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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 입시 공화국의 불나비 부모와 청소년



2022년 출간한 <미래형 인재 자녀교육> 업데이트 글입니다.


우리나라 초·중·고 학부모는 97.9%가 자녀에게 사교육을 시킨다. 사교육을 시키는 이유로는 ‘남들보다 앞서 나가게’(24.6%), ‘남들이 하니까 불안해서’(23.3%)라는 답이 많았다. 경쟁 심리와 불안감 때문에 거의 대부분의 부모가 사교육을 시킨다. 우리나라 영유아의 약 20%가 학습지를 이용한다고 한다(2016). 만 1세가 되지 않은 아이의 상당수가 미술, 음악, 발레, 수영 등의 예체능 과목을 비롯해 국어, 영어, 수학 등을 위한 기초 학습을 받는다고 한다. 이젠 아이가 뱃속에 있을 때부터 경쟁이 시작된다. 좋은 유치원에 보내려고 임신 중에 대기명단에 이름을 올린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양육비가 많이 드는 나라에 이름을 올렸다. 중국이 그 뒤를 이어 2위를 차지한다. 한국에서 18세까지 자녀를 키우는 데 드는 비용은 1인당 국내총생산의 7.79배로 추정되고, 중국은 6.9배이다. 2022년 우리나라 1인당 GDP가 약 3만2천 달러이니 아이를 키우는데 3억3천만 원이 든다. 독일 3.64배, 프랑스 2.24배, 호주 2.08배에 비해 현격하게 높다. 비싼 양육비로 결혼과 출산을 기피해 출산율이 세계 최저 수준이다. 지나친 말이지만 한 마디로 말해 자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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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는 대학서열이 직장과 연봉을 결정한다는 인식이 강하고 실제로도 그렇다. 물론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다른 나라도 그렇다. 좋은 대학을 들어가려고 유아기부터 영어는 물론이고 한글, 수학, 과학 등의 선행학습을 시작한다. 엄청나게 비싼 것도 많다. 유아 대상 영어학원의 경우 월평균 100만 원이 넘는 것이 많다. 공립학교에서는 선행학습이 필요 없다고 홍보하지만, 아무것도 시키지 않으면 학교에 들어가 수업을 따라갈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부모들은 다른 집 아이가 사교육으로 더 앞서 나가 우리 아이만 뒤처질지 모른다는 압박감에 시달리지 않을 수 없고 피할 수도 없는 분위기이다.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가면 그 경쟁은 더욱 가열된다. 물론 선행학습이나 사교육이 긍정적인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 어떤 것이나 그렇지만 제대로 알고 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녀들의 미래가 달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교육학은 물론 뇌 과학에서 심리학까지 많은 학자들이 사교육 특히 조기 교육이 단기적으로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나쁘다는 주장을 해왔다. 단지 장기적으로 성적에만 나쁜 것이 아니라 자녀들의 육체적 정신적 건강에도 아주 나쁘다는 연구결과가 끊임없이 나왔다. 그래서 선진국에서는 교육이 학계의 연구를 반영하여 교육시스템을 바꾸고 부모들도 자녀교육에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교육시스템은 거꾸로 갔다. 게다가 부모들은 학원의 ‘돈벌이’ 마케팅에 춤을 추고 주변 부모들의 언행에 부화뇌동하며 아이들은 학원으로 몰아놓고 있다. 지금 누군가 무슨 말을 해도 소용없다.


마치 불로 뛰어드는 불나비를 연상시킨다. 불나비는 화려한 외관으로 ‘나비’라는 이름이 붙여졌지만 나방이다. 나비와는 달리 밤에만 활동하는 야행성이다. 밤에 학원으로 밀려가는 모습과 유사하다. 불나비는 불을 향해 날아든다. 불빛을 향해 일정한 각도를 유지하려는 본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결국 불로 뛰어들어 타죽는다. 마치 성적을 유지시키려고 학원 불빛 주위로 모여드는 것과 비슷하다. 그러나 무작정 불을 향해 날아드는 불나비는 ‘어리석음’의 상징으로 비유된다. 아이가 고통 받고 심지어는 극단적인 선택도 하는 줄도 모른 채 무턱대고 학원으로 밀어 넣는다. 생각해보자. 공부가 싫은 시기의 아이에게 학원은 아무 소용이 없다. 공부를 좋아하는 아이도 학원으로 밀어 넣으면 공부가 싫어질 것이 뻔하다. 아이를 낳는 순간 부모들은 무언가 본능에 휩싸여 이성을 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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