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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인 최대 몇 살까지 살 수 있을까


척추동물의 자연수명을 밝힌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척추동물 총 252종의 유전 암호를 분석해 이중 수명과 관련된 42개 유전자를 발견했다. 이를 바탕으로 한 동물이 얼마나 오래 살 것인가를 예측하는 수명 시계(lifespan clock)를 만들었다. 북극고래는 268년 동안 살 것으로 예측됐다. 갈라파고스의 핀타 섬의 핀타섬땅거북종의 최대 수명은 120세로 추정됐다. 침팬지는 39.7년, 혹등고래는 93년으로 예측됐다. 네안데르탈인이나 데니소반의 경우 37.8년을, 털 매머드는 60년은 살았을 것으로 추정됐다. 인간도 과학과 의학이 발전하고 보건환경이 개선되기 전에는 자연수명이 50세 정도였다. 과학과 의학의 발전과 생활조건의 개선으로 자연수명 한계는 많이 늘어났다. 


그러나 일부 유전학자는 인간 수명이 1990년대 후반 이후엔 거의 늘어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전 세계 40여 국가의 인구조사 결과를 분석하여 인간 수명은 115세가 한계이며, 이미 1995년경 정점을 찍었다고 발표했다. 의학이 발전한다고 하더라도 유전자에 이미 입력된 수명 한계는 극복할 수 없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공식 출생증명서로 인정받은 세계 최고령자는 1997년 122세로 사망한 프랑스 잔 칼망이다. 그러나 이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이며, 앞으로 115세보다 더 오래 사는 사람이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연구에 대하여 유전학자들은 반발한다. 21세기 초 인간의 평균 수명은 85세를 당분간 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2009년 일본 여성의 평균 수명은 86세였다. 인간 수명은 늘 예측을 뛰어넘었다. 과학과 의학의 발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충분한 영양, 음식을 보관해주는 냉장고, 살균과 정수, 폐수 처리 시설이 도움을 줬다. 항생제, 마취, 백신 같은 의학, 유전자 이중나선 구조 발견 같은 생물학지식 등도 공헌하였다.


18세기 박물학자 조르주 루이 르클레르(Georges-Louis Leclerc, Comte de Buffon, 1707~1788, 일명 뷔퐁 백작)는 사람은 이론적으로 최대 100세까지 살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옛날이야기이다. 2023년 1월 17일 세계 최고령자 프랑스 앙드레 수녀(Sister André, 1904~2023)가 118세의 나이로 선종했다. 2023년 1월 현재 최고령자는 115세인 스페인 마리아 브란야스 모레라 할머니다. 프랑스 여성 잔 칼망(Jeanne Calment, 1875~1997)은 122세까지 살아 공식적으로 지금까지 가장 오래 산 사람이다. 자연수명의 한계에 대해 확정적으로 말할 수 없다. 100세가 넘는 사람들이 점차 늘고 있지만 초 고령자의 숫자는 여전히 매우 적기 때문에 유의미한 통계적 추정을 할 수 없다. 유전자 조작이 가능하다면 150년까지 사는 사람도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유엔에 따르면 100세 이상 세계 인구는 2011년 35만3000명에서 2021년 59만3000명으로 늘어났다. 각각 세계인구 19,830명 당 1명, 13,490명 당 1명이다. 10년 사이에 100세 이상 인구비율이 늘어났다. 우리나라 복지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100세 이상 인구는 2022년 8월 말 기준으로 8469명(남자 1532명, 여자 6037명)이다. 인구 6090명당 1명으로 세계평균보다 두 배 높다. 어느 나라나 그렇지만 여자가 오래 산다. 


인간이 얼마나 오래 살 수 있는가에 대한 논쟁은 오랫동안 이어졌다. 과학자들은 노화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엄청난 돈과 시간을 투자했다. 하지만 노화의 속도를 늦출 수 없을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시간이 지나면서 건강과 생활 조건이 개선되었고 이로 인해 어린 나이에 사망하는 비율이 감소해 수명이 길어진 결과가 전체 인구의 기대수명 증가로 이어졌을 뿐, 노화가 진행되는 속도가 느려져 기대수명이 늘어난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인간을 포함한 대부분의 포유류의 사망 위험은 어릴수록 높고 성인기가 되면 상대적으로 낮아졌다가 노화가 시작된 후에 다시 증가한다. 영장류의 평균 사망 연령에서 나타나는 차이의 주요 요인은 유아기 및 청소년기 사망률이다. 즉, 기대 수명은 노화 비율이 아니라 노화와는 관계없이 얼마나 많은 인구가 유아기나 청소년기에 사망하는지에 좌우된다. 인간도 생활 조건이 개선되면서 유아기나 청소년기 사망률이 감소했고 그로 인해 수명이 늘어났다. 즉, 기대 수명의 증가는 노화 시계가 늦춰졌기 때문이 아니라 유아기 및 청소년기 생존율 향상의 통계적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 이는 성인기에 들어선 이후 노화가 비교적 일정한 속도로 진행된다는 ‘노화 속도는 불변(invariant rate of ageing)’한다는 가설을 지지한다. 모든 인간은 같은 속도로 나이를 먹지만 서로 다른 나이에 죽는 것은 환경적 요인 때문이라는 것이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더 오래 살게 되었지만, 노년기에 죽음을 향한 궤적이 변한 것은 아니다. 의학적 발전이 생물학적 제약을 극복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것도 옛날이야기이다. 이미 생명의 자연한계가 무너져가는 연구가 계속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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