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청소년들은 사치를 좋아한다. 그들은 예의범절을 모르고 권위를 경멸하고 나이든 사람들을 존중하지 않고 일을 해야만 하는 곳에서 잡담만 한다.…부모에 반항하고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 떠들고 교사들에게 횡포를 부린다.” 소크라테스(기원전 470~399)가 한 말이다. 나이 들어 자기 자신을 모르고 자신이 어떤 사회를 만들었는지 잊고 ‘꼰대 짓’ 하는 것은 시대를 막론하고 있어왔다.
한번만 돌아보라. 자라나는 청소년들에 늙은 세대의 성추행, ‘연줄’로 이루어지는 취업, 부정입학, 교수비리, 대학원 갑질 등 거의 모든 분야가 편법과 부정과 거짓말이 난무한다. 겉만 보면 착각이다. 정의라는 단어는 입에서만 돌아다니는 단어이다. 많은 젊은이들은 기성세대에 눈을 찌푸리고 한국을 떠나고 싶어 한다.
“나라에서 마련해준 일자리를 차지한 노인들을 보면 세금만 축낸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 돈으로 9급 공무원이나 더 뽑았으면 좋겠어요.” 어떤 젊은 취업준비생은 지하철 노인 일자리에서 근무하는 노인을 보면서 ‘일자리를 빼앗겼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불만은 적대감으로 변질된다. 틀딱충(틀니를 딱딱거리는 벌레)이나 노슬아치(노인을 벼슬로 아는 이들)라는 혐오성 단어가 널리 쓰인다. 이 단어는 지하철에서 자리 양보를 특권으로 여기고 젊은이에게 과격한 언행을 일삼는 노인을 주로 일컬었다. 이런 혐로(嫌老) 현상이 일자리 시장으로까지 번진 것이다. 2019년 정부가 약 1조2천억 원을 들여 노인 일자리를 74만개까지 늘리기로 결정하자 온라인에서는 ‘노인 일자리 반대’, ‘성실히 일하지 않는 노인에게만 쏟아 붇는 세금, 참으로 아깝다.’는 등의 반응이 나왔다. 2018년 국가인권위원회가 내놓은 ‘'노인인권 종합보고서’에 의하면 청장년(19~64세)의 56.6%가 노인 때문에 청년 일자리가 감소할 것을 우려했다. 노인 복지 확대로 청년층 부담이 증가할 것으로 생각하는 비중은 77.1%에 달했다. 세대 갈등에 대해서도 87.6%가 노인과 청년 간 대화가 통하지 않으며 갈등이 심하다는 질문에는 80.4%가 동의했다.
그래도 한 때 우리 사회는 ‘인간냄새’가 나는 곳이었다. 대학시절 여행 갔다가 돈 떨어지면 시골집에서 재워주고 밥도 주던 인정도 있었다. 술 먹고 돈 떨어지면 외상도 가능했다. 먹고살기 힘든 감이 주점이었지만 주인 할머니가 시키지도 않은 찌개도 주셨다.
필자는 세대 간 갈등을 풀 수 있는 비법도 해결방법도 제시할 능력은 없다. 깊이 생각해보적도 없기 때문이다. 얼마 전 친구들과 부부가 모여 광장시장 노포에서 막걸리를 먹었다. 참 오랜만에 시끄럽게 먹었다. ‘노포(老鋪)’는 오래된 가게란 뜻으로 대대로 물려 내려오는 점포를 말한다. 필자 같이 나이든 사람들, ‘아재’들의 맛 집이다. 맛도 좋고 절은 시절로 시간 여행을 간 것 같은 옛날 구조, 시끌벅적한 분위기로 인간냄새가 난다.
노포에 가면 고객의 과반수가 MZ세대다. 이삼십 대 여성도 많다. 우리의 젊은 시절처럼 청년들은 여전히 이런 곳을 찾는다. 우리와 다른 것은 음식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린다는 점이다. 노포가 오랫동안 그 자리를 지키는 것은 맛에 있다. 노포는 젊은 세대에게 신기하고 이색적이다. 늘 보던 깔끔한 건물 대신, 페인트칠이 벗겨지고 색 잃은 간판이 가득하다. 옛날 세대의 인테리어와 투박한 음식은 개성 있다. 지친 젊은 층은 사람 냄새나는 곳을 찾아온 것이다. 다양한 연령대가 좁은 테이블에 모여 앉아 왁자지껄 대화한다. ‘이모’를 외쳐 주문한다. 노포는 우리가 잃어버린 ‘사람’이 있는 곳이다. 어쩌면 노포가 세대 간 거리를 좁혀 줄 수 있는 매개체가 될지도 모른다. 기성세대는 인간이 살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드는 것에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오직 돈과 권력 성공만이 전부라고 밀어붙이지 말고. 그것은 삶을 위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