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여러 쌍의 아담과 이브


인간은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졌을까? 이런 황당한 질문은 너무 단순화한 것이지만 유대교, 그리스도교와 이슬람교 등 유일신교의 창조설에 의하면 그렇다. 물론 오늘날 일부 종교인들은 진화론을 ‘상당히’ 수용하고 있다.


학계에서도 인간이 언제 어떻게 출현했는지에 대하여 다양한 주장이 있다. 하나의 견해는 데이비드 크리스티언이 쓴『거의 모든 것의 역사』에 나오는 것을 인용한다. 인간은 기원전 10만 년에서 기원전 25만 년 사이에 아프리카에서 상대적으로 짧은 시기(more abruptly) 동안 나타났다. 물론 그 이전일 수도 있다. 그 증거는 유전자이다. 인간은 이웃종인 고릴라보다 훨씬 덜 다양하다(오래된 종일수록 유전자가 다양하다). 인류가 아주 ‘젊으며’ 20만 년 정도 된 것으로 보인다. 인류가 더 오래 되었다면 지역별 인류 안에서 또는 지역별 인류 간에 더 큰 유전적 차이가 형성되었을 것이다. 더욱이 인류의 유전적 다양성의 대부분은 아프리카 사람들 내에도 존재한다. 이는 아프리카 지역에서 인간이 가장 오랫동안 살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아프리카가 인류가 처음 등장한 곳이라는 추정이 나온다. 실제로 이 이론에 의하면 역사의 거의 반 동안은 현대인류는 아프리카에서만 살았다. 즉 약 10만 년 이전에 인간은 아프리카에만 존재했다.


상대적으로 ‘갑작스럽게’ 인류가 등장했다는 이 설명은 전형적인 진화패턴과 잘 어울리는 것이다. 많은 유인원과 같이 현대 인류도 이소 종 분화라고 생물학자들에게 알려진 프로세스에 의하여 진화한 것이다. 이소 종 분화(allopatric speciation)는 지리적으로 격리되어 살아가게 됨으로써 두 집단 간에 점차 차이가 발생하여 상호간에 생식이 안 되는 생식격리를 초래하고 유전적 변화로 인하여 유전자의 차이가 발생하여 결국 종이 분화되는 것을 말한다. 이소 종 분화의 증거는 대단히 많으며, 대개의 종 분화는 이 과정에서 생긴다. 하나의 종이 아주 널리 펴져있는 경우 어떤 그룹이 고립되는 것은 흔한 일일 것이다. 이들이 다른 부류들과 성적인 교류를 하지 않는다면 시간이 흘러가면서 유전적으로 격리될 것이다. 새로운 종은 격리되어 급격히 진화할 수도 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모든 인간은 약 10만년 또는 20만 년 전에 아프리카에서 살았던 고립된 적은 수의 조상의 후손이다. 아프리카의 어딘가에서 고립되어 살던 호모종이 결국 우리 인간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인류가 아프리카에 살던 하나의 조상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기존의 학설이다. 에티오피아에서 발견된 고대 화석을 근거로 인류의 기원은 동아프리카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이 학설로는 남아프리카에서 발견된 고대 화석들을 설명하기 어렵다. 


2023년 인간은 하나의 조상 ‘아담과 이브’가 아니라 아프리카 여러 지역에서 태어나 교류하며 진화해왔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100만 년 전까지만 해도 현생인류의 조상은 유전자 차이가 미미한 두 그룹으로 존재했다. 약 12만 년 전쯤부터 두 그룹이 서로 교류하며 아이를 낳고 DNA가 섞이면서 인류의 직계 조상이 등장했다는 주장이다. 최소 두 그룹의 인류가 서로 섞이며 유전적 다양성을 유지했고, 기후변화를 견디며 적응할 수 있었다.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23-06055-y


아담과 이브는 아들 셋을 낳았기 때문에 후손이 어이질 수 없었다. 설령 딸이 있었다하더라도 근친혼이 된다. 근친혼은 (윤리적으로가 아니라) 생물학적으로 문제가 많다. 최소한 두 그룹 이상의 아담과 이브가 존재하는 것이 생물학적으로 바람직하다. 참고로 ‘아담’은 사람 이름이라기보다 ‘인간’을 의미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숭어가 뛰어도 망둥어는 뛰지 않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