보면 구석기시대에는 거의 5명에 가까운 아이를 낳았다. 다섯 명을 낳아도 서너 명의 아기가 죽으니 결국 한두 명 정도가 살아남았다. 우리나라는 출산율이 점점 떨어져 ‘1’ 이하가 되었다고 걱정이지만 살아남은 아이의 숫자를 생각하면 큰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은 생물학적으로 ‘종족 유지’의 본능을 가지고 태어났다고 말하지만 현대인에게 그런 본능은 없다. 생존과 번식의 복잡한 환경 속에서 살아남으려는 본능이 작동하고 있을 뿐이다. 자녀를 키우는데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가는데 아이를 많이 낳을 리가 없다. 적게 낳는 것은 자녀에게 최적의 투자를 하려는 ‘진화적 동인’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인구는 언젠가 구한말의 인구와 비슷해진다고 한다. 우리나라 사회 스스로 선택한 입시전쟁과 신분상승 제도는 자연선택으로 지구상의 인구수에서 한국인의 비율을 줄여나가고 있다.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는 변함없이 인간세계를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생명체의 수를 제약하고 억제하는 것은 특정한 생태 서식지의 한정된 자원과 경쟁자뿐이다. 그런 경쟁자로는 같은 종의 개체, 비슷한 소비패턴을 가진 다른 종의 개체, 포식자, 바이러스 같은 기생생물, 병원균 등이 있다. 인간은 과학의 발전으로 한정된 자원을 극대화하였고, 만물의 영장으로 포식자나 병원균을 어느 정도 극복하였다. 그러나 여전히 같은 인간끼리 자원을 놓고 경쟁하고 있다. 또한 바이러스 같은 기생생물과 종간의 전쟁으로 인간의 수는 제약되고 많은 사람이 죽어나간다. 이것이 코로나바이러스를 읽은 과학적인 시각이다. 코로나19로 거의 천만 명 내외의 인간이 세상을 떠났다. 냉정하게 말하면 코로나바이러스에 취약한 인간이 자연선택에 의하여 사라지면서 인류의 유전자 풀이 바뀌면서 진화한 것이다.


인류가 진화하고 있다는 것은 유전자에서도 확인되었다. 2022년 인간의 DNA의 작은 부분에서 자발적으로 발생한 155개의 새로운 유전자가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 마이크로 유전자(micro-genes) 중 일부는 포유류의 고대 기원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또 그 가운데 일부는 인간 고유의 질병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중 44개가 성장 결함과 관련이 있다. 이 유전자들은 인간 고유의 것이기 때문에 기능을 직접적으로 테스트할 수 없다. 하지만, DNA 안에서 발견된 패턴을 조사하여 질병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힌트를 발견했다. 3개는 근위축증, 망막색소증, 알라자미(Alazami) 증후군과 같은 건강 상태와 연관된 질병 관련 DNA 마커를 가지고 있었다.

https://doi.org/10.1016/j.celrep.2022.111808


기원전 약 250만 년경부터 기원전 1만 년경까지의 기간과 비교할 때, 기원전 1만 년경부터 인류의 진화 속도는 빨라졌다. 기원전 1만 년경 농업이 시작되고 인구가 크게 늘어나면서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늘고 인류의 다양성도 늘어난 것이 그 원인이다. 개체의 다양성은 진화의 전제 조건이며 다양성이 높은 집단은 진화의 속도가 빠르므로 결국 인류의 진화는 점점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인간의 본질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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