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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가 멋지고 짱구라고요? 네안데르탈인입니다!


인간은 피부색에 따라, 지역에 따라, 민족에 따라 그리고 같은 민족이라도 얼굴모습이 천차만별이다. 그러나 모두 다 하나의 종이다. ‘인종’이라는 단어는 과학적으로 잘못된 단어이다. 인간은 종이 하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겉모습은 정말 다르다. 백인과 흑인은 겉모습이 너무도 다르지만 하나의 종이다. 분명하게 알아야 할 것은 놀랍다. 백인과 흑인의 차이보다 유럽 내에 사는 백인들 간의 유전자 차이가 훨씬 크다는 점이다. 유럽 사람들을 백인이라고 통칭하지만 그들은 온갖 ‘인종’이 혼합된 인간이다. 그것은 지구상의 어느 인간이나 마찬가지이다. 놀라운 것은 종은 하나이지만 멸종된 종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에 따라 얼굴모습도 다르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멸종한 종인 데니소반 인은 인류의 입술 모양에 영향을 미쳤다.


코 모양이 자연 선택에 의해 결정된다는 가설이 있다. 기후에 따라 다른 모양의 코가 생존에 더 적합할 수 있다. 서양인의 코는 길고 가늘다. 아시아인은 코가 낮고 넓다. 서양인의 코를 부러워하지만 사실 진화의 결과이다. 콧구멍과 코 날개 너비와 같은 코 모양 차이는 온도와 습도에 적응하면서 생겨났다. 코는 공기가 깊숙한 쪽의 기도(lower respiratory tract)에 가기 전에 따뜻하게 만들고 수증기가 없앤다. 흡입한 공기는 비강에 도달하기 전에 필요한 온도와 습도 수준의 90%에 도달한다. 이런 공기조절은 기도(airway)에서 점액섬유(mucociliary)가 잘 기능하도록 도와 먼지나 병원균을 제거한다. 코가 이런 기능을 하므로 코 모양 차이는 기후에 적응하면서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춥고 건조한 곳에 사는 사람들은 차갑고 건조한 공기를 흡입할 때 그 공기를 따뜻하게 데우고 습도를 높이는 데에 더 유리한 코의 형상으로 작고 좁은 콧구멍의 코 모양을 지니게 되었다. 물론 다른 요인도 있을 수 있다. 이렇게 적응하면서 나타난 콧구멍 너비(nares width)와 코 날개 너비(alar base width)의 차이는 시간이 흘러가면서 가속적으로 달라졌을 것이다(accelerated divergence). 콧구멍 너비의 지리 공간 분포(geospatial distribution)가 온도, 그리고 상대습도 아닌 절대습도(absolute humidity)와 상관관계에 있음은 쉽게 알 수 있다. 지역마다 다른 기후 적응이 인류 전체에 걸쳐 코 모양 차이의 진화에 일정한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더군다나 코가 오뚝하게 크다면 네안데르탈인의 후손일 수 있다. 호모 사피엔스가 네안데르탈인과 짝짓기를 해 물려받은 유전자가 콧날이 오뚝하게 높아지는 데 기여했다. 호모 사피엔스가 추운 기후에 적응하여 번성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유럽은 추운지방이었고 이들의 코는 큰 것은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를 받아 코가 커진 것일 수도 있다. 아메리카 원주민은 동아이사에서 넘어간 사람들이지만 코가 대체로 크다. 아메리카 원주민을 조상으로 둔 많은 사람의 게놈에는 네안데르탈인으로부터 물려받은 유전물질이 있었고, 이 유전자가 코 높이가 높아지는 데 기여한 것으로 밝혀졌다. 코를 높게 만든 네안데르탈인 유전자가 아프리카를 벗어난 현생인류가 추운 기후에 적응하는 데 도움을 됐을 것이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2023년 5월 8일 어버이날에 발표되었다. 당신의 코가 오뚝하고 크면 어버이날에 먼 조상 네안데르탈인을 돌아볼 일이다.

https://www.nature.com/articles/s42003-023-04838-7#citeas


앞모습인 코뿐만 아니라 뒷모습인 뒤통수도 네안데르탈인과 관련이 있다. 1990년대 매력적인 영화배우로 유명한 브래드 피트(Brad Pitt)가 주연으로 나왔던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A River Runs Through It.)」이 있다. 당시에 못 느꼈지만 20년 뒤에 다시 보니 참 ‘어려운’ 영화이다. 이 영화의 제목은 진화학자들이 진화를 설명할 때 많이 비유된다. 하천과 개울 같은 지류가 모여 강을 이루고, 다시 흩어지기를 반복하는 것처럼 다양한 생명 그리고 인간 종이 교배하고 갈라지고 이를 반복하며, 현생 인류 진화했다는 비유이다. 


흐르는 강물처럼 진화하는 과정에 멸종한 종 네안데르탈인 등이 있다. 현대인의 뒤통수는 대체로 완만하게 둥그스름하다. 브래드 피트의 사진을 찾아보니 뒤통수가 둥근 편으로 보인다. 하지만 화석을 통해 확인된 네안데르탈인의 두개골은 뒤통수가 더 튀어나와 있다. 뒤통수가 튀어나온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의기소침하게 하는 사실이다. 뒤통수가 나오면 즉 짱구는 머리가 좋다는 속설이 있지만 그렇지 않다. 고인류의 유전자를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뿐이다. 이런 주장을 한 연구의 기초가 된 시베리아 지역에서 발견됐던 13살 소녀의 화석이 네안데르탈인 엄마와 데니소바인 아빠 사이에서 태어났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얽히고설킨 현생인류의 관계와 그로 인해 나타난 인류 종별 특징들이 조금씩 밝혀지고 있다. 폴 고갱의 1897년 그림 ‘우리는 어디서 왔으며, 무엇이며, 어디로 가는가?'의 첫 번째 질문, 바로 우리의 기원에 대한 대답이 점차 밝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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