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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군상 학부모 군상

2023년 4월 한 소년이 경찰관에게 욕설을 하고 발길질을 하는 ‘대한민국 14세 근황’이라는 동영상이 유포되었다. 택시요금을 내지 않은 소년이 붙잡힌 뒤 경찰관에게 욕설과 발길질을 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소년은 14세 미만인 촉법소년이란 이유로 보호처분만 받고 풀려났다. 촉법소년이란 만 10세 이상~14세 미만으로 범죄를 저지른 미성년자를 말한다. 범죄를 저지르면 형사처분 대신 「소년법」에 의한 보호처분을 받는다. 「형법」제9조에 명시된 ‘14세가 되지 아니한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에 근거한 제도이다. 만 10세 미만이 범죄를 저지르면 ‘범법소년’으로 아예 처벌되지 않는다. ‘어린’ 아이는 아직 판단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피해자 보호에 취약하다는 문제점이 있다. 이후 촉법소년(觸法少年) 제도를 개정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등 논란이 일어났지만 이러한 제도는 필요하다. 문제는 다른 데에 있었다. 이 소년의 부모는 ‘영상 유출자를 찾아 처벌해 달라.’는 진정서를 경찰에 제출했다. 소년의 부모는 영상에서 자녀 얼굴이 드러난 것 등을 문제 삼았다. ‘자식’을 보호하려는 부모의 마음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이러한 행동은 자녀를 제대로 키우겠다는 의지가 없다. 아이가 잘못을 알게 하고 앞으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가르치는 것이 부모의 할 일이다. 당연히 많은 사람들이 분개했다. 그런데 이런 일이 일부 사람들의 행동은 아니라는 점이다.


2023년 2월 한 유치원 교사가 학부모들의 막말과 횡포에 일을 그만두기로 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맹장 수술로 잠시 자리를 비웠더니 ‘진료기록 보내라!’고 요구하는 학부모가 있었을 때도 참았다고 한다. 얼마 전 정말 힘겹게 가진 7개월 아이를 유산했다. “지금도 믿기지 않는다. 지키지 못한 내 탓”이라며 슬퍼했다. 유산 소식에 유치원 원장과 동료교사 모두 몸을 추스르고 천천히 나오라고 배려했다. 하지만 수술 후 일주일 만에 출근했다가 학부모의 말 한마디에 무너졌다. 학부모가 아이를 데리러 와서는 ‘책임감 없이 무턱대고 임신하셨을 때도 화났는데, 수술한다고 일주일이나 자리를 비우냐?’라고 말했다고 한다. 좋은 학부모님들도 참 많았지만 그만 두기로 했다(국민일보, 2023.2.16.).


2012년의 일이다. “댁의 아이가 친구를 괴롭혀서 벌을 줬고 수행평가 점수도 깎겠습니다.”(교사), “무슨 소리냐. 우리 애는 그럴 애가 아니다. 상대 애가 맞을 짓을 하지 않았겠냐?”, “우리 애는 착한데 친구를 잘못 사귀어서 그렇다. 걔들 집에나 전화해라.”, “선생이 멍청하니 그런 거 아니냐. 교육청에 고발한다.”(학부모) 상황이 이러니 만사 다 귀찮다며 그냥 눈감자는 교사들이 늘어난다. 학교는 ‘처벌이 면제된 지옥’이 되어갈 것이다(조선일보, 2012.1.7. 박 은주). 학교와 군대의 왕따 폭력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방관자’이다. 자신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거나 굳이 연루되는 것을 꺼리는 성향이나 분위기 때문에 방관자가 나온다(경향신문, 2014.8.6.).


학부모가 자녀가 다니는 학교 교사를 찾아와 교사의 머리채를 잡고 뺨을 때리고 학교 기물을 부수었다. 2016년 교권침해 상담사례 건수는 5백건이 넘고 10년 전보다 3배 증가했고, 2015년보다 17% 이상 늘었다. 2009년 이후 7년 연속 늘고 있고, 증가폭도 점점 커지고 있다. 이중 학부모에게 당한 피해가 거의 반을 차지했다. 심지어는 학생에게 당한 비율도 10%가 넘었다.


2022년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라는 제목의 영화가 나왔다. 학교폭력을 가한 부모들은 병원 이사장, 전직 경찰청장, 교사, 변호사 등이다. 이들은 돈, 권력, 연줄을 총동원해 사건을 무마하려 한다. 피해자의 엄마는 가해자 부모들을 상대로 고독한 싸움을 한다. 우리사회에서 너무도 흔한 다양한 부모들의 군상이 총동원된다.


이런 행태는 세대간에 ‘전송’된다. 이젠 부모에게서 아이들에게로 넘어오기 시작했다. 2023년 2월 정유라와 조민이 설전을 벌였다. ‘네가 더 한심하다.’는 둥 하면서. 직업상 사업자들을 상대하다보면 기성세대의 DNA를 물려받은 젊은 세대 모습을 자주 본다. ‘미쳐가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아심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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