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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근수 Jan 06. 2023

다윈『종의 기원』‘종 분화’ 이론에 반기를 든 연구?


진화란 생물 하나가 또는 한 사람이 태어나서 진화하여 진화된 새끼나 아이를 낳는 것이 아니다. 진화하는 것은 개체가 아니라 한 종의 평균적인 특징이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2019년 말에서 2022년 사이에 인간 종도 진화했다. 코로나19로 수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운 죽음을 맞았다. 아마도 코로나19에 ‘약한’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이 불행을 당했을 것이다. 분면 2019년 말의 인류와 2021년 말의 인류의 평균적인 특징은 다르다. 이것이 진화이다. 진화는 진보도 선악도 없다.


다윈은 이러한 메커니즘이 오랜 세월에 걸쳐서 반복되면 어떻게 해서 다른 종이 발생하는지를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지구상의 여러 지역에 산재하는 그리고 조금씩 다른 환경에서 사는 종이 약간씩 다른 방식으로 진화해온 것은 분명했기 때문이다. 다윈은 이러한 과정으로 인해 지구상에 그렇게도 많은 종이 존재하는 것을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이것이 혁명적인 것은 이러한 ‘무의식적인’ 과정이 생명자체도 창조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는 점이다. ‘의도가 없는 자연의 우연한 선택으로!’


종이 분리되는 것은 생식의 격리이다. 에른스트 마이어(Ernst Mayr, 1904~2005)는 『유전학과 종의 기원』 등을 출판하면서 새로운 종이 발생하는 원인을 제시했다. 그는 생물학적 종을 “상호 교배하는 자연집단이며 다른 집단과는 생식적으로 격리된 것”으로 정의했다. 한 개의 집단이 전체 집단에서 격리되면 결국 새로운 형질을 갖게 되고 다른 집단과 교배가 되지 않는 종이 발생하는 것이다. 즉 종의 분화는 한 곳에서만 일어나는 독특한 현상이다. 새로운 종은 특정 지역에서 진화한 뒤 다른 곳으로 퍼져나간다. 


종의 분화가 어떻게 일어나는가에 대해 아직 명확한 답은 없다. 새로 생긴 변이가 자연선택을 통해 빠르게 높은 빈도로 증가하는 현상은 집단들 사이에 손에 꼽을 만큼 드물다. 하지만 이것이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 자체가 매우 희귀하다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 집단들이 서로 갈라진 다음 일부가 새로운 환경으로 이주하여 새로운 선택압력에 직면하였을 때, 기존 환경에서는 별다른 기능을 하지 않던 변이가 생존과 번식에 도움이 되어 자연선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서로 지리적으로 멀어져 서로 교배하지 않게 되고 각 집단이 서로 다른 돌연변이를 축적해가는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다. 집단에 따라 서로 다른 자연선택이나 성 선택이 일어날 수도 있다. 


사실 새로운 종이 나타나는 진화에 대하여 두 가지 설명이 가능하다. 발산 적응(divergent adaptation)은 한 종이 다른 환경에서 살면서 다르게 진화한 것을 말한다. 미국 하와이에 사는 예쁜 꼬마선충과 영국에 서식하는 선충은 유전자의 15%인 3000개가 다르다. 지역적으로 분리되어 사는 생명체의 종이 분리되는 것을 보여주는 한 사례이다. 평행 적응(parallel adaptation)은 멀리 떨어졌지만 비슷한 환경에서 살다가 다른 종이 됐지만 모습이 비슷해진 것을 말한다. 


지금까지 종 분화에 대해 지배적인 이론은 발산 적응이었다. 보통 새로운 종이 탄생하는 종의 분리는 하나의 종이 지역적으로 분리되고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가면서 발생한다. 다윈이 종의 기원에서 예로 든 갈라파고스 섬의 핀치 새가 대표적인 예다. 핀치 새는 갈라파고스 제도의 섬들에서 각자 따로 진화했다. 곤충이 많은 섬에서는 핀치 부리가 가늘고 뾰족해졌지만, 씨앗을 주로 먹은 핀치는 부리가 짧고 단단하게 바뀌었다. 같은 조상에서 진화했지만 현재 모습은 딴판이 된 것이다.


