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라... 하지만 사랑해(4)

임무명: 현지의 친구들이 놀러 온다.

by ㅇㅅㅇb

2014년 3월 2일의 일기장. 거기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오늘은 현지가 친구들을 데려오는 날.'

지금까지의 미션 중 가장 난이도가 높은 과제라고. 중학교에 올라가 하루 만에 사귄 친구. 낯선 환경 속에서 겨우 한 발을 내디딘 딸의 사회생활은 전적으로 오늘 내 손에 달린 문제였다. 내 행동 하나하나가 점심시간에 밥을 혼자 먹느냐, 친구들과 함께 먹느냐를 결정지을 중대한 임무. 그렇기에 나는 반드시 이 미션을 성공시켜야만 했다. 딸과 친구들이 도착할 시간은 오후 4시 30분. 현재 시각은 오후 1시 11분. 아직 여유는 있다. 지금부터 장을 보고 음식을 만들면 충분히 제시간에 맞출 수 있으리라. 준비가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오히려 내가 요리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아이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고, 어색함을 덜어주는 방법일 수도 있다. 좋아, 그럼 지금부터 장을 보러 가자. 그런데 잠깐. 중학생 아이들은 뭘 좋아하지? 평소에 먹던 찌개 같은 것을 내놓아도 괜찮을까? 상상해 보았다. 친구 집에 놀러 왔는데 평소 집에서 먹는 것과 똑같은 음식을 내놓는 건 뭔가 아쉽지 않나? 이건 아닌 것 같다. 고민 끝에 결국 인터넷의 힘을 빌리기로 했다. ‘중학교 여학생들이 좋아하는 음식’이라고 검색창에 입력했다. 물론 친구 중에 남학생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제발 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 컸다. 딸아이가 남자아이를 집에 데려온다는 상상만으로도 마음 한쪽이 시큰해졌다. 만약 변변치 않은 녀석이라면, 나는 그날 딸아이에게 야구 방망이를 들키지 않으려 했던가. 기억조차 나지 않는 낡은 방망이가 왜 그렇게 눈에 밟혔는지. 하지만 만약 그런 모습을 보고 현지가 나를 미워하게 된다면? 기억에 없는 현지이지만, 그녀에게 미움을 받는다는 생각만으로도 가슴 한편이 아려왔다. 일단 남자아이가 오면 그때 고민하기로 하고, 다시 정신을 차렸다. 검색 결과, 파스타, 떡볶이, 닭갈비 등 여러 메뉴가 떴고, 공통적으로 매운 음식을 좋아한다고 적혀 있었다. 그리고 여학생들의 경우 페이스북에 올릴 만한 예쁜 음식을 선호한다는 정보도 눈에 띄었다. 요약하자면, 맵지만 사진 찍기 좋은, 비주얼이 훌륭한 음식. 여러 음식을 상상해 본 결과, 파스타가 가장 무난했다. 플레이팅이 가장 예쁘게 나올 것 같고, 매운맛은 청양고추를 살짝 올려 알싸한 맛을 더하면 그만이었다. 주스도 사고, 예쁜 케이크도 있으면 완벽하겠지. 메뉴를 정하고 나니 현재 시각은 오후 1시 40분.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흘렀다. 서둘러 마트로 향해야겠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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