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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이후의 지구

대멸종은 ‘지질학적으로 짧은 시간 동안’ 70% 이상의 생물종이 완전히 없어진 것을 말한다. 짧은 시간이라지만 그 기간은 10만~200만년이다. 사람들은 지금 지구상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실감하지 못한다. 바로 우리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아마 많은 사람은 ‘가짜’ 뉴스나 ‘헛소리’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인류가 온실가스 배출을 통해 바다 속에 추가하는 탄소량이 310기가 톤(gigaton=10억 톤)을 넘어서면 지구가 여섯 번째 대멸종으로 넘어가는 ‘재앙의 문턱’이 될 수 있다.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IPCC)가 제5차 기후변화평가보고서에서 제시한 시나리오에 의하면 이 시점은 2100년이다. 보고서에 의하면 2100년까지 바다에 추가될 탄소량은 온실가스 감축에 성공하면 300기가 톤, 인류가 지금과 같은 속도로 온실가스를 배출하면 500기가 톤에 이를 것이라는 예측이다. 현재 상태로 인류가 살면 2100년 이전에 대량멸종의 문턱을 넘어설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런 재앙이 바로 그 날부터 발생하지는 않지만 ‘미지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다.


오늘날 인류의 발달로 인한 다른 생명의 멸종이 가속화되고 있다. 4629종의 포유류 중 24%인 1096종, 9627종의 조류 중 11%인 1107종, 6900종의 파충류 중 4%인 253종, 4522종의 양서류 중 4%인 124종, 25000종의 어류 중 3%인 734종, 270000종의 고등식물의 10%인 25971종이 멸종위기에 처해있다. 이는 인류의 역사로 인한 강력한 전 지구적 영향의 하나이다. 고생물학자들이 과거 6억 년 동안의 생물멸종의 역사를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오늘날의 멸종의 속도는 과거 6억 년 동안의 5~6번 일어났던 가장 강력했던 멸종의 비율과 유사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지구상의 대멸종이 10만~200만년 동안 일어난 일이므로 최근의 멸종속도는 심각하다. 이것이 인간역사의 특이성이다. 어떤 종도 인간과 같은 속도로 개체수가 증가하지 못했다. 물론 예외적으로 소와 쥐만은 인간의 개체 수만큼 증가하였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은 지구상 생명 종의 28%를 멸종 위기에 처한 것으로 분류했다. 그러나 2023년 연구에 의하면 동물 종의 거의 절반이 감소하고 있다. 지구상 생명 종의 48%가 개체 수 감소를 겪고 있다. 국제자연보전연맹 기준으로 종의 33%가 멸종 위험으로 감소하고 있다는 결론이다.

https://onlinelibrary.wiley.com/doi/10.1111/brv.12974


우주와 지구역사를 다루는 ‘빅 히스토리’를 돌아보면 대멸종은 늘 새로운 종을 탄생시켰다. 페름기 말 대멸종 이후에는 파충류가 세상을 지배하게 되고, 백악기 말 대멸종 이후에는 포유류의 세상이 왔다. 이 두 집단 모두 대멸종 전에는 기를 펴지 못하고 숨죽이며 겨우 살아가던 생물 집단이었다. 인간이 지구상에 탄생하게 된 것은 이러한 대멸종의 결과이다. 21세기 이후에 진행되는 대멸종은 인간이 지배하는 세상이 끝날 수도 있음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예측할 수는 없지만 인간도 멸종할 수도 있다. 그리고 어떤 새로운 종이 진화를 거쳐 나타나 지구를 지배할지는 아무도 볼 수 없다. 지구상에 살고 있는 70여 억의 사람들이 세상을 떠난 후에 일어날 일이기 때문이다.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과학자를 비롯하여 많은 사람들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은 불확실하다. 지구의 역사를 돌아보면 대멸종이 발생한다면 인간보다 훨씬 지적 능력이 뛰어난 종이 나타날 개연성은 충분하다. 역사를 단지 몇 만 년 정도로만 바라보는 사람에게는 납득하기 어려운 말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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