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는 1-1반부터 3-8반까지.. 25 학급 모두 체육대회 반별 입장식을 하면서 시작한다. 입장식만 해도 1시간 반정도 걸리니 체육대회 마지막 반별 계주 못지않게 그야말로 초반부터 하이라이트다.
반별 입장은 학생들이 좋아하는 유행가요, 유행춤, 응원복장 등 각반에서 한 달은 꼬박 준비한 그 잡채.
우리 학교 담임 선생님들의 춤사위는 같은 동료로서도 의외의 면을 보게 되는 재밌는 장면이다.
여기에는 그 반의 장애학생과 특수학생들이 고스란히 겪었을 땀과 눈물도 있었을 테니.. 마냥 웃음만 나는 순간은 또 아니기도 했다.
완전통합 편마비의 1학년 여학생은 체육대회 준비(입장식 춤연습, 경기 예선 등)를 하는 5월 내내 친구들 사이에 끼지 못하고 참관자가 되어 힘들어했고, 나머지 우리 반 학생들도 통합반(자신의 소속 학급) 응원연습이나 춤연습 과정에서 어느 정도씩은 힘든 순간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1학년 자폐성 장애 학생(민트 마스크)의 통합반은 '응가송'에 맞춰 담임선생님, 부담임선생님과 귀여운 춤(엉덩이를 치면서 콩콩 뛰는)을 선보였다. 한 박자 느리기는 해도 그간 쉬는 시간, 점심시간이며 얼마나 반복해서 했던 연습이었는지 짐작이 간다.
입장식까지 비하인드 이야기가 들어있다.
담임선생님께서 갑자기 입장을 준비하다가 단상 쪽 나(나는 그날 보건선생님 지원을 맡아 단상 쪽에 있었기에)를 향해 **이와 함께 운동장을 가로질러 뛰어오신다.
"선생님, **이 좀 같이 데리고 있어 주세요~"
"네? 우리 **이는 춤을 안 추나요?"
"네. **이가 몸을 좌우로 흔들고 잘 안 하네요."
"아.. 네.."(이게 뭐지?.. 싶었다.)
일단 반별 입장이 순서대로 진행되느라 바쁘신 담임한테 알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와 단상 올라가는 계단 쪽에서 통합반 입장식을 보려고 일단 자리를 잡았다.
정신없는 이 와중에.. 담임이 못 본 이 아이의 시선은..
계속 자기 반 친구들을 향해 있었다.
"**아, 너 춤추고 싶어? 춤 출거야? 아니면 여기서 선생님이랑 구경할까?"(확산적 질문보다는 아이가 선택할 수 있도록 두 가지의 경우를 YES or NO 형식으로 묻는 질문에는명확하게 의사를 나타낼 수 있었다.)
아이가.. 자기 반을 향해 운동장을 가로질러 뛴다.
춤을 추고 싶다는 YES라는 대답보다
자신이 하고 싶다는 의사를 더 직접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선생님~ 우리 **이가 엉덩이 치는 춤이 추고 싶은가 봐요..
어떻게~ 괜찮을까요?? 제가 설 자리 알려주시면 **이만 세워두고 나올게요!"
담임도 어쩌겠는가.
아이가 하고 싶다는데..
그나마 특수반 선생님은 제 마음을 알아주니 얼마나 다행이었을까.. 어쩌면 담임도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면 좋았으련만 나머지 27명을 챙기려니 한 명의 아이가 춤을 추기 싫어서 엉뚱한 행동을 한다고 느끼셨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자폐 학생이라 문장으로 자기의 생각을 온전히 말하지 않고, 제대로 듣지 못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래서 학교의 바쁜 일과 중에서는 아이의 선택을 기다릴 만큼 여유가 있지 않기에 소외되는 순간이 있을 수 있기에.. 이런 날은 통합반에서 잘 스며들어 지내게 하는 게 내 역할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