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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근수 Jan 19. 2023

10억 년 전 섹스의 기원과 근친혼과 동성애


생명계에서 ‘새로운 것’은 두 가지 경로를 통해 나타난다. 하나는 변이이다. 다른 하나는 유성번식 즉 섹스를 통한 번식이이다. 새끼는 부모의 형질을 이어받지만 변이도 나타난다. 쉽게 말해 부모의 유전자합계와 다르다. 이것이 변이이다. 변이는 오랜 세월이 지나면 진화로 그리고 종 분화로 이어진다.


과학자들은 처녀 생식이 가능한데도 굳이 짝짓기를 통해 새끼를 낳는 이유에 대해서 연구해왔다. 사실 짝을 찾는 것은 노력이 필요하고 짝짓기를 하면 유전자의 반만 전달하게 된다. 그럼에도 유성 생식을 선택한 이유를 설명하는 여러 가지 가설이 있다. 아직 일치된 견해는 없다. 가장 그럴듯한 주장은 유전자를 혼합해 다양성을 확보하여 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병원체에도 대응할 수 있다. 유전자가 다른 개체들은 집마다 다른 열쇠를 지닌 것처럼 면역 반응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다. 유성번식을 하는 것은 종 내에서 훨씬 다양한 형질을 만들어내고, 특히 다른 환경이나 변화하는 환경에서 더 나은 적응성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유성번식에서는 거의 모든 개체가 생물학적 의미의 개성을 갖는다. 유성번식에서 원친교배는 근친교배에 비해 더 적응력 있는 후대를 생산한다. 여러 동물의 근친교배가 사라진 것은 새끼가 성적으로 성숙해지면서 쫓아내어 독립적으로 생활하게 하는 관례의 부수적 결과이다. 그 복잡한 이치를 간략히 정리하자면 간단하다. ‘자기복제는 새로운 인자를 만들지 못한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나라에서 남매나 사촌 간에는 결혼하지 못한다. 생물학적인 원친교배가 어떻게 인간 사회에 제도적으로 도입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과거에는 세계 여러 곳에서 사촌 간의 결혼이 허용되었고 지금도 허용되는 나라가 꽤 있다. 아인슈타인의 두 번째 아내와 다윈의 아내도 사촌이었다. 찰스 다윈이 결혼했던 나이에는 진화론을 아직 몰랐을 것이다. 알았다면 사촌과 결혼을 꺼렸을 것이다.


2023년 고유전체학 연구를 통하여 신석기 시대의 크레타 섬과 에게 해 섬 주민들은 같은 조상의 후예라는 연구가 발표되었다. 이후 신석기 시대 말기와 청동기시대 초기에 아나톨리아반도로부터 새로운 유전자가 유입됐다. 특이한 것은 약 4천 년 전 그리스 본토와 크레타 섬 등 에게 해 섬들에서는 사촌과의 결혼이 사회적 관행임을 보여주는 증거가 나왔다. 이렇게 강한 근친혼 제도는 여태껏 어느 곳에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이는 여성들이 멀리 떨어진 남성과 결혼한 같은 청동기시대의 유럽 다른 지역과는 다른 모습이다. 비록 추정이지만 자식한테 물려주는 토지가 대를 이어갈수록 잘게 쪼개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일 수 있다. 작물을 재배할 땅이 많지 않아 대를 잇는 것이 올리브와 와인 재배의 중요한 필수 조건이기 때문이다. 대대로 재산을 유지하려는 근친혼이었던 것이다.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59-022-01952-3


고유전체학은 역사학에서 획기적인 의미를 갖는다. 과거에는 왕족 등을 중심으로 기록으로 역사를 기술했지만 이젠 일반인에 대한 역사기술도 가능해진 것이다. 고대 게놈 분석이 고대 인간족에 대한 새로운 통찰력을 안겨주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다시 유성생식으로 돌아온다. 섹스를 행한 최초의 생명체는 약 10억 년 전에 등장한 것으로 추정한다. 섹스를 통한 생식은 진화에 의한 변화를 촉진시켰다. 무성생식은 똑같은 유전자가 후대에 전해지기에 환경 적응에 불리하며 질병에도 취약하다. 동일한 유전자를 가진 개체군이 특정 바이러스에 취약한 경우 전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섹스는 유성생식을 의미하며 섹스를 하는 이유는 다양한 유전자를 보유한 자녀들이 태어나야 다양한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섹스는 생명체의 지속을 위한 ‘사명’인 셈이다.


그러나 자연에는 유성생식뿐만 아니라 무성생식도 있다. 게다가 같은 종이 유성생식도 하고 무성생식도 하는 경우도 있다. 암수가 짝짓기를 하여는 번식하는 것은 자연에서 흔하지만 짝짓기가 어려울 때 혼자서도 어떻게든 후손을 남기는 동식물이 적지 않다. 곤충 가운데서도 생각보다 많은 종이 빠르게 증식할 수 있는 환경이나 수컷을 만날 수 없는 환경일 때 처녀생식(Parthenogenesis)을 통해 개체 수를 늘린다. 수정되지 않은 알이 스스로 부화해 어미와 똑같은 유전자를 지닌 딸들이 태어난다.


심지어는 무성생식으로만 번식하는 ‘고등한’ 생명체도 있다. 호주의 메뚜기(Warramaba virgo)의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모든 개체의 유전자가 거의 같은 암컷이었다. 종 전체가 처녀 생식을 통해 짝짓기 없이 번식한다는 의미이다. 유전자 분석을 통해 이 메뚜기는 25만 년 전 우연히 이종 교배를 통해 태어난 암컷 한 마리에서 기원했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종교배를 한 두 종의 메뚜기를 교배해보았더니 그 새끼는 노새처럼 후손을 남길 수 없었다. 무성 생식으로 번식한 이 메뚜기는 25만 년 동안 멸종하지 않고 번성하고 있다는 것은 진화론의 관점에서 뜻밖이다. 모든 개체가 짝짓기 없이도 알을 낳을 수 있어 암수가 있는 메뚜기보다 두 배 이상 많은 알을 낳을 수 있었던 것이 비결일 수 있다. 하지만 이 방식이 유리하다면 왜 다른 메뚜기는 양성생식 하는 종으로 진화했는지를 설명할 수 없다. 앞으로도 더 연구가 필요하다.


자연계에는 유성생식, 무성생식, 유성 무성 생식 등 다양한 생식이 존재한다. 게다가 많은 생명체에서 동성 간의 ‘사랑’이 발견된다. 그것은 ‘자연현상’이지 ‘문화’가 아니다. 인간도 예외는 아니다. 다양성이 곧 자연이다. 이를 생명다양성이라고 한다. 인간세계에서는 다양성을 인정하는 문화가 존재한다. 반면 ‘소수’를 배제하는 문화와 종교도 존재한다. 그것은 종종 폭력이 된다. 소수를 차별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을 반대하는 것도 그 중 하나이다. 이것을 다수의 폭력이라고 말한다. 또한 반민주주의라고도 말한다. 원래 종교는 오랜 세월 남녀차별과 소수자차별, 반 민주주의와 반 지성, 폭력의 온상지였다는 것은 역사가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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