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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근수 Jan 10. 2023

번식과 섹스, 성욕과 원죄, 사랑과 불륜의 인간문명


임신 후 약 20주가 된 여자 아기는 세포 분열을 통해 난소 안에 600만~700만 개의 생식 세포를 갖게 된다. 이때 난자를 싸는 난포를 만들지만 80%인 500만 개 이상의 난포는 퇴화한다. 여자 아기가 태어날 때 가진 난자(난포)는 100만~200만 개, 사춘기에는 30만~50만 개로 줄어든다. 아이가 커서 초경 이후 폐경까지 35~40년 동안 배란하는 난자의 수는 400~500개이다.


배란이 되려면 난포가 충분히 성숙하여 난자가 나와야 한다. 난포는 호르몬(Follicle Stimulating Hormone, FSH)의 도움을 받아 성장한다. 여러 개의 난포가 월경 85일 전부터 경쟁한다. 성장이 빠른 난포는 많은 여성호르몬을 만들어 성장을 촉진시키고 난포자극호르몬의 분비를 억제하여 다른 난포를 퇴화시킨다. 생존경쟁은 배란 전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난자가 배란되면 점액에 의하여 나팔관 안으로 들어간다. 나팔관에 들어온 난자는 섬모운동에 의하여 자궁으로 운반된다. 난자가 난소에서 자궁까지 거리 10cm를 움직이는 데는 4~7일이 걸린다. 수정은 두 개의 나팔관 중 하나의 나팔관의 3분의 1 정도 되는 곳에 이루어진다. 난자가 여기에 도착하면 정자를 기다리는 듯이 천천히 움직인다. 배란된 난자는 24시간 이내에 정자와 만나야 수정될 수 있어 운이 좋아야 수정이 가능하다. 인간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은 이때 많이 사라진다. 보통 한 번에 난자 하나만 배란이 일어나지만 난자 두 개가 동시에 배란될 수도 있다. 난자 두 개가 동시에 수정되면 이란성 쌍둥이가 태어난다. 이 경우 ‘불경한’ 일이지만 한 월경 주기에 서로 다른 남자와 관계를 맺어 아버지가 서로 다른 쌍둥이를 낳은 경우도 있다. 


남자는 사춘기가 되면 고환의 생식세포에서 정자가 만들어지는데 보통 70일 내외가 걸린다. 정자는 부고환에 보관돼 있다가 성교 시에 방출된다. 정자의 생성은 온도에 민감하여 고환은 몸 밖에 있다. 좁은 곳에 앉아 고환에 압박을 가하거나 사우나나 욕조 안에서 열기에 오래 있으면 정자의 생성에 장애가 생긴다.


안톤 레벤후크(Anton von Leeuwenhoek, 1632~1723)는 1677년 아내와 잠자리를 가진 직후 자신의 정자를 현미경으로 관찰했다. 그는 “정자가 물에서 뱀장어가 움직이듯 뱀과 같이 이동한다.”라고 묘사했다. 이는 지금까지 정설로 이어졌다. 그러나 2020년 정자가 한쪽으로만 꼬리를 움직인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정자가 이동하면서 몸통을 회전하기 때문에 우리 눈에 좌우로 대칭 운동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는 꼬리를 좌우 대칭으로 움직이지 않고 한쪽으로만 움직였다. 꼬리가 비대칭 운동을 하면 정자는 결국 원을 그리며 제자리를 맴돌 수밖에 없음에도 정자는 난자를 향해 앞으로 나아간다. 꼬리를 한쪽으로만 움직이지만 동시에 정자의 몸통 축이 회전하여 직선운동을 한다. 꼬리 운동의 비대칭이 몸통의 회전으로 상쇄된다. 정자의 이런 운동은 지구가 태양을 공전할 때 나타나는 세차운동과도 흡사하다. 세차운동은 회전 운동을 하는 물체의 회전축이 회전하는 현상이다. 팽이가 돌 때 축이 회전하고 흔들리듯 지구의 자전축도 요동을 치면서 약 2만6000년마다 한 바퀴 세차운동을 한다. 즉 1만3000년마다 지구의 자전축이 기운 방향이 반대로 바뀐다.


