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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근수 Dec 28. 2022

이 글을 쓰기까지 5억 년이 걸렸습니다!


모든 동물은 소리를 내서 의사소통을 한다. 척추동물은 폐에서 공기를 위로 밀어 올리면서 목구멍 구조를 통해 소리를 만들어낸다. 다양한 동물이 그들만의 의사소통 체계를 보유하고 있음이 속속 밝혀졌다. 일반적으로 개, 고양이, 개구리, 새 등은 소리를 내어 의사소통을 한다. 


소리를 내는 발성에 의한 의사소통은 아주 오래되었다. 이러한 소리 의사소통은 적어도 약 4억700만 년 전에 살았던 동물에게서도 나타난다. 거북과 폐어는 발성으로 소통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들도 단순한 소리뿐만 아니라 복잡하고 다양한 소리를 내어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언어는 대부분의 동물도 가지고 있다. 물론 문자를 사용하는 것은 인간뿐이다. 인간의 문자가 다른 동물과는 질적인 차이가 있다 해도 인간이 자연과는 분리할 수 있는 존재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언어는 진화의 과정을 거쳐 인간의 문자로 이어졌다. 원숭이도 다양한 포식자와 새의 종류를 가리키는 어휘가 있고, 유인원과 앵무새는 아주 많은 기호를 학습할 줄 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인간의 언어는 새도 따라할 수 있다. 아이린 페퍼버그(Irene Pepperberg)가 쓴『천재 앵무새 알렉스와 나』(2009년 번역출간)의 주인공인 앵무새도 수십 년간 말을 가르쳐 초보적인 의사소통을 했다. 이들의 기원만큼 의사소통은 오래된 것이다.


과학자들은 영장류의 성대 능력이 극히 제한적이고 자발적으로 발성을 조절할 수 없고, 그들 종 특유의 소리 외에 다른 발성은 배울 수 없다고 생각해 왔다. 고릴라도 복잡한 성대 움직임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수십 년 간 훈련받은 서부저지고릴라(Western lowland gorilla) 코코는 수화 표현 1천 개 이상을 써서 의사소통을 하고, 영어를 듣고 상당 부분 이해한다. 구어는 인간만의 특징으로 인간이 침팬지에서 갈라져 나와 진화하면서 발달한 것으로 보아왔지만 구어는 훨씬 더 과거로부터 기원했을지도 모른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침팬지와 그 이전 고통조상도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었다.


포유동물도 인간과 비슷한 언어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인간과 다른 동물의 언어능력 차이는 그 유전자의 일부 변이 때문이다. 포유동물도 갖고 있는 언어유전자(Foxp2)에 중요한 변화가 발생해 인간 고유의 언어능력을 갖게 된 것이다. 이 변이는 침팬지 등과 갈라진 뒤 진화과정에서 인간에게 발생한 것이다. 인간의 언어능력이나 지적인 능력이 하루아침에 땅에서 솟아나거나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 아니다.


언어의 진화는 펭귄에서도 보인다. 아프리카대륙 남단 해안에 사는 아프리카 펭귄 또는 검은 발 펭귄(학명 Spheniscus demersus)은 ‘멍청이 펭귄’(Jackass penguin)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하다. 이들의 울음소리는 인간과 유사성이 있다. 인간 언어와 일부 다른 영장류에 나타나는 ‘지프의 법칙(Zipf's Law of Brevity)’과 ‘멘제라스-알트만 법칙(Menzerath-Altmann Law)’이 발견된다. 지프의 법칙은 가장 자주 쓰이는 단어는 짧다는 것이다. 영어의 경우 정관사 ‘the’ 같이 흔하게 쓰이는 단어는 매우 짧다. 멘제라스-알트만의 법칙은 여러 개 음절로 된 긴 단어는 매우 짧은 음절 여러 개로 구성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이러한 특성은 인간과 다른 일부 영장류 등 고등한 포유류에서만 관찰됐다. 이러한 법칙은 다른 동물에서도 서서히 진화되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아프리카 펭귄의 울음소리도 같은 특징이 있다. 


대부분의 영장류는 거의 모음으로만 울음소리를 낸다. 반면 유인원은 자음과 유사한 소리를 낸다. 숲속 나무에서 사는 오랑우탄은 땅에서 사는 고릴라와 침팬지, 보노보 보다 더 많은 자음 소리를 낸다. 유인원들은 딱딱한 견과류 열매를 잘 먹는다. 땅에서 사는 고릴라나 침팬지는 두 팔로 도구를 사용한다. 그러나 나무에서 사는 오랑우탄은 팔다리 중 일부를 나무에서 균형을 잡는 데 써야 한다. 견과류를 빼먹기 위하여 오랑우탄은 입술이나 혀, 턱을 사용하였을 것이다. 오랑우탄은 입술만으로 오렌지 껍질을 벗길 수 있다. 동물원에서 막대기를 주면 오랑우탄은 입으로 그것을 문다. 이러한 행동이 입술과 혀, 턱뼈를 움직여 내는 자음(무성음)을 탄생시키는 기반이 됐다는 추정이다. 초기 인류 역시 나무에서 내려오기 전, 열악해진 수목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이런 기술을 터득해 자음 발성을 낼 수 있게 됐을 것이다. 인류의 조상이 침팬지와 분리된 이후에도 나무에서 생활한 기간이 생각보다 더 길었다는 걸 시사한다. 가능한 설명이지만 아직은 가설이다.

https://doi.org/10.1016/j.tics.2022.11.012


우리의 언어능력은 부모와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았다. 우리가 말을 하고 글을 쓰고 읽는 것은 최소 5억 년의 길고 긴 히스토리를 가졌다. 그 히스토리는 아직도 쓰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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