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혁신으로 금융이 쉬워졌다, 교육도 쉬워졌다.
그런데 국내에 아직 '헬스케어', '건강관리'를 쉽게 하도록 돕는 대표 주자는 아직 없다.
누구나 건강을 관리하면 좋다는 것은 안다.
그런데 누구나 하지 못한다. 왜일까?
매일 운동하고, 매일 기록하고, 매일 관리하기 귀찮기 때문이다.
기존의 comfort zone에서 벗어나 '꾸준히' 행동하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귀찮음'을 이겨내고 '꾸준함'을 실행할 수 있도록,
습관을 바꾸고 우리 서비스를 계속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바로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 기획자의 역할이다.
닥터아이 어플의 시작도 이와 같았다.
영유아기의 성장 과정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행동발달부터 병원 방문까지 모든 이벤트가 중요하고 이 이벤트들을 기록만 잘 해도 문제를 발견하고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
그렇지만 몇년간 발생하는 수많은 이벤트들을 모두 기억하기는 불가능하며, 기록하기는 어렵고, 찾기에는 모두 뿔뿔이 흩어져 있다는 문제가 있다.
유저가 알아서 기록하게 만드는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1. 기록은 왜 귀찮은가. '귀찮음'을 없애려는 시도
앞서 언급했듯이 건강 관리란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다.
"몸에 좋으면 입에 쓰다"는 옛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그렇기에 서비스의 역할은 이 '귀찮음'을 줄여주는 것이다. 더 쉽고 부담없이 기록을 시작할 수 있게 도와주어야 한다.
여기서 닥터아이 어플에서 가장 사랑받고 있는 행동발달 관리 기능을 빼놓을 수 없다.
영유아기의 아이들은 월령에 맞춰 발달하며 새로운 행동들을 할 수 있게 된다.
기존의 부모들은 두세 달마다 40개가 넘는 문항들에 아이가 얼마나 잘 할 수 있는지 답해야 했다.
우리는 이 과정을 자주, 더 쉽게 해결할 수 있게 해주기로 했다.
메인 화면에서 '30초만에 발달 체크하기' CTA 버튼으로 허들을 낮추고,
행동발달에 관련한 문항을 5개씩 묶었고, 5개도 많으니 한 번에 딱 하나의 문항씩만 보여주었다.
사용자들은 이를 "행동발달 퀘스트"라고 불렀다.
닥터아이의 "행동발달 퀘스트"는 유저들에게 '기록을 해야 한다', '아이의 발달을 확인해야 한다'는 부담에서 벗어나 하나의 퀴즈처럼, 매일 깨나가는 퀘스트처럼 즐겁게 기록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었다.
퀘스트 기능을 도입한 후, 하루 기록량이 4000% 가까이 성장했고 서비스가 생긴지 10개월만에 150만 건의 기록이라는 경이로운 수치를 낳았다.
2. 두번째 기록은 세번째 기록을 만든다
쉽게 기록을 시작했으면 그 다음 단계는 뭘까?
기록을 남겨둔 서비스를 다시 찾게 만드는 것이다!
여기에서 서비스를 다시 찾게 한다는 것은 daily하게 서비스에 방문하는 것보다는 '헬스케어'가 필요한 순간에 우리 서비스를 기억하고 사용하도록 함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서비스의 KPI도 classic retention이 아닌 rolling retention (또는 unbounded retention)으로 설정했다.
Rolling retention이란?
특정 일자에 서비스를 방문하는 유저의 비율을 측정하는 classic retention 대신 '사용자가 서비스를 이탈하지 않고 남아있는가?'에 초점을 맞추어 기준일을 포함해 그 이후에 방문한 유저의 비율을 측정한다.
우리는 다음과 같은 가설을 세웠다: "기록을 많이 남긴 유저일수록 서비스를 떠나지 않는다"
실제로 기록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남긴 유저의 유지율은 그렇지 않은 유저 세그먼트의 유지율의 173% 정도로 차이가 크게 났다.
한 번 기록을 남긴 유저가 두 번 남길 수 있도록, 두 번이 세 번이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고민했다.
3가지의 실험을 해보았고 그 결과 역시 성공적이었다.
1) 기록을 시작한 사람들에게 바로 다음 기록을 할 수 있도록 제시 -> 63%의 사용자가 추가로 기록을 남김
2) 더 쉽게 더 많은 기록을 불러올 수 있도록 기능 추가 -> 해당 경험을 한 사용자는 유지율이 141% 상승
3) 기록을 마치지 못한 사람에게 리마인드를 위한 앱 푸시 발송 -> 리마인드 앱 푸시를 받은 세그먼트의 유지율이 252% 상승
3. Give & Take, 기록을 받기만 하면 사용자도 지친다
이제 유저가 기록을 남기게 하는 데까지는 성공했다.
그렇지만 우리가 만드는 서비스는 일기장이나 메모장이 아니다.
헬스'케어' 서비스라면 이제 유저의 기록을 바탕으로 유저를 케어해줄 수 있어야 한다. 유저가 남긴 기록에 대해 보상을 주어야 할 차례라는 뜻이다.
우리가 가장 쉽게 줄 수 있는 보상은 통계와 시각화를 통해 유저가 남긴 기록에 대한 피드백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유저에게 제공할 수 있는 적절한 솔루션이 무엇인지 다양한 실험을 진행 중이다. 지금 모두 공개하기는 어렵지만 앞으로 차차 공유해보겠다.
여기까지가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를 기획하면서 '어떻게 하면 좋은 헬스케어 서비스가 될 수 있을까?'에 대한 나의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