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참을 수 없는 낭만에 대하여 - Riomaggiore
나는 바다가 항상 좋았다. 푸른 바다는 어떤 인공물로도 흉내 낼 수 없는 낭만을 공간에 부여한다. 같은 건물일지라도 바다를 그 배경으로 두고 있다면, 왠지 더 멋스럽게 느껴진다. 개인적으로는 오랫동안 이런 감정들을 경험해왔다. 차에 타고 어느 해안 도시에 가는 길, 저 멀리 희미하게 보이는 바다에도 마음이 잔뜩 설레는 바다 바보였다. 이런 마음은 나만의 것이 아닐 것이다. 그걸 증명하듯이 매 여름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의 유명 해변에는 사람이 파도를 이룬다.
그런 나에게 이탈리아의 리오마지오레는 바다를 주제로 한 작품 같았다. 어색한 동상이나 포토 스팟 없이, 바다를 그 자체로 존중하는, 그런 작가의 마음이 느껴지는 공간이었다. 사실은 신기했다. 마을의 건물들도, 물 위의 배들도, 사람들의 수영복도 알록달록 온갖 색을 뽐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요소들이 풍기는 조화로움은 직접 경험하고 있는 것이기에 결코 부정할 수 없었다. 자기주장이 강한 색들도 바다의 푸르름과 어우러지리라 결심이라도 한 듯이 풍경에 녹아들어 있었다.
색채론에 조예가 깊지 않기에 내가 겪은 것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 마을을 담은 세상이 그렇듯이 마을의 색 또한 혼돈 속에 질서가 있고, 조화로움 속에 다채로움이 있었으리라. 그렇지 않으면 그리도 가파르고, 알록달록한 마을이 내게 완전한 시각적 조화를 보여주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아름다움은 아름다운 시선을 만든다. 마을에 감명받은 나의 마음이 일상적인 삶의 흔적마저 빛나는 작품으로 만들었다. 널어놓은 빨래를 비롯한 일상적인 것들도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품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왜 여태 몰랐을까.
염세적인 의견으로는, 여행지의 환상이 만들어 낸 부작용으로 볼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그런 환상적인 시선을 경험할 수 있다면, 어쩌면 배워올 수 있다면 이는 너무도 감사한 일이다. 질서와 혼돈이 그렇듯, 환상과 깨달음도 한 끗 차이이다. 우리는 낯설거나 이해할 수 없는 일을 거짓으로, 환상으로 치부해버릴 수도 있다. 하지만 이를 다른 관점을 습득할 기회로서 감사히 여길 수도 있다. 나는 아직도 내가 모르는 아름다움 혹은 지식이 정말 많다고 생각하기에, 앞으로도 이런 기회에 나의 몸을 기쁜 마음으로 던질 예정이다.
글을 적으며 나는,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바다 수영을 왜 좋아할까 생각해보았다. 분명 무수히 많은 요인들이 있을 것이다. 혹은 '재미'라는 단 하나의 이유일 수도 있다. 오늘의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물속은 지금 이 순간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라고. 공기는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하다. 가볍고 닿기 어려워 인식하기 조차 쉽지 않다. 하지만 물은 어떤가. 보통 몸에 차갑게 닿아있고 공기보다 묵직하며, 종종 그 짭짤한 맛과 가빠오는 숨도 고려해야 한다. 여러모로 나를 지금의 경험을 지향하도록 만든다. 약간은 긴장하면서, 동시에 즐기면서.
바닷속에서 물과 나를 의식하는 나처럼, 평소에도 오늘의 아름다움을 인식할 수 있다면 좋겠다. 내 방의 아름다움을, 집의 아름다움을, 동네의 아름다움을, 하늘, 나뭇잎, 음악, 음식, 책, 그리고 나와 함께하는 사람들. 그 아름다움 속에서 직접 숨을 쉴 수는 없지만, 몸과 마음을 다해 경험할 수는 있다. 바다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수평선을 바라보며 여유로이 수영하듯이. 그렇게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