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C.T(6)

잠입 개시

by ㅇㅅㅇb

정우가 들어온 것이 신의 한 수였는지, 모든 일이 뜻밖에 순조롭게 풀렸다. 세희가 모시는 임원이 갑자기 제어실 관리 업무를 다니기 시작하면서, 제어실 내부의 지리적 구조와 비어 있는 시간, 직원들의 이동 패턴 등 중요한 정보를 쉽게 확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생각보다 빠르게 잠입 일정이 잡혔다.

계획은 명확했다. 제어실은 7시간 30분 간격으로 교대가 이루어지며, 세희가 임원에게 시킨 ‘관리 업무’ 덕분에 30분 정도는 제어실이 비는 시간이 생긴다고 한다. 이 짧은 시간 동안 건물 밖 환풍구를 통해 4-19에 침입해 지윤을 구출하고, 다시 환풍구를 통해 탈출하는 것이 목표였다. 환풍기를 끄는 역할은 세희가 맡았다. 동시에 사진을 찍어 증거를 남기고, 지윤의 증언만 확보하면 L.S의 몰락은 시간 문제였다. 계획은 3일 후, 밤 23시 30분에 실행되기로 했다. 모두의 마음 속에는 성공에 대한 기대가 피어올랐다.

그날 우리는 일찍 해산했다. 지애는 정우를 차에 태우고 운전하며 조용히 물었다.

“정우 씨, 저번에 저에게 ‘만약 L.S가 무너진다면 어떻게 살고 싶냐’고 물으셨잖아요?”

“그랬죠.”

“그날 집에 돌아가서 한참 생각해 봤는데, 부모님과 함께 한적한 시골에서 살고 싶어요. 작은 주택에서 개 한 마리와 함께, 부모님과 평온하게 지내고 싶어요.”

정우는 조심스레 물었다. “부모님이 원망스럽지는 않으세요? 순간의 선택 때문에 인생이 흔들렸다고 볼 수도 있잖아요.”

지애는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 “처음에는 원망스러웠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결국 그 모든 일이 저를 키우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원망이 미안함과 감사로 바뀌었죠. 어떻게 보면 제가 태어남으로써 부모님의 삶을 바꿔버린 셈일 수도 있어요.”

정우가 조심스레 물었다. “그럼… 정우 씨가 구하려는 사람은, 정말 소중한 존재인가요?”

“제가 여성이라고 말씀하신 건가요?”

“아뇨, 그냥 그런 느낌이 들어서요.”

정우는 지윤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지애는 조용히 듣고, 잠시 후 정우가 이어폰을 끼고 잠이 들자, 그는 그 모습만 바라보며 운전을 이어갔다.

그리고 3일 후, 작전 당일이 되었다. 흐린 날씨, 달빛조차 구름에 가려 희미하게만 비쳤다.

두식이 무전기로 브리핑했다.

“자, 잘 들어. 정우는 환풍구를 통해 4-19에 침입해 지윤을 구한다. 환풍구가 천장에 있을 테니, 지윤을 찾으면 밧줄을 당겨라. 내가 끌어올릴 테니 걱정 말고. 세희는 제어실 직원이 나간 틈을 이용해 환풍기를 끄고, 지애는 환풍구의 바람을 조절해 정우가 이동하기 적절한 공기 흐름을 만들어라. 이대로만 된다면 승리는 우리 거다. 힘내자, 드림 브레이커!”

11시 30분, 세희로부터 환풍기 차단 신호가 왔다. 지애는 즉시 환풍구 바람을 조절했고, 정우는 혼자 환풍구를 타고 침입했다. 지도의 위치를 기억하며 4-19에 도착하자, 방 안에는 수십 개의 캡슐이 놓여 있었다. 정우는 서둘러 지윤을 찾아 안전하게 몸을 묶고 탈출 준비를 했다.

그러나 갑자기 무전이 왔다.

“저, 노출된 것 같아요…” 지애의 목소리였다.

세희가 소리쳤다. “무슨 소리야?” 하지만 지애의 응답은 끊겼다.

“젠장, 정우! 얼마나 남았어?”

“지금 당기면 됩니다.” 두식이 줄을 당기자, 정우는 거의 의식을 잃을 뻔했지만 가까스로 환풍구 안으로 들어와 탈출할 수 있었다.

“지금 당장 지애를 구하러 가야 해!” 세희가 외쳤지만 두식은 단호하게 거절했다.

“우리가 추가로 붙잡히면 모두 끝장이다. 지금은 우선 지윤을 깨워 L.S를 무너뜨리는 게 최선이다.”

아지트에 도착한 우리는 조심스럽게 지윤을 깨웠다. 정신을 차린 지윤은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정우를 쳐다봤다.

“왜 나를 그곳에서 빼냈죠! 왜 행복한 낙원에서 지옥으로 다시 데려오나요?”

정우는 의기소침하게 답했다.

“지윤 씨, 자신이 망가지더라도 꼭 구해달라고 하셨잖아요…”

하지만 지윤은 목소리를 높이며 맞섰다.

“그때는 몰랐으니까! 이렇게 행복할 줄 몰랐으니까! 지금은 알아요. 행복한 꿈을 꿀 수 있다면, 아무리 악몽이라도 행복할 수 있다는 걸! 그런데 당신들은 그 행복을 망쳐버렸어요!”

세희가 화가 나며 소리쳤지만, 두식이 중재하며 지윤을 빈방에 가두었다. 정우는 눈물을 닦으며 결심했다.

“우리, 반드시 L.S를 무너뜨리고 지애 씨를 구합시다.”

세희가 물었다.

“어떻게 무너뜨릴 건데?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를 데려온다고 해도, 반응은 뻔할 텐데?”

정우는 답했다.

“이번엔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를 이용할 겁니다. 지애 씨가 말하길, L.S는 사채업자들이 세운 회사라고 해요.”

두식이 손가락을 튕기며 말했다.

“회장을 구속하면 되는 거군. 하지만 단순히 경찰에 넘긴다고 해결될까? 꼬리 자르기로 살아남겠지. 우리는 더 큰 그림을 봐야 해.”

정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아요. L.S의 실세는 부회장입니다. 사채업자의 특성상, 위에서 꼬리 자르기를 하는 부류죠. 허수아비 역할로 있는 회장에게 접근하면 이용하기 쉬울 겁니다.”

세희가 물었다.

“그럼 회장과 대화를 어떻게 하지?”

정우와 팀은 잠시 눈빛을 교환했다. 시간은 별로 없다. 지애가 L.S에서 어떤 일을 겪고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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