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방법... 의외로 괜찮을지도?
악명 높은 작심삼일의 셋째 날이 찾아왔다. 굶는다는 행위와 영 친하지 않은 인생을 살아왔기에 두려움이 앞섰다. 그런데 막상 경험하고 보니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상상 속의 호환마마인 작심삼일보다는 삼세판으로 이 프로젝트를 대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보다 나... 강할지도 모른다.
어떻게 보면 하루에 두 끼는 낭낭히 챙겨 먹으면서 호들갑을 떠는 것은 아닐까. 완전한 단식도 아니면서! 물론 이 도전을, 결심을 폄하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다만 스스로 조금 더 긴장을 풀어도 된다고 이야기해주고 싶다. 하루 한 끼 안 먹는다고 내 생명에 지장은 없다. 오히려 생명을 치유하는 일이다. 과한 것을 덜어내는 것은 식물에게도, 나와 같은 동물에게도 언제나 유효하다. 과유불급이라 하지 않았나.
거울 앞에 선 내 턱선이 약간 날카로워진 것 같은 것은 분명히 착각일 것이다. 하지만 그 오해가 내심 기분 좋다. 스스로에게 하는 하얀 거짓말이 아닌가. 동기부여를 받을 수 있다면 좋은 일이다. 스스로를 밉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내 정신건강에, 신체적 건강에 훨씬 도움이 되는 전략이다. 출발선을 떠나고 1kg를 약간 넘는 체중이 줄었다는 것 또한 나름 자축하기로 했다. 물론 음식은 차리지 않았다.
체중계 앞에서 성취감을 느낀 것이 얼마만인가. 보통은 성취보다는 실패감 혹은 박탈감을 경험하면서 내 육중함을 증명하곤 했다. 얼마나 먹어댄 거야 도대체... 체중계를 짓눌러 학대하다가도 실패한 숙제에 혼나기도 하는 나였다. 그런데 오늘 약간은 줄어든 체중에 빙긋 나를 향한 미소를 본 것 같았다. 너도 가벼우니까 좋니? 나도 좋다. 이제는 우리 친구 할 수 있을까?
나 말고도 많은 분들이 체중계와 서먹서먹한 사이일 것이다. 숫자는 숫자라는 것을 알면서도 보기 시작하면 집착하게 되는 것이 사람의 심리다. 그래서 숫자는 항상 무섭다. 보기 좋게 사실을 전달해주기도 하지만, 잘못 사용할 경우 그 과정에서 필요보다 많은 부분이 깎여지며 다른 평가의 여지를 잃기도 한다. 우리는 몸무게를 줄이려는 게 아니라 건강해지고자 하는 것이 아닌가?
행복도 그렇다.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서 많은 활동을 일과 중에 욱여넣지만, 번 돈과 소비의 즐거움이 연결되는 순간 행복보다 통장의 숫자에 주목하게 된다. 맛있는 커피를 내리고 나누기 위해 가게를 열었지만 숫자에 치여 즐거움을 잃는다. 어쩌면 내 프로젝트도 따지고 보면, 아니 따지지 않으면 즐거운 과정일 수 있다. 숫자로 표현 가능한 결과에 집착하여 과정의 즐거움을 잊을 필요는 없다.
미세하게 가벼워진 몸이 즐겁고, 여백의 미를 자랑하는 내 위장이 즐겁다. 먹을까 말까 고민하지 않아서 즐겁다. 먹고 설거지할 시간에 이 글을 써서 즐겁다. 참으로 즐겁다! 나를 이해해줘서 고마워 밥 선생!
>>> 6월 19일, 간헐적 단식 셋째 날의 누적 체중 증감: (뭔가 일어나고 있어) -1.4K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