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0~1300년의 기간은 ‘중세 온난기’로 유럽 기온이 현재보다 1도 높았다. 그 영향은 남반구에도 미쳤고 안데스 지역도 예외는 아니다. 역사적 기록에 따르면 유럽이 가장 극심한 가뭄을 겪었던 시기는 16세기 초이다.
안데스 지역의 기후변화는 심각한 폭력을 유발했다. 부족한 식량 자원을 두고 끔찍한 폭력과 살인이 일상이 되었다. 이러한 폭력사태는 5세기부터 16세기 사이에 발생했다. 당시 빙하를 측정한 결과 빙하가 줄어들 때(온도상승)마다 폭력은 급격히 증가했다. 고도가 높아 어려운 영농 환경에서 기온 상승과 가뭄으로 부족해진 식량을 차지하려는 싸움이 극심해졌을 가능성이 크다. 반면 고도가 비교적 낮은 사회에서는 기후변화 충격을 이겨낼 수 있었다. 자원 부족을 폭력적인 경쟁이 아니라 ‘정치사회적인’ 해결 같은 다른 방법으로 해결했을 수 있다.
안데스 산맥의 주식은 감자였다. 지금도 감자는 전 세계 20%의 사람이 먹는 음식이다. 인도, 우즈베키스탄, 방글라데시, 중국 등에서 감자를 주식으로 하는 비중이 높다. 유럽에서도 주식으로 한다. 온난화로 감자의 수확량은 두드러질 만큼 급감하고 있다. 감자는 척박한 환경에는 강해도 더위에는 취약하다. 감자 원산지 안데스산맥의 감자 산지가 해발 2800~3500m에서 4000~4200m 높이로 이동했다(2022년). 지구온난화 때문이다. 중세시대 폭력이 연상된다.
그러나 2000년대의 가뭄 정도가 더욱 심각하다. 특히 2003년과 2015년, 2018년 유럽의 여름은 2110년 동안 발생했던 그 어떤 가뭄 현상보다 더욱 심했다. 2003년 가뭄 당시 유럽에서는 7만 명 이상이 사망했다. 유럽은 지난 2000여 년 중 최악의 가뭄에 직면한 셈이다.
가뭄과 식량위기만 닥친 것이 아니다. 지구 온난화 등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으로 2050년에는 거주지 수몰과 상시 홍수 위험에 처한 전 세계 인구가 3억 명에 이를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기후변화 관련 학계나 각국 정부가 대비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심각한 수준의 위기가 더 빨리 닥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지구 온난화가 현재와 같은 정도로 지속될 시 최악의 경우 2100년에는 약 6억 4,000만 명이 수몰될 위기에 놓일 것으로도 내다봤다. 특히 인구밀도가 높은 아시아권 연안 대도시가 피해당할 것으로 보인다. 2050년에는 베트남은 호찌민을 포함한 남부 지역 대부분과 중국의 상하이가 대부분 해수면 아래에 놓일 것으로 전망됐다. 2019년 행정수도를 자카르타에서 동칼리만탄으로 이전하겠다는 인도네시아의 결정의 주요 이유 중 하나가 수몰이었다. 우리나라도 2050년에는 해마다 100만 명 이상이 해안 침수를 겪게 될 것이다. 단기적으로 방파제·방조제 등을 설치해야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위험 지역 인구의 거주지 이전이 필요할 것이다.
가뭄과 홍수에 폭염도 수시로 발생한다. 구오 유밍(Yuming Guo) 호주 모나시대학(Monash University) 교수와 김호 서울대 교수팀은 세계 20개국 412개 도시의 1984~2015년도 여름 기온 데이터를 수집하여 통계분석을 하여 2080년까지의 폭염 발생 경향을 예측해 발표했다(2018). 2080년까지 세계에서 폭염에 의한 사망자 수는 수천 명에 이르고 온열 질환자 수도 수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됐다. 특히 콜롬비아, 필리핀, 브라질 등 열대 및 아열대에 위치한 국가의 2031~2080년 폭염 사망자 수는 1971~2020년에 비해 최대 8~20배 증가해 피해가 가장 클 것으로 예측됐다. 우리나라 서울, 대구, 부산 등 국내 7개 도시도 역시 2031~2080년 동안 폭염에 의해 사망자가 1971~2020년에 비해 최대 2.7배 증가할 것으로 나왔다. 이장호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연구원이 발표한 논문도 2064년까지 여름철 평균 기온은 계속 올라가며 2029~2064년 사이에 폭염 일수는 1979~2014년의 2.2배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반면 겨울 중 한파 (영하 12도 이하)는 28%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2017).
기온이 상승하면 북반구의 동식물은 북으로 그리고 고지대로 이동한다. 더욱 번성하는 생물도 있지만 줄거나 멸종하기도 한다. 과학자들은 번성하는 종보다 사라지는 종이 몇 배 더 많다고 본다. 세계 인구의 급증과 기후온난화로 식량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지구온난화를 막지 못하면 세계적으로 굶주림으로 고통 받을 수 있다.
잘못하면 부족한 식량을 두고 전 세계 국가들이 싸우는 3차 대전이 일어날 수도 있다. 또 다른 제국주의가 나타날 수도 있다. 아니면 사회와 국가 안에서 생존경쟁과 폭력의 장이 끝없이 이어질 수도 있다. 남미 안데스 산맥의 사례에서 보듯이 21세기 지구온난화는 ‘약육강식’의 논리가 아니라 전 세계적인 공조와 합의를 통해 해결해야 함을 암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