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출간한 <미래형 인재 자녀교육>의 업데이트 글입니다.
매년 어김없이 찾아오는 5월 5일은 어린이날이다. 아주 오래 전 ‘옛날’에는 나름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내던 아이들에게는 용돈도 두둑이 받고 노는 가장 즐거운 날이었다. 지금은 일 년에 단 하루 있는 어린이 ‘가석방일’이다. 가석방일이 만료되면 다시 학원에 ‘투옥’된다.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 더 오래 전 옛날 1762년에 출간된 장 자크 루소의 저서『에밀』에는 ‘미래 행복’을 위해 하는 교육을 야만인라는 언급이 나온다. ‘인류대학’ 입학 하나가 목표인 부모들을 야만인으로 규정한 것이다. 명품을 가지려는 욕구는 유인원 세계의 공통적인 본능이다. 그런 유인원처럼 본능에 사로잡힌 인간을 비난한 것이다. 공부 잘하는 자식을 ‘소유’하고 ‘명품’으로 과시하려는 욕망에 사로잡힌 부모의 과욕으로 아이는 감옥에서 산다. 아이의 미래를 구실로 강요하는 살인적인 교육으로 아이는 평생 정신적인 고통 받는다. 중학교 쯤 다니는 아이들에게 물어보라. “학교 가고 싶어?” “아니요!” 일부 아이들은 끝에 “ㅆ…” 같은 욕도 나온다.
우리나라 9~17세 아동과 청소년의 삶에 대한 만족도는 평균 6.57점(10만 만점)으로 OECD 27개국 중 가장 낮다. 우리나라는 우울증 발생비율이 36.8%로 OECD 회원국 중 1위이다. 자살율도 세계 1위이다. 우리나라 10대 청소년들의 사망원인 1위는 자살이다. 자살이 청소년 사망원인 1위로 자리 잡은 것은 이미 꽤 오래전 일이다. 10대 청소년 자살 동기는 대부분 ‘정신적’ 어려움이다. 경제협력기구에 따르면, 한국의 우울증은 36.8%로 세계 1위이다. 경제협력기구는 한국의 자살률이 급등하는 이유는 우울증의 치료율이 낮기 때문이라고 본다. 미국의 60~70%에 비하면 6분의 1 수준인 10%를 약간 넘는 수준이다. 청소년의 우울증은 ‘숨겨져’ 있고 부모들은 자녀가 정신과를 가는 것을 꺼려한다. 자녀의 우울증에 무지하니 청소년 자살률은 높을 수밖에 없다. 성인이 되어서도 자신의 아이가 ‘헬조선’에서 살게 하고 싶지 않다고 결혼도 출산도 하지 않는다. 신문과 인터넷 뉴스에 흔히 나오는 기사이다. 오랫동안 이런 기사에 접한 사람들은 그냥 그런가 보다고 생각한다.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생각보다 문제는 심각하다. 우리나라 청소년은 대학을 들어가서도 후유증에 시달린다.
“사교육에 치여 내가 누구인가 고민할 겨를도 없었다. 모두가 똑같은 앵무새로 키워지도록 강요받는 느낌이었다.”
1백 여명의 서울 소재 명문대에 2009~2015년에 입학한 대학생들에 대한 조사 결과이다. 이들 대학생들 중 스스로 학원 수강 여부 등을 결정한 경우는 15.7%에 그쳤고, 나머지는 모두 부모의 계획과 주도 아래 사교육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가 주도하는 사교육을 받은 학생들의 상당수가 부모를 원망하였고 사교육 경험을 떠올리기도 싫은 상처로 여기는 경우가 많았다. 그들은 언제나 너무 지겨웠고 화가 났으며 내신, 수능, 토플, 논술, 제2외국어 등을 준비하던 대학 입시 기간이 하루하루가 지옥 같았다고 말하기도 하였다. 설령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더라도 입시에 지쳐 무기력하게 사는 사람도 꽤 많다.
“정말 열심히 해서 일류대에 붙었어요. 꿈에 그리던 대학에 입학했는데 이제 아무 것도 하는 것이 싫어요. 움직이기조차 싫고 그냥 누워서 쉬고 싶어요.” “저는 특목고에 다니고 성적도 좋아요. 빨리 ‘입시 지옥’에서 탈출하고 싶어요. 저는 대학에 합격하는 것이 꿈이 아닙니다.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고 여행하고 노는 것이 꿈이죠. 부모님은 제 마음을 모르죠. 설령 안다고 해도 바뀌는 게 없을 거예요.”
2019년에는 정말 비극적인 기사가 나왔다. 의대 인턴을 마친 아들이 엄마한테 전화를 해서 ‘당신의 아들로 산 세월은 지옥이었다. 이제 당신하고 인연을 더 이상 이어나가고 싶지 않다. 더 이상 나를 찾지 말아 달라.’라고 말하고 사라졌다는 기사이다.
2011년에는 더 끔찍한 일이 발생했다. 고3 학생이 엄마를 살해한 끔직한 사건이었다. 그 학생의 어머니는 집 거실에 ‘서울대학교’라고 쓴 큰 종이를 붙여 놓았다. 아들의 성적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밥을 안 주거나 잠을 못 자게 했다. 이 학생은 “어머니가 계속 꿈에 나타나 무서워 자살해 버릴까 생각했다.”라고 울먹이며 범행을 자백했다.
자녀들만 고통스러운 일이었던 것이 아니라 부모들도 함께 힘들었다. 어떤 엄마는 “대학에 떨어졌다는 통지를 받고서 먹었다 하면 체했고 속이 메슥거렸다. 아이를 위로해줘야 하는데 고함부터 지른다. ‘그래. 네가 공부 열심히 안 하고 딴 짓할 때 알아봤어!’”라며 힘들어했다. 우리나라에서 부모가 자녀의 교육에 돈과 시간을 투자할수록 자녀의 운명이 달라진다는 ‘신앙’ 같은 믿음이 있다. 바로 루소가 말한 야만인이다. 18세기 과학이 아직 미성숙했던 시기였지만 그는 통찰력 있는 말을 한 것이다. 현대 과학과 교육학은 정말로 야만인임을 증명하였다. 하지만 입시와 대학은 있지만 교육은 부재한 사회이다. ‘우리나라 사람은 교육열이 높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제대로 말을 해야 한다. ‘우리나라 사람은 입시열풍이 높다. 교육열은 없다!’ 주변사람이나 학원에서 말하면 믿고 과학자와 교육학자들이 말하면 안 믿는다. 어떤 말을 해도 소용없다. 아이를 낳자마자 부모들은 이성을 잃고 야만인이 되는 것이다. 반지성적 반과학적 ‘썩은 한강’이 도도하게 흘러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