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선생, 난 당신이 벌써 좀 그리워졌어
공허하다. 가슴이, 아니 배가 텅 빈 느낌이다. 그 녀석이 떠난 후로 이 공허가 메꿔지질 않는다. 분명 내 속만 앓게 했는데...
나는 꽤 오랜 기간 야식에 중독되어 있었다. 왜 밤만 찾아오면 아무리 흔한 음식마저도 그 매력을 한껏 더하는 것일까. 모든 일과가 끝난 고요한 나만의 시간. 성공적인 하루의 마무리를 기념하기 위한 만찬일 수도 있겠다. 내가 중독되어 있다는 사실만큼이나 명확한 것은 이 습관이 건강에 매우 치명적이라는 것이다. 명확하지만, 부끄럽고 인정하기 싫은 두 가지의 사실.
물론 매일같이 야식을 찾는 것은 아니었지만, 어느 날 밤 한 번 그 비탈길에서 미끄러지기 시작하면 멈출 수가 없는 것이다. 내려가는 도중에는 미끄럼틀처럼 재밌다. 하지만 한 바탕 놀이가 끝나고 나서의 비탈길 아래 심연은 끔찍하기 짝이 없다. 더부룩한 배는 숙면을 방해하고, 딱히 활동도 없기에 더 많이 지방으로 쌓이고, 아침에는 입맛이 없고, 부실한 영양 상태로 하루를 시작하여 해가 지면 또 익숙한 즐거움을 찾는, 말 그대로 악순환이다. 부은 얼굴과 수학여행 때 본 왕릉을 닮은 배는 수치스러운 훈장이라고 할 수 있겠다.
2일 차에 접어든 간헐적 단식 프로젝트는 야식 중독을 탈피하기 위한 나의 정공법이다. "밤에 배고픔을 참는 게 어렵다면... 낮부터 배고픈 건 어떨까?"라는 발칙한 상상을 이틀 전에 했다. 갑작스럽게 비명을 지르는 위장을 두고 잠드는 게 어려우니, 미리 울려서 밤에는 지쳐 쓰러지게 만드는 계획이다. 지금까지로는, 놀랍게도 나쁘지 않은 아이디어인 것 같다. 낮동안에는 신경을 묶어둘 거리들이 많고, 밤에는 굶주림에 1 티스푼만큼 익숙해진다.
물론 내일의 나는 9시쯤 베갯잇을 뜯어먹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일주일 후의 이 시간의 내가 폭식을 하고 있을지, 배고픔에 개의치 않는 현자가 되어 있을지 누구도 알 수 없는 도박 같은 프로젝트. 주사위는 항상 던져봐야 아는 법이다. 어차피 잃을 게 없는 몸이지 않는가. 만약 도박이 성공해서 굶주림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로 다시 태어난다면, 삶에서 전전긍긍할 큰 덩어리가 사라지는 셈이다. 역시 나는 계산이 빠르다.
시작한 지 사흘도 채 되지 않았지만 좋은 점을 하나 꼽는다면,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기분상으로 몸이 가벼웠다. 굶주려 불쾌한 전날 밤을 보낸 것이 문제지만... 그렇게 2일 차의 밤도 라면 봉투가 바스락 거리는 환청을 들으며 아슬아슬하게 지나간다.
>>> 6월 18일, 간헐적 단식 둘째 날의 체중 증감: (약간은 놀랍게도) -0.5K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