번식을 하려면 성욕과 섹스가 필요하다. 성욕이 없으면 섹스도 없다. 성욕은 번식의 전제조건이다. 그러나 성욕은 기독교에서는 원죄가 되었고 인간에게는 쾌락이 되었다. 번식은 기독교에서 원죄가 이어지는 것이고 인간에게는 사랑의 결과이다?


아기를 낳으려면 섹스에 의한 사정이 있어야 한다. 여자의 몸에 들어간 정자는 난자를 향해 이동한다. 그 작은 것이 어떻게 난자를 찾아낼까? 난자세포는 정자를 유인하는 물질을 방출하고 이를 감지한 정자는 난자를 향해 이동한다. 성계의 정자가 난자를 찾아가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칼슘 수송 단백질인 원형질막 ‘Ca2+ATPase’(PMCA)가 발견되었다. 정자의 세포막에 있는 특정 단백질이 난자를 찾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이 단백질을 이용하면 난임과 불임치료에 도움이 되고 신약 개발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아무튼 정자는 여성의 몸 안에서 72시간 정도 생존할 수 있다. 사정된 정액의 양이 2ml 이상이어야 임신이 가능하다. 정액이 사정되면 1~2억 개의 정자가 여성 질 내로 들어간다. 자궁에 들어간 정자는 난자를 만나기 위해 15~20cm를 움직인다. 정자는 질 내에서 분비되는 산성 물질에 죽기도 하고, 자궁경부에서 대식세포에 의해 먹히거나 길을 잃기도 한다. 정자도 난자와 만나려면 난관을 겪는다.


정자는 양쪽 나팔관으로 갈라져서 나아가는데 난자가 없는 곳으로 간 정자는 허탕을 친다. 한 개의 정자가 난자로 들어가면 몇 시간 뒤 난자는 23개의 염색체가 있는 여성 전핵을 만들고 정자는 남성 전핵을 만든다. 이 둘이 결합하면 46개의 염색체를 가진 배아가 형성되면서 수정이 완료된다. 먼저 도착한 정자 수백 마리는 난자를 싸고 있는 난구세포를 제거해야 한다. 먼저 온 정자들은 난구세포를 없애는데 에너지를 탕진하여 탈진하고 다음에 온 정자 무리 중의 하나가 성공한다. 성공한 정자는 난자의 세포막과 결합하고, 정자의 머리만 난자의 세포질로 들어간다. 정자를 받아들인 난자는 투명대를 두껍게 만들어 다른 정자가 뚫고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 투명대에 있는 결합 부위를 비 활성화시킨다. 두 개 이상의 정자가 난자에 들어가면 수정란 발달이 멈추고 퇴화해 버린다.


아기의 DNA에는 25~75개의 새로운 돌연변이가 나타난다. 아기는 부모의 유전자를 그대로 복사하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이다. 이러한 변이가 진화의 원동력이다. 정자세포나 발생 초기의 수정란에서 생기며 드노보 돌연변이(de novo mutation)라고 부른다. 부모의 나이가 많을수록 아기의 돌연변이 수가 증가한다.


대물림은 ‘닮음’이 이어지는 것이지만 자식은 부모와 꼭 같지는 않으니 그 ‘같지 않음’이 지구 생물다양성의 원인이다. 부모로부터 물려받는 것 중 미토콘드리아는 오직 모계를 통해서만 대물림된다. 다시 말해 미토콘드리아는 난자를 통해서만 후대로 전달된다. 따라서 아들만 있는 엄마의 미토콘드리아 유전체는 진화의 무대에서 사라진다. 난자 안에는 미토콘드리아가 가득 차 있다. 인간이 먹은 음식물은 최종적으로 미토콘드리아에서 화학적 에너지로 전환된다. 그런데 자리를 벗어난 미토콘드리아의 전자는 세포 안팎의 단백질과 지질 혹은 유전자를 공격할 수 있다. 활성 산소라 부르는 것의 실체가 바로 궤도를 ‘벗어난’ 전자이다. 한 달에 한 번씩 난소를 나온 난자는 수정이 이루어지고 나서도 자궁까지 오는 데 며칠이 걸리지만 난자는 거의 에너지를 만들지 않는다. 에너지를 만드는 동안 미토콘드리아 안에서 활성 산소가 만들어질 수도 있고 활성 산소가 미토콘드리아 유전자를 공격하여 태아에게 심각한 손상을 입힐 여지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대물림 방식을 채택한 것이다. 난자는 섬모(纖毛, cilia)라 불리는 또 다른 세포 소기관이 한 방향으로 움직여 난자를 이끌어 간다. 그렇게 금지옥엽처럼 미토콘드리아를 물려받은 수정란은 인간으로 태어난다. 그 아이는 어버이날 어버이에게 감사를 표한다(경향신문, 2018.5.8. 김홍표 아주대교수, 편집).


