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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중학교에서는

체육대회 그 속의 이야기

by 장지

5월 찬란한 봄과 여름 같은 날들.

한풀 꺾인 날씨에 아.. 쌀쌀한데 싶기도 하다가

너무 쨍한 공기에 답답하기도 했다.

그렇게 계절이 바뀌어가나 보다.


중학교 아이들의 학교생활의 3대 행사는

수련회(1학년)/수학여행(2학년)/졸업여행(3학년), 체육대회, 축제인 것 같다.


5월 26일 우리 학교는 드디어 체육대회가 있었다.

학생들의 불타오르는 열기에 나까지 내내 들떠있기도 했다.

한차례 날씨로 연기된 탓에 나는 체육대회의 어수선함이 얼른 지나가기를 바랐다.

우리 학교는 1-1반부터 3-8반까지.. 25 학급 모두 체육대회 반별 입장식을 하면서 시작한다. 입장식만 해도 1시간 반정도 걸리니 체육대회 마지막 반별 계주 못지않게 그야말로 초반부터 하이라이트다.


반별 입장은 학생들이 좋아하는 유행가요, 유행춤, 응원복장 등 각반에서 한 달은 꼬박 준비한 그 잡채.


우리 학교 담임 선생님들의 춤사위는 같은 동료로서도 의외의 면을 보게 되는 재밌는 장면이다.


여기에는 그 반의 장애학생과 특수학생들이 고스란히 겪었을 땀과 눈물도 있었을 테니.. 마냥 웃음만 나는 순간은 또 아니기도 했다.


완전통합 편마비의 1학년 여학생은 체육대회 준비(입장식 춤연습, 경기 예선 등)를 하는 5월 내내 친구들 사이에 끼지 못하고 참관자가 되어 힘들어했고, 나머지 우리 반 학생들도 통합반(자신의 소속 학급) 응원연습이나 춤연습 과정에서 어느 정도씩은 힘든 순간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1학년 자폐성 장애 학생(민트 마스크)의 통합반은 '응가송'에 맞춰 담임선생님, 부담임선생님과 귀여운 춤(엉덩이를 치면서 콩콩 뛰는)을 선보였다. 한 박자 느리기는 해도 그간 쉬는 시간, 점심시간이며 얼마나 반복해서 했던 연습이었는지 짐작이 간다.


입장식까지 비하인드 이야기가 들어있다.


담임선생님께서 갑자기 입장을 준비하다가 단상 쪽 나(나는 그날 보건선생님 지원을 맡아 단상 쪽에 있었기에)를 향해 **이와 함께 운동장을 가로질러 뛰어오신다.


"선생님, **이 좀 같이 데리고 있어 주세요~"

"네? 우리 **이는 춤을 안 추나요?"

"네. **이가 몸을 좌우로 흔들고 잘 안 하네요."

"아.. 네.."(이게 뭐지?.. 싶었다.)


일단 반별 입장이 순서대로 진행되느라 바쁘신 담임한테 알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와 단상 올라가는 계단 쪽에서 통합반 입장식을 보려고 일단 자리를 잡았다.


정신없는 이 와중에.. 담임이 못 본 이 아이의 시선은..

계속 자기 반 친구들을 향해 있었다.


"**아, 너 춤추고 싶어? 춤 출거야? 아니면 여기서 선생님이랑 구경할까?"(확산적 질문보다는 아이가 선택할 수 있도록 두 가지의 경우를 YES or NO 형식으로 묻는 질문에는 명확하게 의사를 나타낼 수 있었다.)


아이가.. 자기 반을 향해 운동장을 가로질러 뛴다.


춤을 추고 싶다는 YES라는 대답보다

자신이 하고 싶다는 의사를 더 직접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선생님~ 우리 **이가 엉덩이 치는 춤이 추고 싶은가 봐요..

어떻게~ 괜찮을까요?? 제가 설 자리 알려주시면 **이만 세워두고 나올게요!"


담임도 어쩌겠는가.

아이가 하고 싶다는데..

그나마 특수반 선생님은 제 마음을 알아주니 얼마나 다행이었을까.. 어쩌면 담임도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면 좋았으련만 나머지 27명을 챙기려니 한 명의 아이가 춤을 추기 싫어서 엉뚱한 행동을 한다고 느끼셨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자폐 학생이라 문장으로 자기의 생각을 온전히 말하지 않고, 제대로 듣지 못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래서 학교의 바쁜 일과 중에서는 아이의 선택을 기다릴 만큼 여유가 있지 않기에 소외되는 순간이 있을 수 있기에.. 이런 날은 통합반에서 잘 스며들어 지내게 하는 게 내 역할인 것이다.


내 눈에 보이는 이 아이들의 시선이 머무는 자리를..

담임선생님도, 다른 이들도 알아차릴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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