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넓고 또라이는 많다. 그들은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곳곳에서 출몰한다. 길에서 마주쳤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똥이 더러워서 피하듯 그냥 피해버리면 끝이다. 하지만 그를 회사에서 만나 하루 8시간씩 매일같이 봐야 한다면 상황이 심각하다. 생존 비법이 필요한 순간이다.
우선 그가 공공의 적인지 아닌지부터 파악해보자. 집단 모두가 인정하는 상또라이라면 문제 해결이 오히려 간단하다. 싸울 필요조차 없다. 알아서 터질 시한폭탄이기 때문이다. 노자는 말했다. ‘누가 너에게 모욕을 주더라도 절대 앙갚음하려 들지 마라. 강가에 앉아 있으면 머지않아 그의 시체가 떠내려가는 것을 볼 것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얼핏 보기에 그들의 직장생활은 별 문제없어 보인다. 그러나 속내를 살펴보면 사정은 다르다. 아무도 그와 진지하게 관계 맺지 않는다. 쉬는 시간에 커피 마시러 갈 동료도 없고, 진지하게 고민 터놓을 사람도 없다. 지독하게 고독한 직장생활을 30년 이상 버텨야 한다.
게다가 시간이 흐르며 그가 괴롭혔던 사람들이 하나 둘 진급하기 시작한다. 전세 역전이다. 업무 협조가 어려워지고, 힘으로 찍어 누르던 업무 행태도 통하지 않는다. 요즘 사회에 단순 반복 작업을 제외하면 나 혼자 해낼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홀로 된 그의 입지는 점점 좁아져 결국 자리를 잃고 말 것이다. 결국 알아서 사라져 줄 사람 때문에 인생 낭비할 필요 없다는 말이다. 가만히 내버려 두면 된다.
하지만 사실 우리가 흔하게 마주치는 또라이 유형은 따로 있다. 나에게만 그렇게 보이는 사람이다. 이유 없이 거슬린다. 사람 자체가 나와 통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사람에 대한 주변 평판은 나쁘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잘못된 판단을 내리는 사람이 많다. 본인 마음을 행동으로 드러내는 사람이다. 복도에서 만나면 무시하고, 인사하면 받아주지도 않고, 뒤에서 욕을 한다. 이건 명백한 실수다. 절대로 기분이 태도가 되어선 안 된다.
과거 사소한 문제로 선배 한 명과 갈등을 겪었다. 먼저 인사하지 않고 말도 걸지 않았다. 이런 관계가 반복되며 처음보다 훨씬 어려운 사이가 되었다. 업무상 공유해야 할 내용도 많은데 매번 어려웠다. 뭔가 잘못되었음을 느꼈다. 이후 생각을 바꿔 가까울 건 없더라도 편한 동료 사이로는 남아야겠다고 다짐했다. 만나면 인사하고 안부도 물으며 기본은 무조건 지켰다. 시간이 걸렸지만 업무적으로는 불편함 없는 관계로 개선되며 껄끄럽던 직장생활이 한결 수월해졌다.
인간적으로 깊어지기 위한 억지 노력 따위는 필요 없다. 다만 기본은 무조건 지켜야 한다. 선을 넘으면 일이 복잡하게 꼬인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이 원칙은 사회 모든 만남의 철칙이다. 세상일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나중에 그 사람과 내가 어떻게 엮일지 모르고, 그의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한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 아군은 못되더라도 적으로 만들지는 말자.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이런저런 인간관계 문제는 필연적으로 따라온다. 그럴 때마다 싸워 이기려는 태도를 취한다면 나부터 온전히 생존하기 힘들다. 사회생활은 긴 레이스다. 매번 다투는 것 자체가 인생 낭비다. 어차피 인생에 답은 없다. 내가 문제 삼지 않으면 그 무엇도 문제 되지 않는다. 그러니 관점을 바꿔 내 마음 편해지는 선택을 내리는 쪽이 훨씬 현명하다. 괜히 답 없는 인간과 싸우느라 아까운 힘 빼지 말자.