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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lovbe 글롭 Jun 19. 2022

밥갱스터의 간헐적 단식 일지 3일 차

이 방법... 의외로 괜찮을지도?

   악명 높은 작심삼일의 셋째 날이 찾아왔다. 굶는다는 행위와 영 친하지 않은 인생을 살아왔기에 두려움이 앞섰다. 그런데 막상 경험하고 보니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상상 속의 호환마마인 작심삼일보다는 삼세판으로 이 프로젝트를 대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보다 나... 강할지도 모른다.


   어떻게 보면 하루에  끼는 낭낭히 챙겨 먹으면서 호들갑을 떠는 것은 아닐까. 완전한 단식도 아니면서! 물론  도전을, 결심을 폄하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다만 스스로 조금  긴장을 풀어도 된다고 이야기해주고 싶다. 하루    먹는다고  생명에 지장은 없다. 오히려 생명을 치유하는 일이다. 과한 것을 덜어내는 것은 식물에게도, 나와 같은 동물에게도 언제나 유효하다. 과유불급이라 하지 않았나.


Bullies / 2022.06.19 ©

   거울 앞에 선 내 턱선이 약간 날카로워진 것 같은 것은 분명히 착각일 것이다. 하지만 그 오해가 내심 기분 좋다. 스스로에게 하는 하얀 거짓말이 아닌가. 동기부여를 받을 수 있다면 좋은 일이다. 스스로를 밉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내 정신건강에, 신체적 건강에 훨씬 도움이 되는 전략이다. 출발선을 떠나고 1kg를 약간 넘는 체중이 줄었다는 것 또한 나름 자축하기로 했다. 물론 음식은 차리지 않았다.


   체중계 앞에서 성취감을 느낀 것이 얼마만인가. 보통은 성취보다는 실패감 혹은 박탈감을 경험하면서 내 육중함을 증명하곤 했다. 얼마나 먹어댄 거야 도대체... 체중계를 짓눌러 학대하다가도 실패한 숙제에 혼나기도 하는 나였다. 그런데 오늘 약간은 줄어든 체중에 빙긋 나를 향한 미소를 본 것 같았다. 너도 가벼우니까 좋니? 나도 좋다. 이제는 우리 친구 할 수 있을까?


   나 말고도 많은 분들이 체중계와 서먹서먹한 사이일 것이다. 숫자는 숫자라는 것을 알면서도 보기 시작하면 집착하게 되는 것이 사람의 심리다. 그래서 숫자는 항상 무섭다. 보기 좋게 사실을 전달해주기도 하지만, 잘못 사용할 경우 그 과정에서 필요보다 많은 부분이 깎여지며 다른 평가의 여지를 잃기도 한다. 우리는 몸무게를 줄이려는 게 아니라 건강해지고자 하는 것이 아닌가?


   행복도 그렇다.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서 많은 활동을 일과 중에 욱여넣지만, 번 돈과 소비의 즐거움이 연결되는 순간 행복보다 통장의 숫자에 주목하게 된다. 맛있는 커피를 내리고 나누기 위해 가게를 열었지만 숫자에 치여 즐거움을 잃는다. 어쩌면 내 프로젝트도 따지고 보면, 아니 따지지 않으면 즐거운 과정일 수 있다. 숫자로 표현 가능한 결과에 집착하여 과정의 즐거움을 잊을 필요는 없다.


   미세하게 가벼워진 몸이 즐겁고, 여백의 미를 자랑하는 내 위장이 즐겁다. 먹을까 말까 고민하지 않아서 즐겁다. 먹고 설거지할 시간에 이 글을 써서 즐겁다. 참으로 즐겁다! 나를 이해해줘서 고마워 밥 선생!


    >>> 6월 19일, 간헐적 단식 셋째 날의 누적 체중 증감: (뭔가 일어나고 있어) -1.4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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