인간은 오랜 세월 자연분만으로 아기를 낳았다. 그런 과정에서 많은 산모와 아이가 죽었다. 얼마나 많은 엄마와 아기가 죽었는지는 알 수가 없다. 자연은 그렇게 자비롭지 않다. 겉보기에 아름다운 자연은 착각이다. 잔인하기가 그지없다. 과거 인류의 조상이 오랫동안 나무에서 살아서 그런지 깎아지른 암벽을 등반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인간은 나이가 들수록 매달리기보다는 달리기를 잘한다. 침팬지와 고릴라, 인간이 장거리 달리기를 하면 인간의 승리다. 인간의 직립보행은 골반, 다리, 허리, 어깨 등의 구조적 변화와 감각과 운동 신경의 진화가 요구된다. 직립보행은 골반을 점점 작게 만들었다. 골반이 작아지면서 아이를 최적의 시기에 낳도록 진화되었다. 너무 작은 머리는 문제가 있으므로 간신히 세상에 나올 수 있는 최후의 순간에 출산하면서 난산이 나타났다. 태어날 때 아기는 머리를 돌리면서 미끄러지듯 나온다. 출산 시 아이는 두 번의 자세 전환을 한다. 우선 옆으로 고개를 골반에 밀어 넣는다. 그리고 90도를 꺾어서 땅을 보듯이 방향을 전환한다. 머리가 나오기 시작하면 다시 몸을 돌려서 어깨를 어머니의 전후 축에 맞춘다. 출산 중에 아기의 어깨가 골반에 끼어 쇄골이 부러지기도 한다. 백 건 중 한두 건에서 일어나는데 대부분 자연스럽게 치유된다. 아기를 낳을 때 골반 뼈가 벌어진다. 호르몬(‘relaxin’)이 나와서 골반 뼈 사이의 인대를 최대한 늘린다. 출산이 어려워 과거 산파나 경험이 많은 여성이 도왔고, 지금은 산부인과 의사가 한다. 나이가 들면 이 호르몬이 잘 안 나오고 인대도 충분히 늘어나지 못한다. 현대 사회는 결혼이 늦어지고 아기를 늦게 나면서 난산이 늘어나고 제왕절개가 많아지고 있다. 제왕절개가 없던 부모 세대에서 골반과 아기 두개골의 불균형이 발생할 비율이 2.0%이다. 정상 분만을 통해 태어난 여성이 다시 불균형을 겪을 가능성이 1.82%로 떨어진다. 반면에 제왕절개로 태어난 여성은 확률이 5.03%로 늘어난다. 인류는 점점 제왕절개를 많이 하게 될 것이다. 머지않아 인류는 모든 아기를 제왕절개로 낳을지도 모른다. 인공 육종을 통해 우스꽝스러운 외모를 가지게 된 불도그는 거의 100% 제왕절개로 새끼를 낳는다.


