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는 언 듯 보아도 아주 작은 머리를 갖고 있다. 그럼에도 산수도 할 수 있을 만큼 영리한 새도 있다. 바로 까마귀와 앵무새이다. 앵무새는 사람의 말을 잘 따라한다. 노래도 따라 부른다. 소리를 흉내 내는 능력은 앵무새뿐만 아니라 명금(songbird)과 벌새도 있다. 노래를 따라 부르려면 그렇게 할 수 있는 성대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더 나아가 그것을 인식할 수 있는 뇌 기능도 있어야 한다. 이들 3종의 새는 모두 뇌 속에 노래 핵(song nucleus)이라는 부위가 있다. 다른 새는 소리를 학습하는 유전자가 노래 핵의 중심부에서만 발현된다. 반면에 앵무새는 노래 핵의 중심과 바깥에서도 유전자가 발현되어 더 뛰어나다.
앵무새는 도구를 사용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도구를 순서에 맞춰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앵무새는 과일 등을 따먹을 최대 3종류의 도구를 목적에 맞게 활용한다. 나무에서 잘라낸 두껍고 단단한 나뭇가지, 껍질을 벗긴 보통 크기 나뭇가지, 가는 나뭇가지를 사용했다. 단단한 열매에는 굵은 나뭇가지를 사용하고 과일 속을 꺼낼 때는 가는 나뭇가지를 이용한다. 앵무새는 또한 서로 다른 도구를 이용해 흰개미를 잡는 침팬지 정도의 지능을 가졌다. 앵무새는 어떤 도구가 필요할지 인지하고 필요에 따라 적합한 도구를 활용할 수 있다. 모든 앵무새가 그런 것은 아니었다. 열 마리 중 일곱 마리가 도구를 사용해 무언가를 꺼내 먹었고 두 마리는 더 빨리 꺼냈다. 어느 집단이나 지능의 차이는 있다.
https://doi.org/10.1016/j.cub.2023.01.023
우리 인간은 대뇌에 있는 피질이 발달하여 똑똑하다. 그러나 새는 피질이 없지만 다른 부위에서 피질과 같은 기능을 한다. 새의 뇌 외피에는 피질과 비슷한 신경망이 있다. 새는 뇌가 작지만 뇌의 가장 바깥 영역에 신경세포가 많아 포유류 못지않은 지능을 발휘한다. 새나 공룡 그리고 인간이 나타나기 전에 이들 모두의 조상이 살았다. 이들이 살던 3억2000만 년 전에도 이미 이러한 지적능력이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 그 후 포유류는 피질이 발달하는 방향으로 조류는 뇌 피가 발달하는 방향으로 각각 다른 방식으로 진화(수렴진화)했다. 또한 앵무새의 뇌에는 일부 포유류보다 더 많은 뉴런이 있다. 앵무새는 뇌 크기가 원숭이보다 작지만 뉴런이 뇌 전체에 촘촘하게 분포돼 있다. 뇌 속 뉴런 밀도가 높아 앵무새 지능이 일부 포유류를 능가하는 것이다.
인간을 포함한 침팬지 같은 영장류의 뇌 안에는 ‘교핵’이라는 것이 있다. 교핵은 대뇌의 피질과 소뇌가 정보를 교환하게 하여 지능을 좋게 만든다. 인간과 영장류는 교핵 크기가 다른 포유류에 비해 아주 크다. 반면에 새는 교핵 크기가 매우 작다. 반면에 새는 피질과 소뇌를 이어주는 다른 ‘연결고리’가 있다. 특히 앵무새의 연결고리는 다른 새에 비해 2~5배로 아주 크다. 교핵처럼 피질과 소뇌를 연결해주는 이 연결고리가 발달한 것이 새를 똑똑하게 만들었다.
앵무새는 ‘수렴 진화’로 똑똑해졌다. 수렴 진화란 앵무새와 포유류가 서로 다른 동물이지만 비슷한 환경에서 같은 방향으로 적응하면서 닮아가는 것을 말한다. 포유류인 고래가 물속에서 살면서 어류와 닮아진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인간과 새가 이렇게 지능이 좋아진 것은 뇌의 피질과 소뇌가 잘 연결되고 신경세포가 잘 발달했기 때문이다. 뇌가 발달한 방향은 약간 차이가 나지만 지능이 좋은 이유는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