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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래공수거 노마드


“어쩌다 건강을 잃고 앓게 되면 우리 삶에서 무엇이 본질적인 것이고 비본질적인 것인지 스스로 알아차리게 된다. 무엇이 가장 소중하고 무엇이 그저 그런 것인지 저절로 판단이 선다. 그동안 자신이 살아온 삶의 자취가 훤히 내다보인다. 값있는 삶이었는지 무가치한 삶이었는지 분명해진다. 언젠가 우리에게는 지녔던 모든 것을 놓아 버릴 때가 온다. 반드시 온다! 그때 가서 아까워 망설인다면 그는 잘못 살아온 것이다. 본래 내 것이 어디 있었던가. 한때 맡아 가지고 있었을 뿐인데. 그러니 시시로 큰마음 먹고 놓아 버리는 연습을 미리부터 익혀 두어야 한다. 그래야 지혜로운 자유인이 될 수 있다.” “우리가 살 만큼 살다 보면 언젠가는,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던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할 때가 반드시 찾아온다. 그때 가서 아까워하며 망설일 것 없이, 내려놓는 일을 미리부터 연습해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자유인이 될 수 있다.”법정스님의 『아름다운 마무리』에 나오는 글이다.


“내 삶을 이루는 소박한 행복 세 가지는 스승이자 벗인 책 몇 권, 나의 일손을 기다리는 채소밭, 그리고 오두막 옆 개울물 길어다 마시는 차 한 잔”이라고 법정스님을 말했다. ‘필자’에게 행복은 책, 커피 그리고 자연이다. 내가 자연에서 ‘느긋하게’ 살지 못하는 까닭에 카페인이 가득한 쓴 커피에 행복을 느끼고, 채소밭을 보살필 ‘자유’를 가지지 못했기에 자연이 있는 산에서 행복을 찾는다. 법정스님의 말대로 “늘 모자랄까 봐 미리 준비해 쌓아 두는 마음이 곧 결핍”이다. 더 갖고자 하는 이 시대의 삶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나 혼자만의 삶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나는 삶을 최소화(minimal life)하려고 애쓴다.


수의에 주머니가 없다. 죽은 사람이 이 세상을 떠날 때 무엇을 가져갈 것인가! 사람이 빈손으로 태어나는 것처럼, 죽을 때도 애써 모아놓은 모든 것을 그대로 버려두고 빈손으로 죽는다. ‘공수래공수거(空手來 空手去)’이다. 집을 뒤져보면 오랫동안 한 번도 입어보지 못한 것이 많다. 신발, 책, 골동품, 부엌 살림살이 등에는 처음 사고 나서는 거의 사용하지 않은 것이 많다. 채우는 습관을 버려야 한다. 비어있는 공간이 더 아름답다. 물건뿐만 아니라 마음속에 꽉 들어찬 욕심, 명예 등의 욕망도 절제하여야 한다. 먹는 것도 소박해야 한다. 


2013년 은퇴한 마이클과 데비 캠벨 부부는 요트와 자동차를 팔고 떠도는 삶으로 뛰어들었다. 이들은 시니어 노마드(Senior Nomads)이다. 은퇴한 후 모든 재산을 처분해 자유롭게 여행하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처음 계획했던 6개월이 지나자 부부는 계획을 연장하고 집도 처분했다. 짐은 큰 트렁크 둘, 배낭 둘이다. 세계 260여 개 도시를 방문하여 「뉴욕타임스」 서평란에 실린 책(『Your keys, Our home』)의 저자가 됐고, 인기 여행 사이트(www.seniornomads.com)를 개설했다. 2018년 78번째 여행 국가로 한국을 방문하였다. 2018년 10월에는 시애틀에서 결혼 40주년 기념식을 했다. 10월 이후엔 브라질로 떠난다. 이들은 말한다. “우리는 여행하는 게 아니에요. 길 위에 우리 집이 있을 뿐이죠.” 여행자가 아니라 방문한 곳의 주민으로 산다. “시애틀에서 은퇴자의 삶을 살면서 쓰는 정도의 돈을 쓰는 것이었어요.” 저가항공을 이용하고 외식도 거의 하지 않고 숙소에서 밥을 해먹거나 간단히 거리 음식으로 때운다. 물론 힘든 날도 있고 스트레스도 적지 않지만, 돌아오는 즐거움이 더욱 크다. 매년 한 해가 마무리될 때쯤 서로에게 묻는다. “계속할까?(Do you wanna keep going?)” 대답은 늘 같았다. “그럼(Yeah)!” 이들은 자신을 보고 부러워하는 사람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나이가 많다고 좁은 세상에 갇히지 말아야죠. 꼭 우리처럼 여행일 필요는 없어요. 하고 싶은 것이 있는데도 ‘할 수 없는 이유’ 수십 가지를 만들어 피하지 말고 용기를 끌어 모아 도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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