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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근수 Jan 22. 2023

살아있는 화석에 대한 오해와 실제


종은 탄생부터 종 분화 혹은 멸종될 때까지 수십만~수백만 년 정도 걸리며, 특정 종이 계속 생존한 경우는 거의 없다. 모든 생물이 언젠가는 죽듯이 종도 언젠가는 사라진다. 일반적으로 한 종은 평균적으로 수백만 년 후에 자연스럽게 멸종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수천만~수억 년 전에 나타난 종이 그대로 유지되거나 멸종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유럽투구새우, 실러캔스, 은행나무, 소철, 철갑상어, 앵무조개, 악어 등으로 살아있는 화석이라고 불린다. 갑각류에 속하는 유럽투구새우(Triops cancriformis)는 2010년 기네스북에 현존 생물 중 가장 오래된 생물로 올랐다. 중생대 트라이아스기(2억5000만~2억1000만 년 전) 때와 거의 유사한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살아있는 화석은 진화를 전혀 하지 않았다는 것이 아니라 진화 속도가 느린 생물을 가리킨다. 수억 년 전에 기원한 생물은 많지만 진화를 계속하여 처음과 같은 모습을 유지할 수 없다. 따라서 살아있는 화석이란 표현은 엄격하게 말해 틀린 말이다.


대표적인 살아있는 화석은 악어일 것이다. 악어가 살아남은 것은 빠르게 진화(snappy evolution)한 때문이라고 한다. 지난 2억3000만 년 간 멸종한 고대 악어들을 분석한 결과 고대 악어 몇 종은 몇 백만 년간 매우 빠르게 진화했다. 오늘날의 악어는 수천만 년간 꾸준히 진화해온 종이다. 악어가 살아있는 화석이라고 불리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며 이들이 8천만 년 동안 꾸준히 진화해왔다. 오늘날 살아남은 악어 26종은 모두 서로 비슷해 보이지만 발견된 수백 개의 서로 다른 화석 종은 각각 다른 섭식 기관을 가지고 있어 이들이 급격한 진화를 겪었음을 시사한다. 악어가 약 6600만 년 전 공룡 대멸종시기 살아남은 이유는 이들의 빠른 진화 때문이다.


투구게(Tachypleus tridentatus)는 거미나 전갈 같은 협각류로 분류되는 생물이다. 고생대 오르도비스기(약 4억8000만 년 전)에 출현했고 현재 모습은 중생대 쥐라기(1억9000만~1억3500만 년 전) 때부터 유지된 것으로 알려졌었지만 현재의 투구게는 2500만 년 전에 분화된 것으로 확인됐다.


실러캔스(coelacanth)는 약 4억 년 전에 출현해 6500만 년 전 멸종한 것으로 알려졌었다. 하지만 1938년 남아프리카공화국 해역과 1998년 인도네시아에서 실러캔스가 포획됐고, 이들의 외형 역시 화석과 크게 차이 나지 않아 진화를 거의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었지만 지난 1000만 년 간 다른 종과 접촉해 62개의 유전자를 획득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금의 실러캔스는 2000만~3000만 년 전에 형성됐을 가능성이 있다.


살아있는 화석은 의외로 미생물에서 발견된다. 공상과학 소설에 등장할 박테리아(Candidatus Desulforudis audaxviator)도 발견된다. 오랜 세월 거의 진화를 하지 미생물이다. 이 미생물은 2008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있는 금광 지하 2.8㎞ 지점에서 처음 발견되었다. 지구 표면에서 격리되어 광물의 자연 방사성 붕괴로 인한 화학반응으로 필요한 에너지를 얻는다. 이들은 햇빛이나 다른 유기체에 의존하지 않고 완전히 독립된 생태계에서 바위 내부의 물로 가득 찬 구멍에서 산다. 수백만 년간 지구 표면에서 격리되어 있었다. 시베리아와 캘리포니아, 그리고 남아공의 지하 깊숙한 다른 광산에서 이 미생물들을 추가로 발견했다. 이들 미생물들을 분석한 결과 분리 이후 최소한의 진화를 해서 유전적으로 거의 동일하다. 약 1억7500만 년 전 초 대륙 판게아가 해체될 때 이 미생물의 위치가 분리된 이후 크게 변하지 않았다. 사실상 당시의 살아있는 화석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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