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출간한 <미래형 인재 자녀교육>을 업데이트 한 글입니다.
아이들이 스마트폰이나 디지털기기에 중독되어 있는 것은 ‘자발적인’ 집중이 아니라 ‘비자발적’이거나 ‘수동적인’ 주의 집중이다. 텔레비전도 마찬가지이다. 화면을 응시하는 시간을 의미하는 스크린 타임(screen time)은 스마트폰, 컴퓨터, 텔레비전 같은 전자기기의 화면을 응시하는 시간을 말한다. 스크린 타임은 뇌를 자극하는데 약하고 비판적 사고와 추론과 관련된 대뇌 피질을 발달하지 못하게 한다. 스스로 책을 눈으로 읽는 것과는 다르다. 그래서 텔레비전을 ‘바보상자’라고 부른다. 스마트폰은 아마도 ‘마약 상자’라고 부를 수도 있다.
실제로도 스마트폰은 마약과 같다. 특히 요즘 유행하는 ‘숏폼(짧은 동영상)’처럼 자극적이거나 짧은 콘텐츠는 아이들의 뇌에 더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이런 것을 보면 마약복용이나 알코올 중독과 같은 뇌 반응이 나타난다. 짧은 시간에 반복적으로 도파민 호르몬을 분비하는데, 이 과정이 마약이나 알코올 중독과 비슷하다. 물론 마약이나 알코올만큼 강하지는 않지만 학습 능력에도 좋지 않다. 사고력과 집중력이 필요한 수학이나 과학 등 학습 능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스마트 기기에 빠져 있을 때 못 하게 하거나 억지로 중단시키면 아이들이 통제력을 잃기도 한다. 그것은 밥을 먹고 있는 개에게서 갑자기 밥그릇을 빼앗았을 때 으르렁거리고 덤벼드는 것과 유사하다고 한다. ‘바보상자’에 빠진 사람은 여전히 인간이지만 ‘마약상자’에 빠진 사람은 마약 중독자이다. 청소년에 마약을 공급하거나 함께 투약한 경우 구속되고, 최고 사형이나 무기징역까지 처벌될 수 있다. 사실상 청소년에게 마약이 된 스마트폰 공급도 처벌해야하는 것은 아닐까.
스마트폰은 정신 건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다양한 연구에서 입증됐다. 대학생도 스마트폰을 많이 보면 외로움, 우울증, 불안증세가 더 많이 나타난다. 감정과 인지와 관련된 전두엽의 회백질 부피가 줄고 신경회로의 연결성도 떨어진다. 그러잖아도 입시 스트레스로 우울증과 정신 질환뿐만 아니라 자살도 많은 우리나라의 청소년에게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인터넷과 게임중독이 심각하지만 아직은 그 심각성에 대해서는 인식이 약하다. 게임 산업이 국가경제에 중요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게임 산업으로 소득이 늘고 다시 그로 인한 질병으로 보건 산업이 발달하여 소득이 증가하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게임 중독에 대한 현재의 인식 수준을 담배 중독에 대한 초창기 인식 수준과 같다. 흡연의 악영향도 하루아침에 인식되거나 인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는 2018년에 게임중독을 ‘국제질병분류’에 포함시켰다. 2022년 부모들이 게임사를 고발한 사건이 일어났다. 우리나라는 아니다. 캐나다 법원은 게임에 빠진 미성년자 자녀를 둔 부모 3명이 게임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집단 소송을 승인했다. 이들은 게임사가 의도적으로 매우 중독적인 게임을 개발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