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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의 반은 7억 년 전 작품

6억~7억 년 전 최초로 등장한 동물이 해면동물인지 아니면 유즐동물인지 아직 확실하지 않다. 해면동물은 젤라틴 껍질을 가지고 작은 구멍으로 들어온 물에 섞인 먹이를 먹고 몸 위쪽의 다른 구멍으로 배출한다. 유즐동물은 길게 세포들이 모여 만든 ‘즐판’이라는 ‘빗’ 모양의 구조물이 있어 헤엄을 치거나 먹이를 잡을 수 있다. 빗해파리라고도 불리지만 해파리와는 다른 종이다.


물에서 사는 생명체 중에서 해면동물이나 문어 그리고 오징어처럼 뼈가 없는 생물도 있다. 특히 움직이지 않고 바위에 붙어서 사는 해면동물은 감각기관도 없고 신경세포도 없어 이름만 동물이지 식물과 비슷하다. 해면동물은 지구상의 최초의 동물이다. 최초의 동물이 해면동물이 아니라 빗 해파리라는 주장도 있다. 


빗해파리는 신경계가 있어 산호와 같은 자포동물로 간주돼왔다. 그러나 자포동물이나 발달한 좌우 대칭 구조의 동물들이 공유하는 유전자를 갖고 있지 않아 최초의 동물 후보로 부상했다. 최초의 동물이 이미 신경계와 근육을 갖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23-05936-6#citeas 


만일 빗 해파리가 최초의 동물이라면 신경세포를 가진 동물에서 신경세포가 없는 해면으로 ‘역’ 진화했다는 ‘이상한’ 결과가 나온다. 우리는 보통 진화는 진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꼭 그런 것은 아니다. 생명이 살아가는 환경에 따라 복잡한 동물에서 단순한 동물로 퇴보하는 진화도 있다. 이를 역 진화라고 한다. 해면동물이 최초의 동물인지 아니면 빗 해파리가 최초의 동물인지는 아직 분명하지는 않다. 해면동물이 독립적으로 나중에 나타났을지도 모른다.


해면이나 빗 해파리 같은 최초의 동물은 6~7억 년 전에 나타났다. 그러나 뼈가 없기 때문에 화석을 남기기 어렵다. 물론 뼈가 없으니 척추도 없고 뇌도 없다. 2018년에 가장 오래된 6억 년 전 살았던 동물의 화석이 호주에서 발견되었다. 놀라운 것은 오늘날 인간 유전자 중 반 이상(55%)이 최초의 동물에도 있다는 점이다. 동물이 최초로 출현했던 당시의 유전자가 우리 몸에 반 이상이 그대로 남아있다니 놀랍기도 하고 으스스하다. 과거와 단절된 완전히 새로운 종이 나타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만큼 인간은 생명계와 진화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오늘날 우리가 생명다양성과 생태환경을 논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과 관련이 있다. 우리는 결코 자연과 독립된 ‘고고한’ 존재가 아니다. 생물의 진화과정에서 인간의 현재 우리의 모습도 알 수 있다. 우리 인간의 다양성과 예측할 수 없는 행동도 수억 년 또는 수십억 년 동안 이어온 다양한 유전자와 관련이 있다. ‘현재를 알려면 과거를 보아야 한다.’는 펄 벅(Pearl Buck)의 말대로 과거의 진화과정을 이해하는 것은 오늘의 삶을 사는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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