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석기시대 치즈와 자본주의 치즈
인간이 농경을 시작한 이후에 생긴 중요한 유전적 변화인 락타아제(lactase)는 우유나 유당을 분해하는 효소이다. 전 세계에서 우유를 마실 수 있는 성인은 인구 집단별로 보통 1~10%에 불과하고 성인이 되어서까지 락타아제를 만드는 유전자가 활동을 하는 사람이 특이한 현상이다. 이렇게 특이한 유전자를 가진 사람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지역이 유럽과 중동이다. 유럽의 스웨덴이나 덴마크, 아프리카의 수단, 중동의 요르단이나 아프가니스탄 등은 성인 중 70~90%가 락타아제를 만들어낸다. 유럽인의 젖당 분해 능력, 즉 성인이 돼도 우유 속 당분을 소화시키는 능력을 간직하는 돌연변이는 기원전 5500년경 유럽에서 나타나 퍼졌다. 젖당 분해효소는 최근에 빠른 속도로 일어난 인류 진화의 대표적 사례이다.
인간 등 포유류는 태어날 때 젖을 먹어 락타아제를 가지고 태어난다. 포유류는 이유기 이후 젖당을 섭취할 기회가 없다. 젖을 먹는 동안 활발했던 젖당 분해효소는 이유기 이후 점차 발현이 감소하여 성인이 되었을 때는 더 발현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젖을 먹지 않고 다양한 음식을 먹고 마시는 어른이 되면 락타아제는 더 이상 만들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낙농 문화가 발달한 북유럽, 중동, 동아프리카의 여러 집단에는 다른 인류 집단에서는 발견되지 않는 젖당 분해효소 유전자 조절 변이가 높은 빈도로 발견된다. 이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젖당 분해효소가 계속 발현된다. 유럽의 젖당 분해효소 지속성 변이가 낙농 문화가 시작된 지 수천 년이 지난 기원전 2~3천 년에서야 나타났고, 그 후 매우 빠르게 비율이 증가하여 현재에 이르렀다. 젖당 분해효소 지속성 변이의 진화는 자연선택에 의한 적응 진화의 대표적인 사례지만, 그만큼 특이하고 희귀한 경우이다.
락타아제에 유전학적 배경은 21세기에 와서야 밝혀졌다. 성인이 되어서도 락타아제를 계속 만들어내는 사람은 락타아제 유전자 주변에서 유전자를 조절하는 위치에 돌연변이를 가지고 있다. 락타아제 조절 유전자에서 네 종류의 돌연변이가 발견되었다(2019). 이 돌연변이는 모두 다 똑같지 않아, 스웨덴에서 보이는 돌연변이는 아프리카의 수단에서 보이는 돌연변이와 서로 다른 염기서열이다.
유럽에서 낙농업은 신석기 시대 이후에 시작됐다. 낙농업이 정착되기 이전 유럽의 신석기 시대 인골에서 DNA를 채취해 분석한 연구결과 락타아제 돌연변이는 발견되지 않다. 유럽에서 이 돌연변이가 나타난 시점은 낙농업이 시작된 이후인 지난 1만 년 이내이다.
우유를 먹기 시작하면서 치즈도 나타났다. 치즈는 인류가 가축을 길들인 후 그 젖을 먹기 시작하면서 기원한 것으로 본다. 하지만 치즈는 신석기 시대 농부들도 만들어 먹었다. 가축을 키워 단백질을 보충했기 때문이다. 폴란드에서 발견된 기원전 3000~4000천 년경 신석기 후기 토기에서 농부들이 치즈를 만든 증거가 발견되었다. 소뿐만 아니라 염소와 양의 젖으로도 치즈를 만들었다.
https://doi.org/10.1098/rsos.230124
치즈는 완전식품으로 알려진 우유로 만들어져 단백질, 칼슘, 비타민A, D, E, B 군이 풍부하다. 오늘날 치즈는 떡볶이, 볶음밥, 피자에 들어간다. 치즈가 처음 만들어지고 5천 년이 지난 후 새로운 치즈가 등장했다. ‘자본주의’ 치즈라고 부를 수 있다. 원가절감을 위하여 우유가 아닌 재료로 만든 ‘가짜’ 치즈이다. 오늘날의 치즈는 다 우유로 만들지 않는다. 식당에서 사용하는 치즈의 상당수가 포화지방이 많은 저가 식용유에 첨가물을 넣어 만든 모조치즈(‘가짜’치즈)이다. 마트에서도 가짜 치즈를 판다. 가짜 치즈는 싸다. 가짜 치즈는 영양분이 적고 콜레스테롤, 비만 등 성인병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제품 표면에 명시된 ‘식품 유형’과 ‘원재료’를 보고 알 수 있다. 식용유지 가공품 중 ‘모조’ 또는 ‘기타 가공품’으로 분류된다. 원재료를 보면 팜유, 야자 경화유 등의 식용 유지류가 적혀있다. 자본주의 기업은 이익을 실현하고, 그 소비자는 지출을 줄인다. 그리고 남는 돈은 병원비로 쓴다. 자본주의의 현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