반복진화라는 특이한 현상도 있다. 흰멱뜸부기는 마다가스카르 섬에서 점차 다른 섬으로 서식지를 넓혀간 새이다. 하지만 대부분 포식자들에게 잡아먹히는 등의 이유로 사라졌지만 동쪽 알다브라 제도 등으로 간 개체들은 살아남았다. 아프리카 동쪽 바다에 있는 알다브라(Aldabra) 제도는 약 40만 년 전 형성된 고리 모양의 산호섬이다. 이 섬에는 포식자가 없어 점차 날지 않는 새로 진화했다. 그 후 약 13만6000년 전 해수면 상승으로 섬은 바다 밑으로 가라앉아 뜸부기를 포함해 모든 동식물이 사라졌다. 이후 3만 년이 지나 빙하기가 다시 찾아와 해수면이 낮아져 드러난 섬에는 마다가스카르 섬의 흰멱뜸부기들이 와서 살았고 다시 날지 못하는 새로 진화했다. 이는 같은 조상으로부터 새로운 형태의 종이 반복해서 출현하는 ‘반복진화’라는 보기 드문 진화이다. 동일한 환경에 동일하게 진화하여 새로운 형태의 생명체가 태어나는 재미있는 현상이다. 우주에서 지구와 동일한 환경이 있었다면 우리와 같은 인간이 태어날지 모르는 일이다. 아예 인간이 지구와 똑 같은 환경을 만들어 새로운 인간이 출현하는 것을 관찰하는 상상을 해본다. 그래서 외계 ‘인간’을 찾는지도 모른다. 물론 동일한 환경에서 다양하게 진화하여 다양한 생명체가 진화해간다.


유럽의 조명 충 나방은 동일한 지역에서 살면서 두 종류로 나누어졌다. 한 종은 옥수수를, 다른 종은 나무 열매를 주로 먹으면서 각각 다른 페로몬을 내게 됐고 같은 종류끼리만 짝짓기를 함으로써 종이 분리된 것이 확인되었다. 북반구에 살던 바다 큰 가시고기는 빙하기가 끝날 때 호수에 갇혀 각각 호수마다 다른 종이 되었다.


서식지가 겹치는 집단들 사이에서 종 분화가 일어나는 것이 2021년 「사이언스」에 또 보고되었다. 아르헨티나의 국립공원(Iberá National Park)에 서식하는 두 종의 새(Sporophila iberaensis와 Sporophila hypoxantha)가 그 사례이다. 이들 새는 모두 한 계열(Southern capuchino seedeater)에 속하고 가장 빠르게 종 분화를 한 조류이다. 이들은 지난 백만 년 동안 10개 이상의 종들이 같은 서식지 안에서 분기했다. 같은 서식지에서 일어나는 종 분화가 짝짓기 이전 단계에서 깃털의 색이나 노랫소리 등에서 변화가 생기며 먼저 격리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선택적인 짝짓기가 오랜 시간 이어지면 차츰 각 집단 내에서 유전적 변화가 누적되면서 유전체 상의 분화가 따라 일어난다. 즉 오랜 시간에 걸쳐 유전체 상에 고유의 돌연변이를 축적하는 방식으로 격리가 일어난다. 두 새들 간의 유전체 차이는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두 종 사이에서 큰 유전적 차이를 보인 열두 개의 유전자를 확인했는데, 여기에는 멜라닌 색소와 관련된 유전자가 있었다. 종 특유의 수컷의 깃털 색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있는 유전자들이다. 같은 서식지 내에서 일어나는 종 분화를 설명하는 두 개의 단계를 제시한 연구결과이다.


대부분의 종은 크게 보아 비슷한 환경에서 적응하는 과정에서 진화했다는 사실이 사례분석을 통해 밝혀졌다. 조류, 포유류, 양서류에서 진화적으로 가까운 자매 종 약 1000쌍을 분석했다. 자매 종은 하나의 종이 다르게 진화해 친척 관계에 있는 종을 말한다. 분석 결과 예상과 달리 오히려 비슷한 환경에 있을 때 진화가 일어나는 ‘평행 적응’이 전체의 70% 정도로 관찰됐다. 이번 연구의 결론이 옳다면, 새로운 종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개체가 비슷한 환경 아래 얼마나 멀리 떨어질 수 있는지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 같은 환경이라도 멀리 떨어져 격리되면 서로 다른 종으로 진화한다는 말이다. 평행 적응이 많다면 생물다양성은 지리적 거리와 시간차에 좌우된다. 

https://doi.org/10.1126/science.abo7719


이를 두고 ‘찰스 다윈『종의 기원』이론에 반기를 든 연구’라는 기사가 나왔다. 잘 모르는 사람이 보면 진화론에 반론을 제기한 것처럼 보인다.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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