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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치료 가능한 질병이 되고 있다!


노화는 양날의 칼이다. 암을 유발하는 손상이 누적되면 세포는 분열을 중단하여 암을 차단한다. 세포분열이 일어나지 않으면 노화가 진행된다. 노화되지 않으면 암세포가 증식하여 더 빨리 죽는다. 노화는 암의 발생에 예방효과를 주는 셈이다. 암으로 죽지 않으려면 늙어야 한다. 하지만 노화는 세포조직을 파괴하면서 결국은 죽음에 이른다.


그럼 노화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인가? 죽음은 유일신교가 말한 대로 원죄에 대한 대가일까? 과학은 새로운 서사를 쓰고 있다.


초 백세인(Super-centenarian)은 110세 이상 사는 사람들을 말한다. 2020년 전 세계에서 나이가 110세 이상으로 확인된 사람은 50여명이다. 이들은 대체로 심혈관계 질환을 앓은 병력이 거의 또는 전혀 없으며 암이나 당뇨 병력도 없다. 그렇다면 노화는 필연적인 것이 아니라 치료 가능한 질병은 아닐까?


2012년 노벨상을 수상한 일본 쿄토대학의 야마나카 신야(Shinya Yamanaka) 교수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세포 재 프로그래밍은 일반 세포들을 다시 어떤 세포로도 변할 수 있는 역 분화 줄기세포(induced pluripotent stem cells, iPS세포)로 되돌리는 것을 말한다. 야마나카 신야 교수는 2006년 쥐의 피부 세포에 네 가지 유전자 조절 단백질을 주입해 배아줄기세포 상태로 되돌렸다. 배아줄기세포는 인체의 모든 세포로 자라나는 원시세포이다. 역 분화에 쓰인 네 가지 단백질을 ‘야마나카 인자’로 부른다. 10년 뒤인 2016년 소크 연구소(Salk Institute for Biological Studies)의 이즈피수아 벨몬테(Juan Carlos Izpisua Belmonte) 교수는 조로증에 걸린 쥐에게 야마나카 인자를 주입하여 회춘시키고 수명을 3분의 1 연장시켰다. 늙은 세포를 역 분화시켜 줄기세포까지 가지 않고 젊은 세포 상태로 만들었다. 노화는 자연의 필연이 아니라 질병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연구이다.


2022년 건강한 중년 생쥐의 생체시계를 장기간에 걸쳐 거꾸로 돌려 청년으로 회춘시키는 데 성공했다. 건강한 중년의 생쥐에 장기간 세포 역 분화를 시도해 피부와 장기를 젊은 생쥐와 같은 상태로 바꾸는 데 성공한 것이다. 역 분화는 세포의 생체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방법이다. 인간으로 치면 35~50세의 쥐에게만 효과가 나타났고 더 나이가 많으면 효과가 없다. 역 분화를 유도한 중년의 생쥐는 신장과 피부가 젊은 생쥐와 같은 상태로 바뀌었다. 역 분화를 장기간 진행해도 생쥐에게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았다. 이번 연구를 이끈 이즈피수아 벨몬테(Juan Carlos Izpisua Belmonte) 교수는 바이오 기업인 앨토스 랩(Altos Labs)으로 옮겼다. 바이오 기업 앨토스 랩은 2022년 창업한 미국 기업으로 세포와 장기의 생체 시계를 거꾸로 돌려 인체를 회춘시키는 연구를 한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와 억만장자 유리 밀너가 이 회사에 3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이들이 3조 원이 넘는 거액을 투자한 것은 그만큼 성공가능성을 높이 평가하였기 때문이다. 


2023년 1월에는 늙은 쥐를 더 젊게 만들거나 더 빨리 늙게 만드는데 성공한 연구가 발표되었다. 노화를 마음대로 거꾸로 또는 가속도로 일어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늙어 눈이 먼 쥐가 시력을 되찾고, 뇌가 젊어지고, 근육과 신장 조직도 강해지며 회춘했다. 이 연구는 야마나카 신야 교수가 역 분화에 사용했던 4가지 ‘야마나카 전사인자’ 중 3가지를 혼합해 사용했다. 후생유전자는 스위치처럼 유전자 작동 여부를 지시한다. 여기에 문제가 생기면 노화가 진행된다. 노화는 후생유전자가 유전자 작동을 조절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 연구는 사람에게 컴퓨터처럼 ‘본체’를 리셋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백업 카피가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리셋 스위치를 눌러 본체를 재부팅함으로써 세포가 게놈을 다시 제대로 읽을 수 있게 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노화가 DNA를 훼손하고 세포조직을 손상해 질병과 사망에 이르게 하는 유전적 돌연변이의 결과라는 생각에 도전하는 연구결과이다. 노화는 유전적 돌연변이로 생긴 쓰레기(junk)나 손상에 의한 게 아니라 오래된 컴퓨터에서 소프트웨어 오류가 발생하는 것처럼 세포가 DNA를 읽어내는 능력을 잃어 기능을 상실하는 게 원인이다. 이를 ‘노화의 정보 이론’이라고 칭했다.

https://doi.org/10.1016/j.cell.2022.12.027


노화와 죽음은 점차 ‘자연의 이치’나 ‘신의 뜻’에서 치료가 가능한 질병으로 가고 있다. 이미 인간의 수명도 치료 가능한 것임이 밝혀졌다. 인간의 ‘자연수명’은 40~50밖에 되지 않지만 과학이 발달하여 점차 100살로 향하고 있다. 이제 죽음마저 치료 가능한 질병으로 나가는 느낌이 든다. 인간 ‘생물학’은 어디까지 발전할지 지금을 사는 우리로서는 가늠을 할 수가 없다.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세상이 오는 것은 분명하다. 과학은 늘 ‘상상’보다 더 빠르게 발달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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