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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lovbe 글롭 Jun 19. 2022

저는요, 층고가 높은 카페가 좋아요

공간과 상호작용하는 3차원의 존재로서

   풍경이 훤히 보이는 넓은 창문, 높은 천장. 이 느낌을 개방감이라고 불러야 할까. 탁 트인 공간 덕분에 마음속에도 여유가 생긴 느낌이다. 바람에 부드럽게 흔들리는 이파리나 노을에 물든 하늘까지 보인다면 명소가 따로 없겠다. 누군가의 취향이 담긴, 정성껏 만들어진 음악들로 구성된 플레이리스트까지 곁들인다면 그곳이 바로 천국일 것이다. 이런 공간이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건축은 일상 속에서 나의 무의식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물론 집은 집이요, 카페는 카페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고, 나도 크게 의식하지 않는 순간이 더욱 많다. 하지만 분명 사회적으로도 공간에 대한 인식은 커지고 있다. 소셜 미디어의 카페 인증샷이나 내 집 꾸미기의 거스를 수 없는 추세만 보아도 그렇다. 공간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내가 있는 곳의 매력을 나에게 입힌다. 즉 공간을 통해 자아를 확장한다.


On the Café / 2022.06.18 ©

   사람의 본능이다. 나의 범위를 확장하는 . 공간뿐만이 아니라 내가 걸친 옷의 브랜드,  가족, 내가 다니는 회사, 나의 국적이  내가 된다. 그들의 매력, 영향력 혹은 지위를 렌트하고자 아등바등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그런 약간은 불순한 의도가 아니더라도 상호작용을 완전히 끊어내기란 어렵다. 우리는 A라는 이유로 B 구매하고, C 방문했다고 표현하지만, 뉴런의 구조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우리는 복잡하고 무의식적인 인식의 기술을 매일 자연스럽게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그 천부적인 기술은 때론 우리를 혼란스럽게 한다. 마음의 소리에 따라 '좋은 것'을 추구하기는 하는데, 누가 결정을 한 것인지 확실치 않다. 느낌이라는 것의 출처는 항상 모호하다. 그러다 보니 우리는 종종 타인에게 '느낌', 혹은 '인식'을 주입당한다.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가 좋다는 것을 나의 의견으로 착각해서, 혹은 나를 감동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의 행복에 깊은 관심이 없는 타인에게 고급스러운 인상을 남기기 위해 거래를 종용당한다.


   결국 그런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자기 인식이다. 이 거래가 - 비용이 화폐이든, 시간이든, 감정이든 - 진정 나를 감동시키기 위함이 맞는지 돌아보는 것이다. 그런 것이 맞다면 그 거래의 결과물은 내 인생의 자산이 된다. 소비할 것이 넘쳐나는 이 세상에서, 귀가 얇지 않은 나만의 길잡이가 되어준다. 하지만 내가 사랑하지도, 나를 사랑하지도 않는 타인에게 무언가를 증명하고 싶어서라면, 그 거래는 접는 것이 좋겠다. 내가 가진 소중한 자원들을 보상이 형편없는 도박에 빚진 것과 다름이 없다.


   나는 내가 층고가 넓은 카페를 좋아하는 것을 안다. 그 안에 스민 커피 향과 들어오는 햇살을 사랑한다. 그리고 그것들이 나를 감동시킴을 정확하게 안다. 그렇게 길잡이를 신뢰하고, 나도 그의 신뢰를 얻는다. 항해가 두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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