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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어가 뛰어도 망둥어는 뛰지 않는다!

망둥어의 어원은 망동어(望瞳魚)이다. ‘망’은 본다는 뜻을 ‘동’은 눈이라는 뜻이다. 눈이 툭 튀어나와 멀리 바라보려고 애쓰는 모양이라고 이런 이름을 붙였다고 전해진다. 망둥어는 무조어(無祖魚)라고도 불린다. ‘조상도 없는’이라는 뜻이다. 제 살을 뜯어먹어 조상도 못 알아본다는 뜻이다. 망둑어는 농어목의 한 과로 종류가 아주 많다. 생김새가 못생겨서 천한 대접을 받았다. 사실 물고기가 진화하여 육지동물로 가는 좀 더 발달한 물고임에도 말이다. 


망둥어는 포유류와 조류, 양서류와 3억7500만 년 전에 갈라져 따로 진화했다. 처음 바다에서 육지로 나온 물고기가 오늘날 망둥어처럼 꼬리를 목발처럼 이용해 땅을 이동했을 가능성이 있다.


2015년까지 알려진 유일한 ‘걷는 물고기’는 크립토토라 타미콜라(Cryptotora Thamicola)라는 물고기이다. 2016년에는 태국의 동굴에서 지느러미로 헤엄치고 걷기도 하는 물고기 10종이 더 발견됐다. 도롱뇽과 유사한 움직임으로 걷거나 폭포의 벽을 기어 올라간다. 이 물고기 몸에서 데본기(약 4억 1600만~3억 6500만 년 전)에 최초로 육지와 해상에서 동시에 활동한 사지동물의 유전자를 발견했다. 특히 다른 어류에는 없는 요대(腰帶, 척추동물의 뒷다리가 척추와 결합하는 골격의 일부)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보통 어류는 척추와 골반 지느러미 사이에 특별한 연결고리가 없다.


2020년에는 미꾸라지와 유사한 종개과(hillstream loach) 물고기 29종 중 10종의 종개가 크립토토라 타미콜라와 마찬가지로 척추와 골반 지느러미를 연결하는 뼈의 형태가 다른 물고기와 다른 것을 확인했다. 새로 확인한 10종의 물고기가 크립토토라 타미콜라처럼 보행이 가능함을 시사한다. 그렇다고 종개과 물고기가 걷는 것은 아니다. 동남아시아에만 100여 종이 넘는 종개과 물고기가 있지만, 이중 크립토토라 타미콜라처럼 걸을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것은 발견되지 않았다. 그동안 퇴화된 것으로 생각된다.


갯벌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망둥어(mudskipper)는 다른 물고기에는 없는 특징이 있다. 사람처럼 눈을 깜빡인다. 눈을 깜빡이면 눈을 촉촉하게 하고, 벌레나 이물질이 들어오거나 상처가 생기는 것을 막는다. 망둥어가 눈을 깜빡이는 것은 육지 생활에 맞춰 눈을 보호하기 위해 진화했을 것이다. 망둥어가 눈을 깜빡이는 데 걸리는 시간도 사람과 거의 같다. 하지만 망둥어와 사람의 눈 구조는 크게 다르다. 사람과 달리 망둥어는 기존의 근육을 재배치해서 눈을 깜빡일 수 있도록 진화했다. 망둥어는 눈이 개구리처럼 튀어나와 있다. 눈을 깜빡일 때면 눈을 순간적으로 수축해 눈구멍 안으로 넣는다. 인간은 눈꺼풀이 눈을 덮는 것과는 다르다. 눈동자를 잡아당기는 근육은 다른 물고기에도 있는 근육이었다. 사람이 눈을 깜빡이면 눈물샘에서 눈물이 나와 눈동자를 덮는다. 하지만 망둥어에는 눈물샘이 없다. 망둥어는 눈을 깜빡이면서 몸을 뒤틀어 피부의 점액과 갯벌의 물을 눈에 공급했다. 이를 통해 눈에 눈물막을 만들었다. 눈을 깜빡일 수 있는 능력은 망둥어와 초기 네발동물에 모두 육지생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진화했을 가능성이 있다. 어쩌면 지구상 동물이나 인간의 조상이 망둥어였을지도 모른다.

https://www.pnas.org/doi/10.1073/pnas.2220404120


우리나라의 갯벌에 가면 망둥어(Periophthalmus barbarus)를 흔히 볼 수 있다. 머리 위로 툭 튀어 나온 눈으로 가슴지느러미로 갯벌을 기어 다니면서 먹이를 찾고 있다. 망둥어는 혀가 없는데도 물 밖에서 먹이를 잡아먹는다. 어떻게 이렇게 진화했을까? 망둥어는 입에 물고 있던 물을 내뿜은 다음 다시 빨아들이는 방식으로 먹이를 잡는다. 그리고 물을 뱉어내고 먹이를 먹는다. ‘숭어가 뛰니 망둥이도 뛴다.’라는 비하는 남이 한다고 하니까 덩달아 나서거나 자기 분수를 모르고 따라한다는 말이다. 숭어는 아주 높은 곳까지 뛰어오를 수 있지만 망둥어는 그런 능력이 없다. 망둥어는 비록 높이 뛰지는 못하지만 ‘영리하게’ 진화했다. 비하하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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