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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lovbe 글롭 Jun 24. 2022

밥갱스터의 간헐적 단식 일지 8일 차

새로운 한 주의 문턱에서 기록하는 간헐적 단식의 좋은 점들

    놀랍게도 순항하고 있다. 일주일을 넘어서 새로운 한 주를 벌컥 열어젖힌 이 프로젝트. 간헐적 단식이라는 이방인은 나의 일상 속으로 나름 성공적인 이민 절차를 밟고 있다. 여러 가지 놀라운 변화들이 있는데 오늘 그중 일부를 기록하고자 한다. 차근차근 쌓아가는 사례들 덕분에, 지금의 앞으로 찾아올 다른 변화들도 두 팔 벌려 환영할 준비가 되어있다.  


    가장 놀라운 점, 배고픔을 느끼기 어려워졌다. 언뜻 보기에 저녁을 먹을 때보다, 먹지 않는 것이 덜 배고프다는 것은 역설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실제로 요즘의 나는 확실히 덜 배고프다. 물론 그렇다고 배부른 것은 아니지만, 분명히 굶주림의 상실을 경험하고 있다.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종종 저녁을 먹고도 밤에 텅 빈 배를 부여잡다 잠이 달아나는 나였다. 그런데 요즘은 평소에 식사를 하던 저녁 시간에도, 그리고 야식을 찾던 밤에도 배가 고프지 않다.


    단순히 감정이 무뎌진 것은 아니다. 우스갯소리처럼 굶주림에 지쳐 몸이 반응하지 않는다고 표현하지만, 짧은 나의 단식은 이보다 더 효과적인 방식으로 내 몸에 작용하고 있다. 내가 추측하기로는 다이어트 왕국의 호르몬 삼대장, 인슐린, 렙틴, 그렐린의 안정화 덕분인 것으로 생각된다. 이런 호르몬에 대해서 앞으로 더 상세하게 다루겠지만, 이들이 몸에 미치는 영향은 상상을 뛰어넘는다. 일주일 동안 내 몸에 벌어졌던 일을 간단히 서술하자면 고장 난 신호등을 하나하나 조율해서 교통사고를 크게 줄였다고 보면 되겠다. 여기서 신호등은 호르몬일 것이고, 교통사고는 폭식 및 야식을 비롯한 내가 뜻하지 않은 식이 행태일 것이다.


쟤가 먹였져 / 2022.06.24 ©

    이와 관련하여 또 하나 소개하고 싶은 놀라운 변화는 바로 유혹에 강해진 것이다. 물론 고소한 치킨과 꼬들꼬들한 라면은 눈에 아른아른거린다. 하지만 이제는 내가 계획에 없던 식사를 하리라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 설령 하더라도 이를 후회하지 않을 것을 확신한다. 이는 다이어터에게 강력한 심리적 무기가 되는데, 이를 넘어서 자기 확신은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몸과 마음의 건강에 크게 기여한다. 이 변화 또한 위 호르몬 삼대장의 안정 덕분인 것을 알지만, 또 하나의 기여자가 있다.


    이렇게 단단한 마음을 갖게 되는 큰 공여자는 바로 '원칙'이다.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의 나는 저녁을 얼마나 먹을지, 어떻게 먹을지, 야식을 먹을지 말지, 먹은 김에 더 먹을지 고민했다. 이는 그 자체로 엄청난 에너지, 의지력을 소모한다. 그러다 보면 먹지 않아도 될 것을 먹지 않도록 참는 에너지까지 끌어다 써서 다이어트 시작일을 0일로 초기화하고 마는 것이다. 사실은 그렇게 힘 줄 일이 아닌데. 간헐적 단식을 통해 나는 위와 같은 고민을 더 이상할 필요가 없어졌고, 나의 의지력은 차곡차곡 적립되었다. 그래서 뜻하지 않은 유혹이 찾아와도 개의치 않고 넘길 수 있게 되었다. 즐거운 일이다.


    다이어트를 시작한 날, 꼭 가족이나 친구가 맛있는 음식을 먹자고 하는 것은 평생 다이어터들 사이에서 유명하다. 그렇게 위대한 여정의 첫날부터 대문도 나서 보지 못하고 쓰러지는 이들이 수두룩했다. 나도 그중 하나였다. 하지만 이를 따지고 보면 음식을 권유한 가족이나 친구가 비극의 원인은 아니다. 그들은 항상 우리의 의사를 물어봤을 것이고, 우리는 그런 음식들을 즐겁게 나누어 먹었을 것이다. 다만 다이어트를 시작한 후에 그런 제안이 백 배는 더 자극적으로 느껴지고, 뼈아픈 또 하나의 실패를 남기기에 더 인상 깊을 뿐이다. 


    결국 패배의 원인은 항상 내 안에 있었다. 유혹을 유혹이라고 정의했기에, 패배를 패배라고 정의했기에 나는 유혹에 진 패배자가 되었다. 이제 내 삶에, 적어도 이 식이라는 영역 안에서 유혹과 패배는 없다. 그런 정의 자체가 없어졌기에 나는 더 이상 걱정하지 않는다. 이 프로젝트의 초기에 얻은 이 성과를 기록과 함께 자축한다. 어쩌면 초심자의 행운일지라도, 그 행운이 여정의 끝까지 이어지길 기도한다. 


       >>> 6월 24일, 간헐적 단식 여덟째 날의 체중 증감: (WOW '0';;) -2.4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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