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인문사회

미모의 여학생 연락 주십시오!


“오늘날 청소년들은 사치를 좋아한다. 그들은 예의범절을 모르고 권위를 경멸하고 나이든 사람들을 존중하지 않고 일을 해야만 하는 곳에서 잡담만 한다.…부모에 반항하고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 떠들고 교사들에게 횡포를 부린다.” 소크라테스(기원전 470~399)가 한 말이다. 나이 들어 자기 자신을 모르고 자신이 어떤 사회를 만들었는지 잊고 ‘꼰대 짓’ 하는 것은 시대를 막론하고 있어왔다.


한번만 돌아보라. 늙은 세대의 성추행, ‘연줄’로 이루어지는 취업, 부정입학, 교수비리, 대학원 갑질 등 거의 모든 분야가 기성세대의 편법과 부정과 거짓말이 난무한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막무가내, 공공장소에서 떠들기, 아무데서나 소리치기, 새치기하기, 예의란 단어란 찾을 수 없는 기성세대들을 보고 자라는 청소년은 ‘혐로’가 머릿속에 자란다. ‘정의’라는 단어는 입에만 달고 다니는 단어이다. 많은 젊은이들은 기성세대에 눈을 찌푸리고 한국을 떠나고 싶어 한다.


2023년 서울 중랑구의 70대 노인이 초등학교와 중학교 여학생들에게 명함을 돌렸다. 명함에는 ‘아름다운 미모의 여성, 연락 주시면 서운치 않게 보답을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쓰여 있고 핸드폰 연락처와 주소까지 기재돼있다. 중학생 여자 아이들에게 아내가 죽어서 외롭다며 만날 수 있냐는 말도 했다. 경찰은 이 남성을 조사하여 어떤 혐의를 적용할지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라에서 마련해준 일자리를 차지한 노인들을 보면 세금만 축낸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 돈으로 9급 공무원이나 더 뽑았으면 좋겠어요.” 어떤 젊은 취업준비생은 지하철 노인 일자리에서 근무하는 노인을 보면서 ‘일자리를 빼앗겼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불만은 적대감으로 변질된다. 틀딱충(틀니를 딱딱거리는 벌레)이나 노슬아치(노인을 벼슬로 아는 이들)라는 혐오성 단어가 널리 쓰인다. 이 단어는 지하철에서 자리 양보를 특권으로 여기고 젊은이에게 과격한 언행을 일삼는 노인을 주로 일컬었다. 이런 혐로(嫌老) 현상이 일자리 시장으로까지 번진 것이다. 2019년 정부가 약 1조2천억 원을 들여 노인 일자리를 74만개까지 늘리기로 결정하자 온라인에서는 ‘노인 일자리 반대’, ‘성실히 일하지 않는 노인에게만 쏟아 붇는 세금, 참으로 아깝다.’는 등의 반응이 나왔다. 2018년 국가인권위원회가 내놓은 ‘'노인인권 종합보고서’에 의하면 청장년(19~64세)의 56.6%가 노인 때문에 청년 일자리가 감소할 것을 우려했다. 노인 복지 확대로 청년층 부담이 증가할 것으로 생각하는 비중은 77.1%에 달했다. 세대 갈등에 대해서도 87.6%가 노인과 청년 간 대화가 통하지 않으며 갈등이 심하다는 질문에는 80.4%가 동의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인간 군상 학부모 군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