한 사람이 태어나 자식을 낳는데 걸리는 시간을 세대시간(generation times) 또는 세대간격(generation interval)이라고 한다. 아주 오래 전에는 결혼제도가 미미하여 사춘기가 되면 아이를 낳았을 것이므로 세대기간이 20세 미만일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인류 25만년 역사에서 평균 세대간격은 26.9년이었고 부계 30.7년, 모계 23.2년이었다. 25만 년 간 약 9,300세대가 이어졌고 부부의 나이차는 7.5년이었다. 어떻게 이런 숫자가 나왔을까. 25만년 동안 인류의 세대시간은 증가, 감소, 증가로 변했다. 현생 인류 탄생 이후 조금씩 늘어가던 세대기간은 마지막 최대 빙하기(Last Glacial Maximum)가 시작되기 직전인 3만8000년(1400세대) 전에 29.8년으로 정점을 찍었다. 빙하기에는 아이들이 많이 죽어서 그랬을 것으로 보인다. 이후 감소 국면으로 들어서 6400년 전, 즉 250세대 전에 24.9년으로 저점을 찍었다. 이때는 농업이 시작되고 고대문명이 탄생한 시기와 겹친다. 안정적으로 살만해지면서 아이출산이 순조로웠을 것이다. 모계의 세대시간은 큰 변화 없이 일정했지만 부계의 세대시간은 변동이 컸다. 남자와 여자는 거의 같은 나이에 사춘기에 이른다. 그러나 남자는 여자보다 생식가능기간이 훨씬 길고, 남성 위주의 사회가 이어져오면서 여자는 ‘때’가 되면 아이를 낳았지만 남자는 더 오랜 기간 ‘생식활동’을 한 것이다. 여자가 임신능력이 가장 좋은 나이는 24세 전후로 30세가 넘으면 난소는 노화하기 시작하고, 37세가 되면 난소 안의 난자 수가 급격하게 줄어들기 시작한다. 난소의 노화가 시작되면 난자의 질도 떨어져서 늦게 임신하면 유산과 염색체 이상과 같은 문제가 생길 확률이 커진다. 배란될 난자가 없어지면 폐경이다. 오늘날에는 출산 연령이 커지고 있고 모계의 세대시간이 크게 늘어나 부계와 모계의 연령 격차가 크게 줄었다. 최근의 산모 평균 연령은 26.4세인 것으로 추정한다. 

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adv.abm7047


현재 인간의 세대시간은 22~33년 사이이다. 우리나라는 가장 늦은 나이에 속한다. 세대간격과 결혼 시기는 결국 환경에 달려있다. 인간은 환경의 지배를 받는 존재인 점은 변함없이 사실이다.


구석기시대에는 태어난 아기의 50% 이상이 성인이 되기 전에 사망하였다. 일부는 50~60살까지 살았겠지만 대부분 성인이 되었다 하더라도 보통 25~30년 정도 살았다. 그러나 후기구석기 시대 즉 현생인류인 호모사피엔스 사피엔스가 나타나면서 인류의 수명은 급격히 증가하였다. 인류학자들은 호모 에렉투스가 처음 등장한 2백만 년 전에 노년기가 처음 나타났다고 본다. 인류의 진화과정에서 노년층의 비율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늘어났다. 하지만 고인류 집단에서는 노년기의 사람보다 청년의 비율이 더 높았다. 노년층이 더 많아진 것은 후기 구석기 인류인 호모사피엔스 사피엔스에 이르러 시작되었다. 현생 인류에 이르러서야 수명이 본격적으로 늘었고, 노년이 보편화됐다. 또 후기 구석기 시대에 인류의 문화가 꽃피기 시작했고 추상적 사고가 나타났다. 인류의 문화가 꽃을 피우기 시작한 것은 인간이 오래 살게 되면서부터, 다시 말해 노년의 삶이 생기면서이다. 수명이 늘어나면서 인간의 지적 정보가 축적되고 인간의 지식이 상징과 예술을 낳았다. 그러나 당시 수명이 늘어났지만 오늘날과 비교하면 그렇지만도 않다. 20세기 초까지도 사실 사망률이 높고 평균수명도 짧았다. 유아 사망률이 높아 우리나라에서는 백일잔치까지 하였고 이것은 다른 나라에서도 발견된다. 성인이 돼서도 병이나 전쟁, 여성의 경우 출산으로 많은 사람이 죽었다. 하지만 21세기에는 의술의 발달과 더불어 평균수명은 크게 증가했다.


번식이라는 자연의 요구는 섹스를 즐기려는 인간을 낳고, 번식하려는 성욕은 원죄가 되었고, 번식이라는 기제는 사랑과 불륜이라는 문화를 만들어냈다. 그것은 인류가 만든 문명 안에 복잡하게 얽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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