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과 접선
솔직히, 정우는 성주와 만난 이후 걱정이 됐다. 거의 TMI를 쏟아내긴 했지만, 성주가 자신의 아버지인 부회장에게 고발이라도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떠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 걱정은 민망할 정도로 아무 일도 없었다. 성주는 그날 이후 정우를 협박하거나 위협하지 않았고, 그저 여전히 귀찮게 할 뿐이었다.
시간이 흘러, 성주가 쪽지에 적어둔 날짜가 다가왔다. 정우는 정해진 시간에 맞춰 그 장소로 향했고, 그곳에는 회장이 있었다. 정우는 회장의 얼굴을 자세히 본 적은 없었지만, 작전을 위해 한 번쯤은 확인해 둔 터라, 얼굴이 완전히 일치함을 알 수 있었다.
정우가 들어서자, 회장은 귀찮다는 듯 말했다.
“성주 도련님의 부탁으로 만나긴 했지만, 난 바쁜 몸이니 본론만 짧게 말해주길 바라네.”
성주를 ‘도련님’이라 부르는 걸 보며 정우는 의문이 들었다. 부회장보다 지위가 낮다는 것을 숨길 생각이 없는 건지, 아니면 단순히 신경을 쓰지 않은 것인지. 정우는 시험 삼아 떠보았다.
“회장님, 진짜 회장님이 되고 싶지 않으신가요?”
회장은 멍하니 답했다.
“난 이미 회장인데, 여기서 뭘 더 회장이 되고 싶다는 질문인가?”
예상대로 멍청한 회장이라는 판단이 선 정우는, 동시에 자존심을 자극하며 말을 이었다.
“물론 회장님은 이미 L.S의 주인이시죠. 하지만 언제 자리를 빼앗길지 모르는 불안감 속에 계시진 않으신가요? 내부에서는 부회장님이 회장님보다 지위가 높다는 소문도 돌고 있습니다…”
회장은 화를 내며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이런 시답잖은 소리를 하려거든, 난 이만 가보겠네.”
정우는 당황하지 않고 밀어붙였다.
“회장님도 성주에게 무언가 들으셨을 겁니다. 그래서 혼자서 저를 만나러 오신 거겠죠. 저는 회장님이 진정한 L.S의 주인이 될 수 있도록 도와드리려 합니다. 즉, 부회장에게 이번 일을 고발할 일은 없다는 말씀입니다.”
회장은 잠시 문 앞에서 고민하더니, 다시 자리에 앉아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라고 했다.
“먼저 회장님께 질문드리겠습니다. 만약 회장님이 부회장님을 몰아내고 L.S를 차지한다고 할 때,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됩니까?”
회장은 잠시 생각하다 답했다.
“음… 솔직히 말하면 많지는 않겠지. 거의 다 부회장이 거둔 사람들이니까.”
정우는 마음속으로 계산했다. 부회장의 사람이 너무 많으면 회장을 몰아내기 전에 반격당할 것이고, 너무 많아도 회장이 부회장을 몰아내고 우리를 제거할 수 있다. 지금은 전자 쪽 상황이고,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정우는 천천히 회장에게 말했다.
“그렇다면 우선 회장님 주변 사람들을 정리해야겠습니다. 지금 회장님 주변 사람들은 부회장이 뽑아 추천한 사람들이겠지요. 따라서 그들은 회장님의 눈과 귀가 되어 감시할 수 있습니다.”
회장은 의문을 보였다.
“하지만 갑자기 주변 사람들을 정리하면, 부회장의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게 아닐까?”
“맞습니다. 그러니 자연스러운 상황을 만들어야 합니다. 죄송하지만, 회장님을 모시는 비서들은 회장님을 무시하며 뒤에서 비리나 횡령 같은 일을 저지를 가능성이 있습니다. 만약 실제로 그런 상황이 벌어진다면, 비서들을 교체하고 회장님이 직접 사람을 뽑으실 수 있습니다. 그중 제가 들어가 회장님을 보좌하며 부회장님의 약점을 파악하겠습니다. 제 실적은 충분히 검증되어 있어 크게 의심받지 않을 것입니다. 만약 부회장이 의심한다면, 나머지는 부회장이 고른 사람들을 그대로 두셔도 됩니다.”
잠시 생각하던 회장은 말했다.
“하지만 아직 자네를 믿을 수 없네. 혹시 추측으로 나를 협박하는 것일 수도 있지 않나?”
정우는 알고 있는 정보를 중요도에 따라 조심스럽게 꺼냈다. 중요하지 않은 정보만 말하면 회장은 믿지 않을 것이고, 중요한 정보만 말하면 회장이 제거할 수도 있었다. 정우의 판단은 옳았다. 회장은 정우의 이야기를 듣고, 부회장을 몰아내면서도 자신의 입지가 위험해지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좋아, 자네를 믿어보도록 하지. 내일부터 주변 사람들을 정리하는 작업부터 시작하면 되겠나?”
“아닙니다. 회장님이 혼자 오셨다는 것은 부회장 귀에 회장님의 행보가 닿지 않았음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갑작스레 사람을 제거하면 의심을 살 수 있습니다. 조금씩 한 명씩 제거하며, 처음에는 비서실장을 교체하고 저를 넣어주십시오. 그러면 회장님 곁에서 부회장 약점을 탐색할 수 있습니다.”
회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자네만 믿겠네.”
회장이 떠난 후, 정우는 성주에게 전화를 걸었다.
“회장이 늦게 나온 걸 보면 이야기가 잘된 것 같지?”
성주는 의아한 목소리로 말했다.
“대체 네가 원하는 게 뭐야?”
“답이 아직도 안 보이네. 난 되게 직설적으로 말한 것 같은데?”
정우는 마지막 기회를 붙잡았다. 이번에 제대로 답하지 못하면 성주는 협력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혹시, 그냥 재미로 그러는 거냐?”
“뭐야, 이미 알고 있었네. 만약 진짜 몰랐으면 아버지한테 말해서 엎으려 했거든…”
“네 재미 때문에 아버지가 몰락해도 상관없냐? 그냥 끝나지 않을 텐데.”
성주는 담담하게 말했다.
“난 몰락 아니거든. 그리고 감옥에 들어가도 재미는 있겠다.”
정우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지애 씨가 잡힌 것도 네 행동 때문이냐?”
“글쎄… 그건 어떨까?”
사실, 정우는 D.C.T 사건으로 가족이 피해를 본 적이 있었다. 처음에는 무료 추천 행사였을 뿐인데, 가족들이 폐인처럼 변할 줄은 몰랐다. 그때 이후로 정우는 감정을 잃었다. 하지만 성주의 말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정우는 경고했다.
“잘 들어라. 만약 네 행동으로 우리 팀 누군가가 위험해지거나 잡힌다면, 우리는 진심으로 너를 부숴버릴 것이다!”
성주는 느긋하게 대답했다.
“기대할게.”
전화가 끊기자, 정우는 알았다. 성주는 지금 상황을 단순히 ‘재미’로 활용하고 있었다. 팀원과 지애의 안전을 위협하는 성주에게, 정우는 반드시 분명한 경고를 남기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