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하나로 돌아가기 전의 상태

03. 하늘·사람·삶, 그 사이의 거리

by LumiTo



천부경을 읽기 전에, 존재를 바라보는 시선



하늘과 사람과 삶은

본래 하나의 흐름이었다고 말한다.


하늘은 뜻이었고,

사람은 그 뜻을 느끼는 존재였으며,

사람은 그것이 드러나는 자리였다.


설명으로 보면

아름다운 구조다.

하지만 나는 이 구조를

현실에서 거의 느껴본 적이 없다.


대신 익숙한 감각이 있다.


생각은 분명한데

삶은 따라오지 않고,

마음은 움직이는데

선택은 늘 비슷한 자리에서 멈춘다.


우리는 이 상태를

의지 부족이나 실천력 문제로 설명한다.

더 노력해야 한다고,

더 단단해져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어쩌면 우리는

하늘·사람·삶이

서로 너무 멀어져 있다는 사실을

아직 제대로 바라보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하늘은 이상이 되고,

사람은 생각만 하는 존재가 되고,

삶은 어쩔 수 없이 버텨야 하는 현실이 된다.


이렇게 세 영역은

각자의 언어로만 말하기 시작한다.


하늘은 너무 멀어서

삶에 닿지 못하고,

삶은 너무 급해서

사람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그 사이에서

사람은 늘 늦는다.


그래서 우리는

"알지만 못한다"는 말을

자주 하게 된다.


알고 있다는 건

하늘의 언어를 들었다는 뜻이고,

못한다는 건

삶이 그 말을 받아들이지 못했다는 뜻이다.


이 간격은

철학으로는 잘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일상에서는

아주 선명하다.


결정 앞에서 망설일 때,

옳다고 생각한 말을

끝내 선택하지 못했을 때,

스스로에게

"왜 또 이랬을까"라고 묻는 순간.


그때 우리는

하늘과 사람과 삶이

각각 다른 방향을 보고 있다는 사실을

잠깐 느낀다.


천부경의 문장들은

이 거리를 줄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억지로 하나로 만들라고도 하지 않는다.


다만

이 셋이 떨어져 있다는 사실을

외면하지 말라고 말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늘을 말하면서

삶을 살피지 않는 태도,

삶을 버티면서

자신의 마음을 보지 않는 습관.


이 모든 것이

거리를 더 벌린다.


그래서 '하나로 돌아간다'는 말은

도약이 아니라

접속에 가깝다.


하늘의 언어가

사람을 지나

삶에 도착하도록

통로를 다시 여는 일.


이 연재의 첫 번째 부는

그 통로를 만들기 위한 기록이다.


아직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지보다

어디에서 어긋났는지를

더 많이 살펴보고 있다.


다음 글부터는

이 상태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묻는다.


믿음이 아니라

태도에 대한 이야기로.


금요일 연재
이전 02화Ⅰ. 하나로 돌아가기 전의 상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