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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의 사랑은 다수이지만 수많은 ‘소수자’가 존재


오랜 진화과정에서 양성생식이 나타났다. 사실 양성생식은 종의 다양성을 증가시키며 생존능력을 재고시킨 요인이었다. 다시 말해 남녀, 성 정체성은 진화과정에서 종의 생존능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진화하면서 나타난 것이다. 인간과 동물 ‘대부분은’ 생물학적으로 수컷과 암컷 2개의 성별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에게 익숙한 풍경일 뿐이다. 동물도 단성생식을 하며 2개 이상의 성별을 가진 경우도 많다. 이들이 ‘소수자’이다.


남녀 또는 수컷과 암컷으로 대별되는 양성 이상의 성도 있다. 새는 단성생식과 양성생식도 하지만 4개의 성별을 가진 새도 있다. 가장 극단적인 것은 진균류이다. 버섯이나 곰팡이 등 진균류는 수천~수만의 생물학적 성별이 있을 것으로 추정돼 왔다. 버섯에 왜 이렇게 많은 성별이 존재하는지는 불분명하지만 버섯이 특정 장소에 머물고 번식하는 것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 버섯의 성별이 수컷과 암컷뿐이라면 주변 포자가 같은 성별일 가능성이 높아져 교배율이 떨어지는 반면, 성별이 많으면 주변 포자와의 교배 확률이 높아져 생존에 유리하다. 또 동일한 버섯에서 방출되는 포자의 유전적 다양성으로 근친교배의 단점을 피하기 쉽고 많은 대립 유전자의 존재로 환경변화에 더 잘 적응할 수 있다. 실제로 1만 7000개 이상의 성별이 있는 버섯이 확인되었다.


남녀, 암놈과 수놈 간의 섹스로 후손을 이어가는 것만이 ‘자연’이 아니다. 단성생식은 새나 식물에서 나타난다. 해마 같은 실고기(pipefish) 물고기는 수컷도 임신을 한다. 2017년에는 수컷과 떨어져 사는 암컷 상어가 유성생식에서 단성생식으로 번식 전략을 변경한 사례가 학계에 보고된 바 있다. 


일부 심해아귀는 몸집이 훨씬 작은 수컷이 암컷의 몸에 파고들어가 한 몸이 되는 이른바 ‘성적 기생’을 한다. 심해에 사는 아귀는 교미를 하면 ‘한 몸’이 된다. 수컷은 암컷의 몸에 파고들어가 한 몸이 돼 평생 붙어산다. 자신의 장기는 모두 잃어버리고 단지 정자를 제공하는 역할만 한다. 암컷은 수컷에게 영양분을 공급한다. 이들은 암수가 한 몸이 되기 위해 면역기능도 변화시킨다.


콘도르가 무정란에서 새끼를 부화시킨 사례도 있다. 2017년 암컷 유전자만을 가진 캘리포니아콘도르가 발견되었다. 조류의 단성생식 사례는 매우 드물게 관찰되는 현상이다. 조류의 단성생식은 드물지만, 파충류와 어류에서는 많은 종이 단성생식으로 번식한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다. 미국 남서부와 멕시코에 서식하는 채찍꼬리도마뱀 일부 종은 수컷이 없다. 암컷끼리 번갈아 가며 수컷 역할을 한다. 일부 파충류, 양서류, 물고기는 생존을 위해 암수 양성으로 존재하면서도 단성생식 번식도 한다. 코모도왕도마뱀은 보통 암수 짝짓기를 통해 번식하지만, 암컷만 있는 극단적인 상황에선 암컷 홀로 생식을 한다. 하등 척추동물(lower vertebrates)에게서 이루어지고 있는 단성 생식은 포유류에게서는 이루어지지 않는데 그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인간의 성 정체성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성애만 받아들이고 그것에 익숙하다. 그러나 알다시피 성 소수자도 많다. 성 소수자(sexual minority)는 동성애자,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등 이성애자를 제외한 모든 성적 지향을 포함한다. 동성애는 모든 동물생명계에서 흔하게 발견된다. 유전자는 남자인데 출생과정에서 호르몬 이상으로 여자로 인식하는 사람은 자신을 여자로 생각한다. 그러나 몸은 남자이다. 이런 사람은 살기 위하여 트랜스젠더로 간다.


어떤 생명도 어떤 인간도 자신의 성을 선택하여 태어나지 않는다. 어느 누구도 유전자와 호르몬의 작용과 독립적으로 성을 선택하고 ‘섹스’를 하지 않는다. 또한 성은 생물학적으로 또는 진화론적으로 종의 생존과 번식을 위한 기제로 나타났다. 단지 그것이다. 자연은 결코 양성생식만을 ‘주장’하지 않는다. 양성 생식이 자연의 이치도 아니다. 우리 인간이 우주와 생명의 기원과 역사를 이해하면 이해할수록 좀 더 관대해지고 타자를 ‘사랑’을 할 수 있다. 이것이 중요하다.


2004년 두 암컷 생쥐 사이에서 새끼를 태어났다. 암컷만으로 새끼를 갖게 하는 데에는 암컷의 유전자 중 상당 부분을 제거하여야 했다. 2012년에는 일본 교토대학 연구진은 생쥐의 줄기세포를 난자로 분화시킨 다음, 정자와 수정시켜 새끼를 탄생시켰다. 


2018년에는 두 암컷의 유전자를 편집해 건강한 새끼 생쥐를 탄생시켰다. 새끼는 생식 능력도 있었다. 암컷 두 마리의 어미 사이에서 쥐는 성공적으로 성장하여 생식 능력도 가졌고 3대째로 이어갔다. 그러나 두 마리의 수컷 쥐 사이에서 탄생한 쥐들은 모두 죽었다. 더 많은 유전자 ‘조작’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양성생식은 진화과정에서 유전자에 각인된 것임을 말해준다. 2019년에는 미국 텍사스 대학 연구진은 줄기세포를 수정란으로 자라게 해서 생쥐를 탄생시켰다.


2022년 정자 없이 난자만으로 자손을 낳는 단성생식이 포유류인 생쥐에서 처음으로 실현됐다. 태아는 부모에게서 각각 DNA를 반반씩 물려받는다. 이때 부모 양쪽에서 받은 똑같은 유전자 두 개가 충돌하지 않도록 한쪽 유전자에 메틸기를 붙여 작동하지 않게 한다. 이를 유전자 각인이라고 한다. 먼저 발생 초기 단계에서 미 수정 난자의 유전자를 두 배로 증가시켜 유전자 양에서는 일반 수정란과 똑같게 만들었다. 이후 유전자 가위로 각인 유전자 7개를 교정하여 인위적으로 유전자 각인을 유도했다. 이를 통해 새로 추가된 암컷 유전자는 수컷 역할을 하게 한 셈이다. 미 수정 난자의 유전자를 교정해 수정란을 만들어 자궁에 착상한 후 태어났고 이 생쥐는 새끼도 낳았다. 그러나 단성생식으로 태어난 새끼는 체중이 적었으며 일부 유전적 결함도 보였다. 2023년 엄마 없이 아빠 둘 사이에 생쥐 7마리가 태어났다. 수컷 생쥐 체세포로부터 만든 난자를 다른 수컷의 정자와 수정시켜 새끼를 탄생시켰다. 유전자를 편집하지 않고 성공하였다.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23-05834-x


인간도 남자 세포만으로 가능할 수 있다. 물론 대부분의 국가에서 유전자 편집으로 아기를 탄생시키는 행위를 금지한다. 인간도 가능하겠지만 생명윤리 제한으로 시도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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