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먹는 해파리냉채. 맛있다. 보기에는 식물처럼 생겼지만 동물이다. 가장 오래된 동물이라고 볼 수 있다. 해파리는 동물과 인간의 가장 오래된 조상인 셈이다. 해파리냉채를 먹는다는 것은 가장 오래된 조상을 먹는다고 할 수 있다. 하긴 모든 동물은 생명을 먹고산다. 그 에너지의 근원은 태양이지만. 우리가 먹는 해파리를 알아보자. 알면 알수록 해파리냉채가 맛이 없어질지 모르겠다.
수억 년 전에 동물이 처음 지구상에 나타났다. 신경세포를 가진 최초의 동물로 알려진 해파리는 지금도 살고 있다. 해파리의 신경세포는 온 몸에 퍼져있다. 이들이 나타난 후 1~2억 년이 지난 후 신경세포가 척추에 집중되면서 척추동물이 나타났다. 우리의 척추는 그냥 뼈가 아니라 신경세포가 모여 있던 곳이다. 척추동물의 신경세포는 점차 한 곳으로 집중되었고 그것이 뇌가 되었다.
말미잘이나 해파리 같은 자포동물은 지구상에서 가장 단순한 다세포 동물이다. 이들은 뇌나 뇌의 기능을 하는 신경 세포 덩어리가 없다. 그러나 그물처럼 느슨하게 연결된 신경 세포를 이용해 능동적으로 주변 환경과 상호작용한다.
빗해파리는 가장 오래된 다세포 유기체 중 하나이다. 빗해파리는 해양 무척추동물로 형태가 호두처럼 생겨 ‘바다의 호두’란 별명을 갖고 있다. 움직이는 섬모가 있는 띠가 빛을 산란시켜 무지갯빛을 띤다. 신경계나 뇌의 진화는 생물학계의 중요한 주제이다. 신경계는 시냅스를 통해 통신하는 뉴런들로 구성되어 있다. 빗해파리 신경망의 뉴런은 시냅스로 연결돼 있지 않다. 대신 ‘합포체’라는 일종의 막으로 연결돼 있다. 아마도 빗해파리의 신경계는 다른 동물의 신경계와 독립적으로 진화했을 수도 있다.
https://doi.org/10.1126/science.ade5645
자포동물은 산호, 해파리, 말미잘 등을 말한다. 독침 세포(자포)를 이용해 먹이를 사냥한다. 생명계에서 먹고 먹히는 생존방식이 이 때부터 있었음을 의미한다. 무질서하게 움직이는 것 같은 촉수는 뛰어난 사냥 도구이다. 천적이나 먹이에 접촉하면 독을 발사해 상대를 마비시키거나 큰 고통을 준다. 동시에 자기 자신을 공격하는 실수를 피하고 단순한 자극에 반응해 독을 낭비하지 않도록 조절하는 영리한 도구이기도 하다.
해파리도 식욕을 조절하는 기능이 있다. 초파리의 식욕조절 기능과 비슷하다. 식욕 조절 기능은 해파리나 그 조상에서 진화했을 가능성이 있다. 식욕을 조절하는 것은 사실 동물의 가장 기본적 기능이다. 해파리 역시 인간과 마찬가지로 배부르면 쉬고 배고픔을 느끼면 먹을 것을 찾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빗 해파리는 의식이나 도덕 감정이 없으니 먹는데 가리는 것이 없다. 새끼까지 먹는다. 식욕조절이 윤리로까지 발달하지 않았나보다. 빗 해파리는 늦여름에 엄청난 수의 새끼를 낳는다. 빗 해파리는 2주 동안 1만2000개의 알을 낳아 엄청난 번식력을 가지고 있다. 빗 해파리의 개체 수는 9월 초에 가장 많다. 9월 초부터 성체 해파리의 먹이가 감소하지만 새끼가 줄어들고 성체 빗 해파리는 늘어난다. 빗 해파리가 새끼를 먹기 때문이다. 새끼를 먹어서 얻는 영양은 적지만 빗 해파리의 수명을 2~3주 정도 연장시킨다. 새끼를 먹어 겨울을 나기 위한 영양분을 보충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아무런 생각도 없지는 않다. 뇌가 없는 말미잘도 연합 학습이 가능하다는 것이 실험적으로 밝혀졌다. 어떻게 하는지는 아직은 모른다. 연합 학습(Associative learning)은 한 가지 자극을 다른 자극과 연관시켜 기억하는 것을 말한다. 파블로프의 개 실험으로 잘 알려져 있다. 개에게 식사 시간마다 종소리를 들려주면 나중에는 종소리만 들어도 침을 흘리게 된다. 이런 연합 학습 능력은 많은 동물에서 확인됐지만, 뇌가 없는 동물에서는 알려지지 않았었다.
해파리는 가장 원시적이고 단순한 다세포 동물이다. 촉수를 늘어뜨린 채 다니다가 촉수에 걸린 운 나쁜 물고기를 잡아먹기 때문에 뇌가 없어도 살아가는 데 문제가 없어 보인다. 과학자들은 해파리가 복잡한 환경에 맞춰 능동적으로 행동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해파리는 뇌 없이 단순한 그물망 같은 신경계를 지녔지만, 어디로 움직이고 언제 사냥하고 어떨 때 휴식을 취해야 하는지 정확히 판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