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선생, 다 먹고살자고 하는 거 아니겠어?
한국 사람에게 밥이 어떤 의미인가. 얼굴 보면 일단 식사 여부부터 확인하는 우리 국민들* 아닌가. 그런 문화 아래에서 나는 유달리 밥을 잘 챙기는 모범 시민이었다. 밥을 어찌나 잘 먹는지 우리 집 식탁에서 이쁨 받는 것은 물론이고 할머니 댁을 가도, 학교 급식실에 가도, 심지어는 군대나 외국에 가서도 칭찬을 받는 나였다. 너 참 복스럽게 먹는구나!
오지에서 군 복무를 하던 시절에 왠지 내가 온 이후로 여러 부대의 사단장님들이 피자나 치킨 같은 성스러운 음식을 들고 산을 타고는 하셨다. 이런 이례적인 사건을 목격하며 누군가는 내 입술 위의 점으로 인해 식복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야간 근무를 하는 내게 몰래 야식을 만들어 준다거나 작별의 만찬을 차려준다거나 하는 일들이 일어났다.
이탈리아 로마를 혼자 여행했을 적에는, 어느 레스토랑의 주인을 감동시키기도 했다. 버섯과 크림소스로 맛을 낸 파스타 한 접시를 시원하게 끝내고 나서 다른 베이스의 파스타를 주문하자, 주인장이 손수 자리했다. 파스타는 이탈리아식 식사의 Primo Piatto, 말 그대로 첫 번째 접시로서 고기류가 주가 되는 메인 디쉬의 이전 단계로 구분이 된다. 하지만 나를 비롯한 관광객들에게는 보통 파스타가 한 끼를 위한 메인 디쉬로 여겨질 테고 레스토랑의 주인 역시 그런 식사들을 여태 보아왔을 것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파스타 디쉬 하나를 끝내고, 또 다른 소스의 요리를 맛본다는 선택이 아마 그 레스토랑의 파스타에 대한 찬사로 느껴졌거나 통계의 아웃라이어를 바라보는 신기함을 유발하지 않았을까 추측한다. 혹은 둘을 동시에 경험했거나. 그 주인장은 나에게 와서는 맛은 어땠는지를 비롯한 여러 가지를 친절히 질문하고는, 따뜻하고 유쾌한 너털웃음을 지으며 빅 보이 - 20대 초반의 나이였다 - 라며 따봉을 날려주셨다. 진심으로 즐거워 보이셨다. 실제로 맛도 좋았지만 주인장의 웃음이 로마에서의 한 저녁을 더 인상 깊게 만들었다.
이렇게 왠지 모르게 음식과 내 식사의 이해관계자들의 행복을 줄줄 달고 살던 나는 최근 간헐적 단식을 결심했다. 이런 결정은 크게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이유에서 그 방아쇠가 당겨졌다.
1. 운동이 제한되는 상황에서의 체지방 감소
2. 의학적 근거에 기반한 오토파지 실험
3. 단순당(탄수화물)을 비롯한 음식 중독의 사슬 끊기
이 세 가지 주요 요인의 근거를 비롯한 세부사항과 프로젝트의 원대한 비전은 앞으로 내 몸과 마음의 변화를 인식하고, 기록하면서 차차 다루고자 한다. 간헐적 단식의 면면을 기록하는 행위는 나의 동기부여와 연구를 위함이고, 그 기록의 결과물은 단 한 사람이라도 이를 보고 새로운 결심을 하거나, 다이어터로서 동족을 보며 위안을 얻거나, 불 난 집을 구경하면서 즐겁도록 하기를 위함이다. 가끔은 발가벗겨진 기분이 들겠지만 어떻겠는가 나는 통통한 몸을 가진 채로 발가벗고 태어난 것을!
>>> 6월 17일, 간헐적 단식 첫째 날의 체중 증감**: (당연하게도) -0KG
* '민족'이라는 표현을 의도적으로 지양해본다
** 최소한의 정량화를 위한 변수로서 지겹지만 체중을 채택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