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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근수 Apr 01. 2023

개미 생태계와 인간군상

2013년 번역된 도널드 프로세로의 『공룡이후』는 공룡시대 이후 신생대(Cenozoic era) 포유류 시대의 진화를 쓴 책이다. 그는 지구 나이 46억 살을 1년으로 비유하여 최초의 포유류가 12월 17일에 출현했으며 자정 1초 전에 찰스 다윈이 『종의 기원』을 발표했다고 썼다. 포유류의 발생은 우주 역사에서 가장 최근의 일이며 인간의 탄생은 더 그렇다. 우주의 시간에서 보면 인간은 스쳐나가는 생물 중의 하나에 불과하다. 지구상에 나타났다가 사라진 많은 생물들처럼 인류 역시 언젠가는 사라진다. 


중생대(Mesozoic era)는 약 2억4500만~6500만 년 전의 시기로 트라이아스기, 쥐라기, 백악기로 구분된다. 중생대는 파충류, 특히 공룡들이 살았고, 새와 포유류의 등장, 꽃이 피는 식물, 다양한 곤충, 최초의 사회성 동물인 개미와 벌 등이 출현하였다. 이 시기에 인류를 탄생으로 이어지게 되는 포유류의 조상이 나타났다. 개미는 약 1억4천만 년 전 종자식물과 같은 시기에 출현해 퍼져나갔다. 개미의 종은 1만4천개가 넘고 개체 수는 4천조~2경에 달한다.


약 6천만 년 전 개미는 주로 숲에서 땅속에 집을 지어 살았다. 그러다가 일부 식물이 잎의 기공을 통해 수증기를 더 많이 배출하면서 숲의 습기가 높아져 우림으로 바뀌었다. 이에 따라 개미 중 일부가 땅속 집에서 나와 나무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개미뿐만 아니라 개구리와 뱀, 기생식물도 나무로 이동했다. 숲에 서식하던 종자식물 일부는 더 건조한 지역으로 서서히 옮겨가 번성했다. 일부 개미 종도 이 식물을 따라 이동했다. 이들 식물은 진화하여 씨앗이나 열매의 성분이 개미의 먹이가 되었다. 개미가 이 먹이를 확보하기 위해 씨앗을 가져가면서 식물의 종자가 퍼진다. 식물 생태의 변화는 식물에 의존하는 동물과 다른 생명체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준 것이다.

https://doi.org/10.1093/evlett/qrad008


오늘날 개미는 자연에서 다른 생명과 다양한 관계로 살아간다. 산책을 하거나 산이나 숲에 들어가면 개미를 조심해야한다. 개미가 땅에 지나다니기 때문이다. 개미는 식물의 씨앗이 퍼지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일부 식물은 씨앗에 미끼(elaiosome)를 붙여 개미에게 준다. 개미는 씨앗을 물고 집으로 돌아가 애벌레에게 이것을 먹인다. 이 과정에서 씨앗은 멀리 퍼진다. 호주 같은 건조한 지역에서는 개미가 밀이 잘 자라도록 한다. 개미굴이 수분과 질소를 저장하여 수확량이 많아진다. 일종의 공생관계이다. 파나마의 열대 우림에서 사는 한 개미(Azteca alfari)는 집을 만들지 않고 나무(Cecropia peltata)에서 살아간다. 나무에서 영양분도 얻고 나무를 갉아 먹는 애벌레나 다른 초식동물을 공격해 공생 관계를 이룬다. 개미들은 나무에 상처가 나면 다시 메꿔서 수리도 한다. 서로 돕고 이익을 주고받는 호혜와 상생의 삶이다.


반면 개미는 식물의 생존에 역행하는 짓도 한다. 개미는 진딧물을 사육하여 단물을 얻기도 한다. 화학 물질을 내어서 날개 달린 진딧물이 태어나는 것을 막기도 한다. 개미가 진딧물을 키우면 식물은 잘 자라지 못한다. 잘못하면 식물이 씨가 마를 수 있다. 남을 등쳐먹고 사는 것은 개미나 인간이나 같다. 그러나 곰이나 개미핥기가 개미를 먹어 치우면서 식물은 살아남는다. 인간 사회는 법이라는 도구로 이런 인간들을 처벌한다. 수많은 생명체들이 살아가는 모습은 다양하다. 인간사회도 다양한 군상의 인간이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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