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불평등이 심한 나라는 소득불평등이 비교적 평등한 나라보다 정신질환 비율이 3배까지 높다는 연구결과가 2010년에 발표되었다. 이 두 연구를 리처드 윌킨슨(Richard Wilkinson)의 저서『평등이 답이다』(2012년 번역출간)는 소득 격차가 큰 사회일수록 사람들의 건강 상태가 더 나쁜 경향이 있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유럽연합 31개국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의하면 루마니아, 포르투갈 같이 불평등이 심한 나라에서는 지위 불안이 높고, 덴마크, 스웨덴 같이 평등한 국가들에선 낮았다. 불평등한 사회일수록 사람들은 남이 자기를 어떻게 보고 판단할지를 더 걱정하고 스트레스의 원인이 된다. 불평등이 커지면 경쟁이 협력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치열한 경쟁 환경이 만들어진다. 영국에서 소득 최하위 계층의 남자는 최상위 계층 남자보다 우울증을 앓을 가능성이 35배 높았다. 반대로 불평등한 사회에서 자신이 우월하다고 주장하고 싶은 강력한 동기와 자기도취가 나타나서 관심 끌기, 자만, 자신의 재능과 업적을 과장하는 경향이 나타나기도 한다. 또한 술과 쇼핑 등에 의존하는 중독이나 과시적 소비도 나타나는 현상이다. 불평등은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해치고 사람의 행복을 막는다. 리처드 윌킨슨(Richard Wilkinson)의 저서『평등해야 건강하다』(2008년 번역출간)는 소득불평등이 심각한 사회에서는 사회적 관계의 질과 신뢰, 유대감이 떨어지고 경쟁이 심화되어, 사회심리적인 스트레스가 증가한다고 주장한다. 이로 인하여 당뇨, 우울증과 같은 여러 만성질환의 위험을 증가시킨다. 그러나 연구는 그와 상반되는 결과가 보고되기도 했다. 소득불평등 수준과 그 구성원의 건강 사이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연관성이 없다고 보고한 4편의 연구를 모아 함께 출판했다. 어떤 공동체에서는 통용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다.
경제적 어려움은 자살의 주요원인 중 하나이다. 우리나라에서도 1998년 IMF 사태나 2008년 금융위기로 자살률이 상승했었다. 1992년 연구에 의하면 지니계수(Gini Index) 등으로 소득불평등을 측정했을 때 불평등이 높은 사회에 사는 사람이 더 많이 아프고 더 빨리 죽을 수 있다는 연구 가설이 제시되었다. 즉, 소득불평등이 구성원의 건강을 해친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최저임금이 1달러 상승하면 자살률이 3.5%~6% 감소한다는 연구가 2020년 나왔다. 실업률이 6.5% 이상일 때 최저임금이 증가하면 자살률은 감소했지만, 실업률이 낮을 경우 최저임금과 자살률 관계는 약화되었다. 1990년~2015년 기간 동안 미국의 최저임금, 실업률과 자살률 등 월별 데이터를 분석한 연구결과이다. 미국은 연방 최저임금과 주별 최저임금이 각각 정해져 있다. 그 중 높은 임금을 최저임금으로 책정하도록 되어 있다. 1990년 연방 최저임금은 3.8달러였지만, 2015년 7.25달러로 상승했다. 최저임금 변화는 대학 이상의 학력을 가진 사람의 자살률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이번 연구는 관찰 결과에 근거한 것으로 그 메커니즘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는다. 임금이 자살의 유일한 원인은 아니지만 정부의 결정이 자살 방지에 효과적이라는데 의의가 있다.
기대수명은 출생자가 출생 직후부터 생존할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생존연수를 말한다. 영국의 경우 부유한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의 기대수명 격차는 뚜렷하다. 부촌에서 태어난 아이의 기대수명은 88세, 빈촌에서 태어난 아이는 76세였다. 캐나다에서 연구한 자료를 보면 빈곤한 도시 지역에서 거주하거나 우울증을 겪는 사람은 생물학적 노화가 빠르다는 것이 입증되었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은 수백억 원을 목숨까지 내걸고 참여하는 게임이다. 게임 참가자는 저마다 가슴 아픈 사연이 있다. 구조조정으로 실직하고 사채와 도박판을 전전하던 사람이 당뇨병에 시달리는 어머니 치료비가 없어 참가했다. 사연은 많았다. 오징어 게임은 승자가 다 갖는 제로섬 게임(zero-sum)이다. 우리 사회는 제로섬 게임이 작동하는 걸까. 피곤사회로 치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